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16억달러(약 1조9000억원)에 이르는 대형 투자를 감행했다.
17일 대만 증시 공시자료에 따르면 에버그린은 2만3000TEU급 선박 10척을 삼성중공업과 중국선박공업(CSSC) 자회사인 후둥중화조선 장난조선에 나눠 발주했다.
10척 중 6척을 우리나라가, 나머지 4척을 중국이 가져갔다. 에버그린 본사에서 삼성중공업에 2척, 파나마 소재 해외 자회사인 그린컴퍼스머린(칭뱌오해운)에서 삼성중공업과 후둥중화조선에 각각 4척 2척, 홍콩법인에서 장난조선에 2척을 발주했다.
에버그린은 지난달 동형선 11척 신조 소식을 전하면서 4~5척을 용선 방식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선소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체 선박을 사선화하고 발주 규모를 1척 줄이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선가는 척당 1억4000만~1억6000만달러로, 최대 16억달러에 이른다. 향후 조선사와의 세부 조율을 통해 정확한 선가가 산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만 선사는 현재 중국 은행권과 신조 금융 조달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소별 구체적인 계약금액과 인도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에버그린은 초대형 컨테이너선부터 피더선박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선형의 신조선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2015년 2만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을 일본 이마바리조선에 발주한 데 이어 지난해 삼성중공업과 이마바리조선과 각각 1만2000TEU급 8척과 12척을 짓기로 계약했다. 이마바리조선에서 짓는 선박은 모두 일본 선주사인 쇼에이기센 소유로, 에버그린은 이를 용선해 쓰게 된다. 2만TEU급 선박은 지난해 9월부터 6척이 순차적으로 인도됐다.
이와 별도로 아시아역내항로를 타깃으로 한 1800TEU급 24척, 2500TEU급 14척 도입 계획도 알렸다. 38척 중 2500TEU급 4척은 장난조선소에서 가져갔다.
현재 선대 규모 세계 7위인 에버그린은 2만3000TEU급 선박 10척을 추가로 인수할 경우 180만TEU의 선단을 확보, 신조 발주량이 전무한 독일 하파크로이트와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를 따돌리고 세계 5위 선사로 도약한다.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에버그린의 현존선대는 206척 130만4900TEU이며 발주잔량은 선단의 43.4%인 68척 56만6500TEU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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