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이 해상운임 상승과 선복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 지원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해양수산부와 국적컨테이너선사 사장단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긴급 간담회를 갖고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 수송난 해소와 컨테이너선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엔 해수부 문성혁 장관, 김준석 해운물류국장을 비롯해 고려해운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장금상선 팬스타 팬오션 태영상선 한성라인 HMM 흥아라인 SM상선 등 14개 선사 대표가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문성혁 장관은 국적선사들이 선복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기업들의 애로 해소에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해운산업이 재건정책의 성과를 수출기업과 공유할 수 있는 선화주 상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해수부도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해 상생을 실천한 선화주에게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14개 선사 대표, 화주지원 협력 머리맞대
최근의 운임 상승과 국내 수출기업의 선복 부족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미국 내 상품 수요 증가가 직접적 원인이다. 미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으로 개인소득은 4.4% 증가한 반면 코로나19로 이동은 제한되면서 종전 서비스 수요가 상품 수요로 대체됐고 해상 물동량도 크게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미 증권사인 제프리에 따르면 코로나 19 발생 이후 미국 내 상품수요는 이전보다 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올해 8월 북미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286만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259만TEU에 비해 10.3% 증가했다.
2017년 2월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국적선사 선복이 크게 감소해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어려웠던 것도 선복난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거 105만TEU에 이르던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은 한진해운 파산 직후 46만TEU로 반 토막 났다. 특히 아시아-미주항로의 주당 공급량은 67%나 감소했고 시장 점유율도 11%에서 3%대까지 급락했다.
정부는 해운산업의 조속한 복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일부 회의적인 시각에도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해 7월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하는 등 전폭적인 해운산업 지원책을 가동했다.
그 결과 원양 컨테이너선사 선복량은 현재 77만TEU까지 회복했고 2022년에는 한진해운 파산 이전 수준을 넘어서는 110만TEU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한진해운 파산 직후 1만5000TEU에 불과했던 국적선사의 아시아-미주항로 주당 공급량도 3배 가까이 늘어난 4만1000TEU에 이른다. 한진해운 파산과 함께 11.8%에서 3.6%로 곤두박질 친 미주항로 시장점유율은 10월 현재 6.9%까지 회복했다.
해운 재건 정책으로 국적 원양 컨테이너선사의 글로벌 경쟁력이 회복되면서 최근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도 가능해졌다. HMM은 8월 이후 4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해 미주지역 수출화물 총 1만5900TEU를 추가 운송했다. 9월에 지난해보다 늘어난 물동량 1만500TEU의 40%인 4100TEU, 10월에 전체 물동량(6만6000TEU)의 12%인 8000TEU를 추가로 처리하는 등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기존 미주항로 정규 항차에서도 11월 3주차부터 12월 말까지 6주간 중국·동남아 지역에 배정된 주간 선복량 350TEU를 재조정해 국내 수출 중소기업에 우선 배정하고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매월 1척 이상의 선박을 추가 투입해 수출 중소기업에 수송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SM상선도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미주항로에 3000TEU급 임시선박 1척을 투입한다.
해운거래질서 감독 전담조직 발족
이날 간담회에선 컨테이너선산업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은 2017년 8월 한국해운연합(KSP)을 결성해 4차례에 걸친 항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자율적인 협력으로 동반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진흥공사의 신용보증 기능 확대와 국적 선주사 육성을 통한 합리적인 선박 용선 시스템 구축 등의 지원 방안을 소개하고 국적선사들의 협력을 유도할 계획이다.
문 장관은 “글로벌 선사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역내시장에서 국적선사들이 한 단계 더 발전된 새로운 협력모델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며 “해양진흥공사의 지원 기능을 확대해 국적선사가 합리적인 비용으로 선박을 용선하고 운송서비스를 제공해 수익 창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선사 사장은 “활황세를 띠는 북미항로 등으로 컨테이너박스가 쏠리면서 아시아역내시장에서도 장비 부족이 표면화되고 화주들이 느끼는 선복난도 더 심해지고 있다”며 “선사들은 공동 운영 방식으로 부족한 컨테이너박스를 벌충하고 정부도 해진공과 연계해 국적선사들이 컨테이너장비를 원활히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해수부는 또 별도 전담조직을 구성하는 등 해운시장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감독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선사들이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일부 외국선사에서 시황 급등을 계기로 이미 맺은 장기계약을 변경하거나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웃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화주 반발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선주협회는 지난 5일 해운법령상 외항운송사업자의 금지행위와 위반 시 벌칙 등을 국적선사에 안내하고 일방적인 계약변경이나 불이행으로 수출기업에 피해를 발생시켜 법적 제재를 받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해운법은 공표·신고한 운임과 다르게 받거나 이미 받은 운임을 돌려주는 행위, 운송계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 특정인을 차별하는 행위를 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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