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3 09:07

판례/ “100일 후 도착한 화물의 교훈”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고문변호사)
<8.9자에 이어>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일반적으로 운송물의 연착을 의미하는 인도지연(delay in delivery)은 ‘약정일시 또는 이러한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상당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하지 못한 경우’를 의미하는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운송의 운송물 인도에 관한 약정일시는 존재하지 않지만,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이 사건 선박이 출항일로부터 100일 가량이 경과한 2019년 11월7일 여수항에 도착한 것은 상당한 시기에 운송물을 수하인에게 인도하지 못한 인도지연에 해당하고, 피고로서는 이 사건 용선계약에 의한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이 사건 운송의 인도지연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한편, 원고는 이 사건 운송 과정에서 운송물인 이 사건 유연탄이 손상됐고 피고가 이로 인한 손해배상책임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구체적인 손해는 이 사건 운송이 지연돼 대체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하역보관료와 운송료로서 지연 도착한 운송물의 손상 여부와는 무관함이 명백하므로, 원고의 운송물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이 사건 용선계약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가 의뢰한 운송을 위해 적정선박을 확보할 책임이 있고(이 사건 용선계약서 제5, 6조), 선적을 완료한 피고의 선박은 정상운항속력으로 양하항으로 직행해야 한다(이 사건 용선계약서 제8조 제1항). 위와 같은 이 사건 용선계약의 내용과 통상적인 거래관념에 비추어, 피고는 이 사건 용선계약에 의해 원고에게 운송물인 유연탄을 적시에 운송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② 피고가 이 사건 운송 이전인 2018년도와 2019년도, 이 사건 운송 이후인 2020년도에 동일한 항로인 인도네시아 타보네오항에서 여수항까지의 구간에서 약 십여 차례수행한 운송은 출항일로부터 도착일까지 9 내지 15일 사이의 기간이 소요됐으므로, 적어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위 기간이 이 사건 운송에 필요한 통상적인 기간으로 보인다. ③ 피고는 이 사건 용선계약을 체결한 2011년 이후 이 사건 운송시까지 8년 이상의 기간 동안 매년 평균 10회 가량 운송기간의 지연에 관한 별다른 문제없이 원고가 의뢰한 유연탄의 운송을 수행했다. ④ 피고가 이 사건 운송에 관해 당초 원고에게 통지한 도착예정일은 출항일로부터 약 10일 뒤였고, 이 사건 선박에 관한 두 차례의 선박 수리가 없었다면 이 사건 선박 또한 피고가 통지한 도착예정일 무렵 여수항에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⑤ 피고는 게약기간 중 선박 수리기간을 가질 수 있으나(이 사건 용선계약서 제20조), 피고가 운송을 위한 적정선박과 대체선박을 확보할 책임이 있고(이 사건 운송계약서 제5, 6조), 불가항력으로 인한 운송의 지연에 관한 피고의 면책사유에서 선박 고장이 제외돼 있으므로(이 사건 용선계약서 제22조 제1항), 위 선박 수리기간이 선박의 운행 중 발생해 운송 지연을 초래하는 선박 수리에 관한 것까지 포함하는 것이라 인정하기 어렵다. 또한, 설령, 이 사건 용선계약서 제20조에 의해 피고의 선박 수리기간에 관해는 피고에게 인도지연으로 인한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고 하더라도,위 선박 수리기간은 통상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의 합리적인 기간에 해당해야 함에도 이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이 사건 선박의 구체적인 수리내역 및 수리기간에 관한 피고의 주장·입증이 없으므로, 이 사건 운송의 인도지연 기간이 피고에게 허용된 선박 수리기간의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다. ⑥ 위와 같이 피고가 출항일로부터 약 100일이 경과한 이후 이 사건 운송을 완료한 것은 피고 자신이 상당한 기간 동안 여러 차례 수행한 운송업무에 소요된 통상적인 기간을 현저히 초과했을 뿐만 아니라 그 지체일수에 비추어 적시에 운송할 것을 피고의 의무로 정한 이 사건 용선계약이 허용하고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유연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발전소를 가동·운영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운송의 지연으로 발전소의 가동 중단과 이로 인한 막대한 손해를 막기 위해 외부로부터 발전용 유연탄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아래 표(이하 ‘이 사건 표’라 한다) 기재와 같이 유연탄의 하역보관료, 운송료(스왑의 경우 반환을 위한 운송료 포함)를 지출하게 됐는바, 이는 피고의 이 사건 운송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비용으로서 피고는 원고에게 합계 1,572,713,982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인정되는 손해의 범위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용선계약은 FIOST 조건으로 체결됐고(이 사건 용선계약서 제3조), 양하항에서 운송물에 관해 발생하는 비용은 원고가 부담해야 하므로(이 사건 용선계약서 제15조), 이 사건 용선계약에 의한 피고의 의무는 선적항에서 하역항까지 선박을 통해 운송물을 운송하는 것에 한정되고, 선박이 하역항에 도착 후 하역작업 및 국내에서의 육상운송은 이 사건 용선계약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아닌 원고의 의무에 해당한다. 즉, 이 사건 선박이 도착예정일에 도착해 피고의 인도지연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 스스로 양하항에 도착한 이 사건 유연탄의 하역비용과 국내에서의 육상운송에 관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대체품에 관한 모든 하역보관료와 육상운송료가 아니라 피고의 운송 지연으로 인해 증가 내지 추가해 발생한 하역보관료 및 운송료에 한해 피고의 채무불이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손해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따라서 원고 주장의 대체품 중 이 사건 운송의 도착예정지와 동일한 낙포항에서 하역된 유연탄에 관해는 별도의 하역 보관료와 운송료 상당의 손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2) 구체적인 손해액
가) 스왑 물량 반환을 위해 추가된 비용
갑 제11, 12, 1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D로부터 스왑 방식으로 유연탄을 구매함으로써 스왑 물량을 반환하기 위해 추가로 운송료 19,200,000원(= 12,000톤 × 1,600원, 이 사건 표 중 ⓐ 부분의 일부), 운송료 123,557,756원(이 사건 표 중 ⓑ 부분)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위 스왑 물량의 반환에 관해 발생한 운송료는 당초부터 원고가 부담해야 할 낙포항에서 원고의 발전소까지 운송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이 아니라 피고의 인도지연으로 인해 긴급히 스왑 방식으로 대체품을 조달할 수밖에 없어 추가로 발생한 비용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운송료 증가분
갑 제2, 11, 12, 14,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용선계약은 여수에 위치한 원고의 발전소 가동을 위한 유연탄을 조달하기 위해 체결됐고, 이 사건 운송의 목적물인 이 사건 유연탄 또한 위 발전소에서 사용될 예정이었던 사실, 원고가 조달한 대체품인 유연탄을 원고의 발전소까지 운송하기 위해 발생한 육상운송료는 이 사건 표 중 D와 거래한 유연탄 중 광양항 부분 톤당 4,000원, 군산항 부분 톤당 18,000원, 낙포함 부분 톤당 3,030원, E와 거래한 낙포항 부분 톤당 3,030원이고, 원고는 위 광양항과 군산항 부분 유연탄의 운송료로 41,990.32톤에 관해 합계 517,089,480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피고가 인도지연을 하지 않았더라면 원고로서는 위 유연탄 41,990.32톤을 낙포항에서 원고의 발전소로 운송함으로써 운송료로 합계 127,230,669원(= 41,990.32톤 × 3,030원,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만을 지출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품 조달과정에서 이를 초과하는 부분만큼의 운송료를 추가로 지출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유연탄의 물량인 72,400톤의 범위 내로서 대체품 중 41,990.32톤에 관해 원고가 초과 지출한 운송료인 389,858,811원(= 517,089,480원 + 127,230,669원)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 하역보관료 증가분
갑 제11, 12, 13, 15, 17,18, 20 내지 2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조달한 대체품인 유연탄에 관한 하역보관료(기지이용료와 일반관리비를 합한 금액,이하 같다)는 이 사건 표 중 D와 거래한 유연탄 중 광양항 부분 톤당 7,074원, 군산항 부분 톤당 13,997원, 낙포항 부분 톤당 8,064원, E와 거래한 낙포항 부분 톤당 7,350원이고, 원고는 위 광양항과 군산항 부분의 하역보관료로 유연탄 41,990.32톤에 관해 합계469,718,872원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원고가 조달한 대체품인 유연탄에 관한 낙포항의 하역보관료 단가는 톤당 평균 7,707원[= 15,414원(= D 부분 톤당 8,064원 + E 부분 톤당 7,350원) ÷ 2]으로서 피고가 인도지연을 하지 않았더라면 원고로서는 위 유연탄 41,990.32톤을 낙포항에서 하역보관함으로써 하역보관료로 합계 323,619,396원(= 41,990.32톤 × 7,707원)만을 지출할 수 있었음에도 대체품의 조달과정에서 이를 초과하는 부분만큼의 하역보관료를 추가로 지출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유연탄의 물량인 72,400톤의 범위 내로서 대체품 중 41,990.32톤에 관해 원고가 초과 지출한 하역보관료인 146,099,476원(= 469,718,872원 - 323,619,396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용선계약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678,716,043원[= 추가 내지 증가된 운송료 532,616,567원(= 19,200,000원 + 123,557,756원 + 389,858,811원) + 증가된 하역보관료 146,099,476원]과 피고의 채무불이행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9. 11. 1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해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판결 선고일인 2021년 5월28일까지는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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