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9 09:43

일본도 양대조선소 통합…韓中 추격 고삐

이마바리조선·JMU 연합 시동…수주 경쟁력 제고


우리나라와 중국의 빅딜에 이어 일본 양대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합작사 설립에 나서며 글로벌 조선시장의 경쟁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부활의 신호탄을 쏘기 위해 뭉치기에 나선 일본,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선박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日 조선 ‘빅2’ 합작사 10월 출범

우리나라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본 조선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이마바리조선은 JMU가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해 30%의 지분을 확보하며 공동 최대주주가 되고 자원운반선에 특화된 합작조선소 일본 십야드(NSY·Nippon Ship Yard)를 10월께 출범한다. 

최근 이마바리조선과 JMU는 업무제휴와 합작사 설립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마바리조선이 51%, JMU가 49%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며, 도쿄 치요다구에 공동출자회사를 둔다. 자본금은 1억엔이며, JMU의 마에다 아키노리 전무가 사장을, 이마바리조선의 히가키 키요시 전무가 부사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인원은 설계 450명, 영업 50명 등 총 500명으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을 제외한 선박을 대상으로 영업과 마케팅, 연구설계, 계약 등을 공동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업무제휴와 합작사 설립은 국내외 관계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마바리조선과 JMU는 최종인가를 취득할 때까지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영업·설계를 별도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JMU 지바 코타로 사장은 합작사 설립과 관련해 “이마바리조선은 규모, 판매, 생산 능력에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JMU의 인재, 기술력을 융합하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 회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LNG선이 사업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히가키 이마바리조선 사장은 “미쓰비시중공업과의 설계·판매 회사가 현존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곳을 통해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바 사장은 “LNG선 건조계획은 당분간 없지만, 우리는 기술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으며 이 노하우는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ONE, 2만TEU급 컨선 6척 발주 ‘초읽기’

이마바리조선과 JMU가 합작사 설립에 합의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컨테이너선사의 초대형선 도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발주처는 세계 6위 컨테이너선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로 일본 3대 해운사(NYK MOL 케이라인)의 정기선 부문 통합법인이다. 프랑스 해운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4월8일 현재 ONE의 선복량은 158만TEU이며, 발주잔량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이마바리조선과 JMU가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역량을 갖추고 있다. ONE과 2만TEU 이상의 컨테이너선 발주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힘을 합친 일본 조선사들이 생산 합리화 등을 통해 우리나라 중국과 경쟁에서 선가 차이를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을지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과거 이마바리조선은 2만TEU급과 1만4000TEU급을, JMU는 1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한 경험이 있다. 두 조선사가 건조한 2만TEU급 선박 6척은 현재 ONE이 유럽항로에서 운영 중이다. ONE은 디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의 초대형선 발주잔량이 제로가 되는 2023년까지 2만TEU급 신조선을 인도받는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인도 시기를 맞추려면 연내 발주가 이뤄질 거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일본 조선업계는 과거에 비해 수주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그 어느 때보다 일감 확보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일본은 1316만CGT(수정환산톤수)의 수주량을 기록하며 우리나라를 밀어내고 세계 2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이듬해 수주량은 전년 대비 82% 급감한 239만CGT를 기록한 데 이어 2017년엔 290만CGT에 그쳤다. 지난해엔 328만CGT 규모를 수주했지만 900만CGT대의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에 머물렀다. 일본 조선사들이 대형선 수주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마바리조선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일본이 중국 한국에게 일감을 빼앗기면 일본의 수주 자체가 끊길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중일조선, 컨선 수주놓고 ‘격돌’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전은 한중일 삼파전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중국은 산동중화조선, 일본은 이마바리조선·JMU 연합이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과거 자국선사 MOL이 발주한 2만3000TEU급 수주를 놓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중국 산동중화조선 등과 경쟁했지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MOL은 2015년 2월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삼성중공업에게 2017년 인도받으며 세계 최초로 2만TEU급 선박을 바다에 띄워 주목을 끌었다. 

업계는 건조 단가가 이번 수주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조선가는 최근 2만3000TEU급 선박이 척당 1억5000만달러 이상으로 계약이 성사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6척의 발주가 이뤄질 경우 9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기업별 수주액이 5억달러를 밑돌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선사들은 수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산둥중화조선, 장난조선,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에버그린의 2만3000TEU급 11척은 척당 1억4000만달러~1억6000만달러에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이 MSC로부터 수주한 2만3000TEU급 5척은 척당 1억5200만달러,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중국 난퉁과 다롄에 합작 투자한 난퉁코스코가와사키조선(NACKS)과 다롄코스코가와사키조선(DACKS)이 수주한 OOCL의 2만3000TEU급 5척은 척당 1억5600만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조선소들이 제시하는 평균 선가는 한국 중국 조선소에 비해 척당 2000만달러 이상이 높다. 하지만 일본 조선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이마바리조선 히가키 유키토 사장은 “JMU와의 합작조선소 구축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을 한 번에 10척 이상 수주하는 것이 가능해진 데다 설계 리드타임도 단축돼 이번 수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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