2001-03-09 15:05

2010 물류토피아

2010년 신년초에 열린 국제물류세미나는 대성황이었다. 5백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장이었지만 사람들로 가득찼다. 몇몇 사람들은 자리가 없어 서있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다.
「2020 비젼 세미나」. 세미나의 주제다. 주제가 너무 광범위한 면이 있어 다소 지루하긴 하지만 각 연사들이 발표하는 향후 10년의 변화에 대한 연구내용은 알찼다. 21세기가 시작한지 10년이 되니 모든 지구상의 변화는 20세기의 그것보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가 되었다. 1백년을 주기로 삼는 세기가 무색하고 10년 주기가 된 듯하다. 세계일주에 걸린 시간이 80일 이하라 하여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일들은 아주 까마득한 일이 되어버렸다. 불과 몇시간이면 세계일주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년후를 예측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이 미래를 장식할 것인지 예측하기가 힘들게 되었기 때문에 세계의 내노라하는 석학들이 모여 발표하는 미래상 세미나는 성황일 수 밖에 없다.
공실장은 이어폰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고 눈을 감고 있었다. 통역되어 나오는 세미나 내용을 듣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가 문득 살아온 과정의 주변환경이 엄청난 가속도가 붙는 느낌을 느꼈다. 21세기가 시작된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렇다. 이렇게 환경이 바뀔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하지 않았는가.
점차 빨리 변화되는 환경들이 얼마나 더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생각하여 그는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그도 발표자 중의 한 사람이긴 하다.
오늘 아침에 그가 출근할 때만해도 그렇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을 법한 일이 현실이 되었다. 천안에서 출근하는 그가 자동차를 탄채 기차에 오르고 불과 20여분만에 서울에 도착하였으니 얼마나 나라안의 거리가 짧아진 셈인가.
고속전철의 개통이후 고속전철의 효용성과 이용 극대화를 꾀한다며 국내 최초, 아니 국제적으로도 시도되지 않은 카트레인이 시도된 것이다.
승용차가 기차에 오르는 시간도 생각보다 많이 걸리지 않는다. 마치 모노레일을 탈때의 장면, 즉 내릴사람은 타는 사람 반대쪽으로 내리는 입출 차별화로 신속히 내리고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착점에 도착하면 그는 차를 몰고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기차역내 대형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지하철로 신속히 회사로 간다. 회사에서 지정한 주차장이 바로 기차역내 주차장이기 때문이다.
시내에 차를 세워놓는다는 것은 이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주차료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시내로 진입하는 혼잡통행료가 엄청나게 비싸졌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승용차를 시내에 두지 못하고 외곽에 두는 것, 이것은 21세기 초에도 예측된 일이기는 했지만 천안에서 차를 탄채로 기차로 서울에 올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지고 난후 사람들이 웅성웅성 일어났다. 세미나 중간에 마련된 커피타임이었다. 공실장은 잠시 젖어있던 생각에서 깨어나 이어폰을 내려놓으며 준비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천천히 출구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접근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손을 내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공실장님!”
“아니, 이게 누구신가!”
그는 ○○신문사 명기자였다.
“역시 공실장님은 여전히 바쁘시군요. 내일 공실장님 세미나 발표가 있어 그렇지 않아도 뵙고 싶었는데요. 정말 오랫만이군요.”
“그런데 명기자가 어쩐일로 이번 세미나에 관심을 갖게 된 거요?”
“기자란 것이 돌고 도는 것이여서 이번 국제세미나 취재를 맡았구요. 앞으로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실장님 가는 곳에 제가 있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는 물류인인데……”
“하하하! 그랬던가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이렇게 다시 얼굴을 볼 수 있으니.”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손을 놓으며 몇마디 주고 받는다.
“아, 참. 잘 됐네요. 곧 점심시간이니 나하고 점심이나 같이 하십시다. 마침 일행이 한분 있으나 우리업계의 고명하신 분이여서 명기자한테도 보탬이 되는 자리일 것 같으니……”
“그럼 제가 염치를 접고 실장님과 같이 자리를 하겠습니다.”
명기자와 공실장의 만남은 실로 오랫만이었다. 그들의 첫만남은 벌써 20년이 넘고 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20년이나 되었으니 두번 바뀔 만큼의 연륜이 있는 셈이다. 명기자는 그때 막 신문사에 입사한 신출내기였고 공실장 역시 물류에 막 투신(?)할 즈음이었다. 나이 차이는 있었지만 공실장이 가지고 있는 경제관이나 경영관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인생관의 낙천적 성격을 알게된 이후 그들은 깡소주 한병으로 하루일과를 마무리할 정도로 가까워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명기자는 취재부서가 바뀌면서 한동안 만남이 끊겼다. 그러나 물(물류의 줄임말)이 어디 영원히 헤어질 수 있었던가. 영원한 파트너가 물인데 하늘에서 만나든지 길에서 만나던지 산속 나무잎에서 만나든지 만날 수 밖에. 명기자는 신문사의 내부에서 진급되면서 물류관련 부서의 팀장이 된 것이다.


약속시간보다 조금은 이른 시간에 공실장은 명기자와 같이 약속된 장소-세미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점심 약속장소를 찾아 들었다. 만나기로 한 그분은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공실장이 입을 열었다.
“명기자, 장가 잘 갔다는 소문이 있던데, 안주인 얼굴 한번 볼 수 있겠나?”
공실장은 조금 아까와는 다르게 옛날로 돌아간 기분으로 말을 놓고 있었다.
“아니, 그런 소문까지 들으셨습니까?”
“소문이 아닌 모양이구먼?”
“전 못 느끼죠.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아하? 고수의 긍정을 하시는구먼.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라는데 그런 사실은 알고 계시는가? 그게 다 물류인데……”
“……”
“이봐. 명기자! 2천년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새천년 새천년 하면서 떠들었는가? 그런데 지금 예측됐던 2010년보다 엄청나게 더 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물류란 명칭이 없어지고 경영에 관련된 e비즈니스(e-Business)로 바뀌어진 것도 그렇고. 또 그당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린물류의 비중이 높아진 것도 그렇고.”
“제 생각에는 지구적으로 봤을때 물류란 용어는 잘 쓰이지 않아서인지 물류가 잘 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지나치게 많아 대기의 순환이 잘 안되고 있는 점, 지구지표의 온도가 올라가 빙하가 녹고 물의 선순환이 깨져 물로 인한 재해를 입고 있다는 점, 지구에 거주하는 인구의 폭증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가 증가하고 이에따라 식량과 농업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그리고 에너지와 관련한 산림훼손으로 인한 지구환경 순환의 불규칙 등은 모두 물류가 잘못되고 있음에 따른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번 세미나에서 이러한 지구의 물류적 문제가 2020년에 어떻게 바뀌어져야 한다는 예측이 나올 수 있으리라 봅니다.”
“역시! 내노라하는 신문사의 명기자이시먼.
자! 오늘 같이 자리하시는 분도 명기자와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니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합시다.”
공실장은 오랫만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기자를 다시 만나게되어 기쁜 마음이었지만 일부러 이야기 전개를 억제시켰다. 다음날 있을 세미나의 내용을 미리 이야기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되는 듯 싶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같이 자리를 한 사람은 해외에서 오랜동안 환경에 관한 연구를 하고 국내 모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왕박사였다. 공실장과는 오랜 친분이 있는 사이로 공실장이 학문에 더 깊이 접근하도록 조언한 사람이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여서 깊은 내용을 주고 받을 수는 없었지만 함축된 왕박사의 이야기로는 지구전체에 물류가 잘 되지않아 지구는 종말이 가까와오고 있다고 했고,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물류를 앞세워 모든 일들이 선순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공실장의 책상이 있는 사무실 한쪽은 넓은 유리창이 있다. 40층에 위치한 그의 방의 위치로 40층 높이 밑에 있는 모든 사물들이 한눈에 보일 수 있는 곳이다.
커피잔을 든채로 공실장은 쳐놓은 브라인드를 제거했다. 아래가 시원히 시야에 들어왔다. 사람의 모습들은 마치 개미와 같은 크기로 상자속을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사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납짝한 상자 모습들은 줄지어 길을 달렸다. 어쩌다가 못돼게 지그재그 운전을 하는 모습도 한눈에 다 잡혔다.
아하!
지구의 미래를 볼려면 하늘을 날아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 것은 오늘 세미나를 끝내고 그가 새삼 느낀 것이다. 매일 그가 근무하는 그 빌딩, 그 사무실에서 유독 오늘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은 아무래도 세미나가 가져다 준 성과로 여겨졌다.
그리고 모 협회 회장이 주장하는 「비행기 시찰론」의 중요성을 새삼 떠올렸다.
“지엽적인 것을 보면 절대로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높이 날아서 위에 있어야 밑이 다 보이죠! 모든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서 하늘로 올라가야만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비행기입니다.”
항만시찰, 도로의 자동차 흐름, 그밖의 모든 흐름을 비행기에서 볼 수 있도록 지시하고 있는 모협회 회장의 탁월한 예견은 이미 10년전부터 주장한 것이다.
공실장 생활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든 현상들 중에는 21세기가 시작되기 전 예측되지 못한 것들도 있다. 그러나 예측됐던 것들도 있다.
세계 무역조건이 갑자기 바뀐 사이버 환경으로 세계 무역규모의 순위가 바뀌고 있는 것도 예측된 현상중 하나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열풍으로 급격히 증가한 사이버 인구의 숫자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역 7위로 머물 수 밖에 없는 것은 정치인들의 물류에 대한 인식 부족의 결과로 아직도 국내 물류 인프라 부족과 효율성 극대화를 실현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수없이 주문되는 인터넷상에서의 상거래로 바뀌었지만 제때에 공급할 수 있는 물류시스템이못되어 자꾸 신용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 생산제품보다 타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많아 무역거래 서열이 내려가지 않을 뿐이다.
한편 국내 택배업체들의 우후죽순식 창업이 한창이었지만 지금은 폭풍전의 고요함처럼 빅5가 그 시장을 나눠 원활히 상품공급을 맡고있다. 세계적인 택배회사들이 한국시장을 좋게보고 1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우체국과 은행들이 택배의 고객접점이 된지 오래며, 그들은 각각의 빅5와 업무제휴를 통해 공생(win-win)하고 있다.
생산자측의 변화도 크다. 생산업자들의 환경친화적 상품생산이 모두 적용되어 기업마다 페상품의 리사이클링의 율이 평균 70∼80% 가까이 되고 있다. 거세게 불어 휩쓸고 간 WTO의 그린라운드 협정 타결이후 생겨진 현상이다.
생산업자들의 생산원가는 증가했지만 더 이상 소비자들의 만족을 외면해서는 그마나 생존이 위협받는 현실이 됐다. 소비자의 요구시간내에 상품을 공급해야 되는 고객만족과 쓰고난 후도 처리해줘야 하는 폐기문제 해결을 위해서 생산이 수월해지는 모듈화가 추진되었다.
10년 전만해도 1만5천∼2만종류의 부품이 현장에서 조립되어야 완성됐던 자동차 완성업계는 12∼15종의 준비된 1차 조립품들로 완성되었으나 이제는 불과 6∼7종의 준비된 모듈화 완성품들로 자동차를 완성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엔터를 치면 컴퓨터는 불과 몇초안에 ○○월○○일 ○○시에 자동차를 완성하겠다는 답을 주고있다.
한참을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던 공실장은 커피가 비어있는 차잔을 든채로 하늘을 쳐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다가 노크소리에 현실을 되찾았다.
“네! 들어오세요!”
“안녕하십니까? 공실장님! 명기잡니다.”
“아! 어서와요! 어쩐일로……. 아! 오늘이 약속한 날이였던가?”
“바쁘신 모양입니다. 약속도 잊으시구.”
“응, 아니요. 명기자와 이야기 할 것에 대해서 생각하다보니 내가 잠시 과거에 취해있었던 모양이요.”
명기자는 며칠전 성대히 치뤄진 「2020 비젼세미나」 발표중에서 공실장의 「물류의 오류와 지구의 멸망」이란 제하의 연구보고서를 대담으로 엮기로 하고 그와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는 사진기자를 대동하고 있었다.
“물류를 가볍게 생각하면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는 결론이죠! 지금 지구가 처한 모든 문제는 그 흐름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거든요.
고대의 철학자 헤라이 클레이토스는 「모든 만물은 흐른다(Everythings Flows)」고 했습니다만, 지금 그것이 안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문제죠.”
공실장은 그가 평소 생각하고 주장하는 바를 녹음기에 대고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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