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올해 1월부터 시작된 해운경기 침체가 2분기에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성장률 감소폭과 코로나 치료법 개발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전 세계 무역 규모가 11% 쪼그라들며 무역 성장률도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비해 선진국의 수출입 감소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팬데믹)으로 물동량이 급감하고 각국 항만의 규제가 심화되면서 국내 포워더(국제물류주선업체)들이 생존권을 위협 받는 상황에 처했다. 수요 감소와 함께 선사들의 잦은 임시결항과 항공화물 운임 상승으로 포워더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주 전문 포워더와 국내 화물혼재사(콘솔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4월부터 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코로나 팬데믹의 파장이 커지자 북미·유럽의 수출입 셧다운 제재로 구매자가 물량을 못 받거나 지연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을 취급하는 일부 포워더는 코로나 사태로 수출량이 무려 4분의 1 토막난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 관계자는 “한 주에 150~200t 수준이었던 자동차 부품이 최근에 50t까지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식품 물량은 10~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불안심리가 확산하면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한 까닭이다.
피해가 일파만파 확대되자 국내 물류업계는 비용절감을 위한 다양한 대안책을 마련하는 데 온힘을 쏟아 붓고 있다. 일부 기업은 영업비용과 더불어 인건비 축소를 위해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도입했다. 특히 인건비 비중이 큰 콘솔사의 경우 탄력근무제 주 4일제 유급휴가 등 근무기간 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을 모색하기도 했다. 구조조정을 검토 중인 업체도 포착됐다. 포워더 대다수는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기다리며 경영시스템 구축, 인력 재배치, 교육과정 진행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대응책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콘솔업체들은 콘솔업 이외 창고사업 등 기타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만회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 콘솔사는 인천항과 인천공항 인근에 소유하고 있는 창고를 연계해 항공운송사업을 벌이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중국의 항공이 막혀 있고 화물 운반 형편이 녹록지 않아 코로나가 완화돼 가고 있는 국내 인천항과 인천공항이 중국의 대체 행선지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 기업은 코로나 위기상황의 돌파구로 신규 미주향 서비스인 소량화물(LCL) 긴급운송서비스를 전개하기도 했다. 통상 로스앤젤레스(LA), 뉴욕에 도착한 물량이 철송을 통해 운반됐던 이 서비스는 트럭을 통해 정기적으로 배송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북방물류시장, “물량은 거의 ‘전멸’ 상태”
북방물류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 4.7%를 거두며 재작년에 이어 순탄하게 흘러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몽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자국의 낙후된 의료 시스템 때문에 애시당초 강경한 제재조치를 취하면서 국내 물류업계의 피해가 막심했다. 이들은 국가 간 격리와 더불어 지역 내 자체 격리도 철저히 제약하는 만큼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제재조치가 원체 강력하다보니 북방물류에 주력하는 포워더들은 통상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 팬데믹 선언이 있기 전인 2월부터 물량이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였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반영된 국내 프레이트포워더 중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던 일부 포워더의 북방 수출입 물량이 4월에 들어 50% 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 중고차 운송사업을 벌이는 북방 물류기업 관계자는 “현재 중앙아시아 수출 물량은 거의 전멸 상태”라며 “중고차 운송사업은 구매자들이 국내에서 직접 구매한 중고차를 대상으로 운송이 진행돼 비대면 방식으로도 사업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에서도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인데 향후 2~3개월 간 시황 악화가 우려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항공화물 포워더, 지속되는 불황에 ‘울상’
항공화물을 다루는 기업들도 북방 물류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불황에 직면해 있다. 최근 항공운항편수가 중단되거나 많이 줄어들어 항공화물량이 30~60% 급감한 추세다. 국가간 착륙 권한을 뜻하는 운항 슬롯(slot)도 쉽게 허가해주지 않아 화물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특정 업체는 현재의 공급 상황을 고려한 운항편수도 70% 가까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시시각각 인상되는 항공운임도 문제다. 항공업계 특성상 주단위로 운임이 변경되는데 화주들은 계약 당시의 기준으로만 운임을 지불하려고 한다. 결국 가파르게 인상된 운임은 포워더들이 어쩔 수 없이 지불 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용기를 자체 보유하거나 자체 계열사 물량으로 충당하는 포워더들은 피해가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일부 포워더들은 진단키트나 질병 예방 용품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어느 정도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와중에 본의 아니게 ‘코로나 특수’를 누리는 부직포 수입업체들도 눈에 띄었다. 물티슈, 마스크 등의 원재료가 되는 부직포사업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에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올해 초 분기점에 이르렀던 사업은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호황을 누리게 됐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손세정제 가격이 특정 지역에서 16배 이상 올랐다”며 “국산 마스크인 KF는 해외에서 1만원 이상에 팔리며 때 아닌 호황을 맞이하게 됐다”고 밝혔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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