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했던 유럽항로 컨테이너 운임이 3달 만에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20피트 컨테이너(TEU)당 1000달러대에 그쳤던 운임은 두 달 만에 4배 가까이 고공행진하며 4000달러를 넘어섰다. 북미발 컨테이너 장비 부족 여파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유럽항로도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유례없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새해에도 운임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복 수배가 어렵다 보니 화물을 급히 유럽으로 보내야 하는 어느 한 화주는 TEU당 1만달러가 넘는 프리미엄(추가 운임)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1월15일자 상하이발 북유럽행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TEU)당 4413달러를 기록, 전월 2374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폭증했다. 전주 4452달러에서 소폭 하락했지만,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발 지중해행 운임은 전달 2384달러에서 80.3% 상승한 4296달러로 집계됐다. 선사들은 당분간 운임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일용품 의료용품 등의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 중국 춘절(설)에 대응하기 위한 밀어내기 물량까지 쏟아지며 시황 강세가 지속될 거란 이유에서다.
선사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이후 선복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중국 춘절과 우리나라 설날에 대응하기 위한 밀어내기 물량이 나오면서 고운임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부족에 선사들은 추가 선대 투입에 나섰다. 중국 춘절에 대응해 대대적으로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에 돌입했던 지난해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프랑스 CMA-CGM은 지난해 4분기 아시아-유럽항로에서 선대 공급을 6% 늘렸으며, 디얼라이언스는 올해 1월 추가 선대 투입 계획을 확정하는 등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물동량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에 따르면 10월 아시아 16개국발 유럽 54개국행(유럽수출항로) 물동량은 136만40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 성장했다. 3개월 연속 증가 곡선을 그리며 10월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선적지별로 보면 중화권 지역이 11% 증가한 101만5000TEU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7% 감소한 15만TEU에 머물렀다. 동남아시아는 0.1% 감소한 19만8000TEU였다. 같은 달 유럽발 아시아행 수입항로 물동량은 2% 감소한 75만5000TEU였다.
수입항로의 물동량은 4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도착지별로, 중화권이 6% 증가한 45만2000TEU를 기록하며 호조를 보였다. 반면 동북아시아는 12% 감소한 12만8000TEU, 동남아시아는 10% 감소한 17만5000TEU에 그쳤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파도 1월 유럽항로의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수입 물품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수요가 급증한 까닭에 지난해 12월 이후 영국 항만의 혼잡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펠릭스토우항의 하역 대기시간은 평균 30시간으로 유럽 내 타 항만 대비 6시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게 지연되자 머스크 MSC 등은 영국 펠릭스토우항으로 향하는 화물을 대상으로 추가 부대비용을 부과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