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컨테이너선사의 정시 운항 비율이 50% 선 아래로 떨어졌다. 연착 시간도 6일에 육박할 정도로 악화됐다. 덴마크 해운조사기관인 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세계 주요 34개 항로를 대상으로 조사한 컨테이너선 운항정시율은 44.6%에 머물렀다.
1년 전 같은 달에 견줘 31.7%포인트(p) 곤두박질 치며 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전 세계 바닷길을 운항하는 컨테이너선 10척 중 6척은 정해진 일정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2019년까지 운항정시성은 70~8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해운시장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76%였던 운항정시성은 지난해 1월 68%로 가파르게 떨어진 뒤 등락을 거듭하다 물동량이 급증하고 항만 혼란이 본격화한 8월 63%로 하락했고 한 달 후엔 56%로 곤두박질 쳤다. 급기야 세 달 뒤엔 40%대까지 급전직하하며 2020년을 마감했다. 특히 조사 이후 처음으로 6개월 연속 운항 정시율이 하락곡선을 그렸다.
시인텔리전스는 “항만 적체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고 (전통적으로 화물이 감소하는) 설 연휴에도 선사 수송 능력이 부족한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인다”며 “정시성 개선은 올해 2분기까지 정시운항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선사들이 선복 부족에 대응해 주요 항로에 임시편 등 선복을 추가 투입하는 것도 정시율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연시간은 4개월 연속 늘어나며 지난해 12월 5.74일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1.5일이나 늦어졌다. 2019년까지 3~4일대를 오르내리던 지연시간은 지난해 2월 처음 5일대에 진입했으며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8월 4.5일에서 4개월 연속 늘어나며 6일대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악화했다.
아시아선사 정시성 급락
선사별 정시율은 1위 선사가 50%대에 머물 만큼 심각한 부진을 보였다. 독일 함부르크수드가 55.3%, 덴마크 머스크가 54.1%로,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두 선사 모두 정시율 하락을 최대한 억제한 게 상위권 랭킹의 배경이다. 이어 이스라엘 선사 짐라인 48%, 프랑스 CMA CGM 45.9%, 스위스 MSC 45.2% 순으로 조사됐다.
대만 에버그린 37.7%, 싱가포르 PIL 35.3%, 일본 ONE 32.6%, 우리나라 HMM 32.5%, 대만 양밍 30% 등 아시아계 선사들이 나란히 30%대에 머물렀다. 이들 선사는 대부분 지난해에 비해 30%p를 크게 웃도는 성적 악화를 맛봤다. 선복 부족난을 겪고 있는 자국 화주를 지원하려고 임시 선박을 투입한 게 유럽계 선사보다 정시율 하락이 두드러진 배경으로 관측된다.
특히 우리나라 HMM은 2019년 말 81.2%로 최상위권의 정시율을 보여주다 1년 만에 14개 선사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국적 원양선사는 선복난이 표면화된 지난해 4분기부터 매달 임시선박을 주요 기간항로에 띄우고 있다.
지난해 3달간 총 8척의 임시선박을 미주노선에 투입한 데 이어 새해 들어선 이달 말까지 미주항로와 유럽항로에 임시선박 3척을 띄우고 중소·중견기업에 선복의 50%를 우선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달엔 한러항로에도 긴급 임시편을 투입해 화주들의 호응을 얻었다.
다만 전달보다 플러스곡선을 그렸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14개 선사 중 11월보다 12월 정시율이 호전된 건 HMM이 유일하다.
이 밖에 대만 완하이가 44%p, 에버그린이 42%p의 하락 폭을 보여줬다. 2019년 12월 85.1%의 정시율로 1위를 차지했던 완하이는 HMM 다음으로 큰 낙폭을 보이며 8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2019년 12월 75.1%로 하위권(11위)에 머물렀던 독일 선사 하파크로이트는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의 심각한 혼란에도 정시율 하락 폭을 30%p 이내로 막아내며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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