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어린이날과 중국 노동절 등 잇단 연휴 여파로 동남아항로 취항선사들이 물량공백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자카르타)는 5월5일부터 본격적인 라마단기간에 돌입하면서 수출화물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항로의 수요 부진으로 해상운임은 인상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운임인상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선박 대형화에 따른 공급과잉을 꼽고 있다. 초대형선박이 원양항로에 투입되면서 중대형급 선박들은 빠르게 전환배치(캐스케이딩)되고 있다. 동남아항로에도 외국적 선사들을 중심으로 파나막스급 선박들이 하나둘 배선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 호찌민은 늘어나는 수요에도 선복과잉에 따른 운임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계륵’노선으로 전락하고 있다.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우리나라에서 베트남으로 수송된 수출컨테이너는 16만TEU에 육박했다.
이러한 수요 성장세에 힘입어 외국적선사들도 호찌민 신규노선을 하나둘 출시하고 있다. 올해에만 3개의 신규 서비스가 개시됐다. 지난 2월 APL과 양밍의 ‘KVM’, 3월 씨랜드(옛 MCC트랜스포트)의 ‘IA10’, 4월 완하이라인과 인터아시아라인의 ‘CV1’ 등이 대표적이다.
한 선사 관계자는 “베트남이 동남아항로에서 수출물동량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보니 선사들이 앞다퉈 배를 대고 있다”며 “선사들의 물량 나눠먹기가 심화돼 베트남 서비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적선사의 동남아 서비스 신규 개설은 컨테이너 재배치 문제도 한 몫 한다. 동남아에서 매출을 올려야 하는 국적선사와 달리, 외국적선사는 동남아에서 미주나 구주 등 원양으로 향하는 컨테이너를 제때 배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선사들은 이달 들어 국내 주요 대형화주들의 수송입찰을 준비하며 화주측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화주들은 계약조건으로 해상운송료에 유류할증료 터미널조작료 등 각종 부대운임을 포함하는 이른바 ‘총액운임’(올인레이트)을 요구하고 있다. 화주들이 정해진 한 해 예산에서 물류비를 지출하다보니 선사에게 계약운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운송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류비를 별도로 수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한 때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두바이유)는 올해 1월 50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70달러를 돌파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국제유가가 매월 급등락을 거듭하다보니 적절한 비용수취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선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화주들이 별도의 유류할증료 부과를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씨랜드가 부산발 미얀마 양곤서비스인 ‘IA5’의 기항지를 지난 11일부터 대거 개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과 광양을 추가 기항하고 중간 기항지인 탄중펠레파스 대신 포트클랑(서부두)을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전체 로테이션은 인천신항(목)-부산신항(토)-광양(토)-상하이-닝보-포트클랑-띨라와-양곤 순이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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