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시선이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선 발주가 이뤄지는 카타르 러시아 모잠비크로 쏠리고 있다. 조선사들은 하반기에 진행될 대규모 LNG선 수주를 통해 올해 목표달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모처럼 발주가 이뤄지는 초대형컨테이너선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선종이라 기업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다만 조선사들의 대규모 선박 수주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기업결합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일본 등 경쟁당국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카타르 28조규모 발주에 조선사들 기대감 ‘증폭’
조선사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LNG선 발주처는 카타르다. 카타르는 미국에 이어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선대 구축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해 7700만t이었던 LNG 수출량을 2024년까지 1억1000만t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 대형조선사들은 카타르가 추진 중인 신조 LNG선 입찰에 건조 견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가 발주할 120척은 지난 한 해 조선 빅3가 수주한 LNG선 48척을 2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지난 5월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18만㎥급 LNG선의 척당 선가가 1억9500만달러(2300억원)라고 가정할 경우 총 234억달러(28조45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2004년 카타르가 발주한 LNG선 53척을 국내 기업들이 싹쓸이 수주한 전례가 있는 데다 일본 조선사들이 입찰을 보류해 한국 조선사들의 계약성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2004년 대우조선은 카타르에서 발주된 53척의 선박 중 26척을 수주하며 LNG선 건조 최고 조선소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현지 외신은 “일본 조선사들이 규모에서 대응이 어려워 입찰을 보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입찰이 마감됐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나 수주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조선사들의 기대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잠비크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도 조선사들에게 빠질 수 없는 관심리스트 중 하나다. 이 사업은 모잠비크 북부 해상에 위치한 1광구에서 천연가스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사업에 필요한 LNG선은 최대 16척이다. 잠정 후보로 우리나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일본 미쓰비시조선 가와사키중공업 등 5개 조선소가 거론된다.
조선사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아직 시작단계로 진행된 사항은 없지만 준비하는 중이며 아직 주요 일정이 나오지 않아 지켜봐야 한다”며 “이 발주건 역시 국내 조선사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러시아 노바테크가 추진하는 ‘ARCTIC(북극) LNG-2’도 조선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이 입찰에 참여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독식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즈베즈다와 함께 차세대 쇄빙 LNG선을 설계할 예정이다. 쇄빙 LNG선은 최대 17척의 발주가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프로젝트에 삼성중공업이 파트너로 선정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지만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면서도 “수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건조단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LNG선 수주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조선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LNG선의 5월 건조단가는 전달 대비 50만달러 상승한 1억8550만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2월 최저점 1억8000만달러를 보인 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은 건조단가를 올리는 게 수월해진다. 빅3가 6월 기준 보유한 LNG선 수주고는 현대중공업 36척, 대우조선해양 37척, 삼성중공업 30척이다. 업계에선 조선사들이 3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조단가 인상이 쉽게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국내 조선사들의 싹쓸이 수주가 이뤄질 경우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조선소에 대부분의 선박을 발주하는 유럽과 최근 경제 보복으로 우려를 낳고 있는 일본의 행보가 조선 빅2 합병에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본과 유럽의 향후 행보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대만 선사 컨선 발주에 조선사들 ‘촉각’
모처럼 진행될 것으로 기대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도 조선사들에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상선과 건조계약을 체결한 이후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를 따내지 못했던 한국 조선사들로선 이번 발주가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에버그린 하파크로이트는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5척 발주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에버그린이 9척, 하파크로이트가 6척을 발주하는 22억달러 규모의 건조 프로젝트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7월3일 현재 하파크로이트는 168만8600TEU의 선복량을 기록 중이며, 발주잔량은 전무한 상태다. 톱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MSC CMA-CGM 에버그린 현대상선 등의 발주잔량 30만~40만TEU과 대조적이다. 하파크로이트 관계자는 “우리는 항상 새로운 선박을 들여올 수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며 발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밖에 에버그린의 발주가 가시화되면 이 선사는 컨테이너선시장에서 가장 많은 발주잔량을 기록하게 된다. 신조 발주가 진행되면 에버그린의 발주잔량은 39만TEU에서 59만7000TEU로 크게 늘어난다. 컨테이너선사들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를 놓고 한국과 중국 조선사가 각축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국 조선사가 경쟁력 있는 가격을 조건으로 두 선사에 접근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아직 선사들과 충분한 논의가 오고 가진 않았지만 LNG선뿐만 아니라 컨테이너선 수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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