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선사들이 블록체인 기반의 해운물류플랫폼 개발을 주도하면서 아시아선사들도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덴마크 머스크라인은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플랫폼 트레이드렌즈에 스위스 메디터레이니언쉬핑(MSC)과 프랑스 CMA CGM이 참여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로써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1위와 2위 4위 선사가 트레이드렌즈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머스크 측은 두 선사의 참여로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화물의 절반에 해당하는 데이터가 트레이드렌즈에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와 IBM이 합작 개발한 트레이드렌즈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을 적용해 모든 참여자들이 물류정보와 무역 관련 서류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컨테이너 온도와 무게는 물론 선박 도착시간, 선하증권(BL) 등의 모든 해운물류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현재 싱가포르항, 홍콩항,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호주 관세청 등 전 세계 100여곳의 해운항만 업·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선사에선 이번에 가입한 2곳을 포함해 머스크 계열사인 함부르크수드와 싱가포르 PIL, 이스라엘 짐라인 등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우리나라에선 고려해운과 남성해운이 합류했다. 국내 해운물류정보망사업자인 케이엘넷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로 네트워크 사업자로 참여해 지난달 국내 기업이 연동할 수 있는 게이트웨이 개발을 마쳤다.
CMA CGM과 MSC 측은 “디지털 협업은 컨테이너선산업의 진화를 위한 열쇠”라며 “트레이드렌즈는 공급망을 디지털화하고 공통적인 표준을 중심으로 협력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합류 배경을 말했다. 두 회사는 트레이드렌즈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플랫폼의 중립성과 개방성에 대한 조언을 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향후 3대 유럽선사의 디지털물류 부문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머스크라인이 프랑스 벤처기업 트랙센스(TRAXENS)에 투자한다는 소식도 함께 타전됐다. 트랙센스는 CMA CGM과 MSC가 출자한 회사다. 머스크라인은 프랑스 IT기업이 생산하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컨테이너 위치정보 추적 모듈 5만개를 자사 장비에 부착할 예정이다. MSC가 운용하는 물량과 같은 규모다.
이처럼 현재 해운업계에 불고 있는 4차산업혁명 열풍은 머스크라인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덴마크 선사는 트레이드렌즈 개발뿐 아니라 지난달 MSC, 독일 하파크로이트,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등 3곳과 중립 비영리 단체인 디지털컨테이너해운협회(DCSA)를 설립했고 이달 들어선 트랙센스 출자 계획을 전했다.
구미선사 주도로 플랫폼이 개발되면서 아시아권 선사 사이에선 경계의 눈초리도 포착된다. 플랫폼이 특정기업에 치우치지 않고 정보의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시아선사들은 유럽계 선사에 대항하기 위해 직접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세계 3위 선사인 중국 코스코는 4개 선사와 손잡고 글로벌쉬핑비즈니스네트워크(GSBN)를 결성한 뒤 트레이드렌즈와 유사한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참여 선사는 CMA CGM, 코스코 자회사인 OOCL, 대만 에버그린 양밍 들이다. 홍콩계 해운물류IT회사인 카고스마트가 개발을 담당할 예정이다.
하지만 오션얼라이언스 회원사란 이유로 GSBN 컨소시엄에 합류했던 CMA CGM이 유럽선사 중심의 트레이드렌즈에도 중복 가입하면서 해운플랫폼 경쟁은 유럽과 아시아의 구도로 뚜렷이 나뉘게 됐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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