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02년 겨울, 홍콩을 시작으로 전 세계 32개국, 8000여 명의 환자와 77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기억하고 있다. 이후 2015년 5월, 우리나라 의료와 방역 체계를 무력화 시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우리 기억에 더욱 강력하게 남아 있다. 1910년대 스페인 독감으로 2500만명 이상이 사망한 이래 주기적으로 지구촌을 강타하는 글로벌 감염 질병들은 최근 인류의 이동성 확대라는 동력을 매개로 더욱 그 확산 범위를 넓히고 감염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남부의 사스가 미국을 강타하고 중동의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강타한 것은 글로벌 확산성의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주로 항공기를 통해서 이동하는 여행객을 매개로 질병들이 옮겨지고 이를 막기 위해 방역당국은 공항에 여러 형태의 검역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어 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작년 언론에 화제가 됐던 붉은불개미는 어떻게 우리나라로 유입됐을까? 최근 우리나라 꿀벌의 천적인 등검은말벌은 어떻게 유입됐을까? 왜 이런 외래종의 유입이 우리한테 위험하다는 것일까? 결론은 간단하다.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이는 결국 우리의 건강과 재산을 해치기 때문이다. 최근 등검은말벌이 우리나라 농가와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가 연간 1750억원이라는 전문기관 발표가 있었다. 등검은말벌은 2003년 부산 영도에서 처음 발견됐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고 하니 추정 상 주변 부산항을 통해서 처음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등검은말벌 유입이 16년 이상 지났으니 그 피해정도는 3조원 이상이라는 추정도 가능할 것이다. 붉은불개미, 등검은말벌 등 외래 병해충은 대부분 항만을 통해 유입돼 화물을 매개로 우리나라 물류망을 따라 이동했고 그 경로로 퍼지고 있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부분은 항만은 사람들의 이동과 달리 화물들이 이동하는 공간으로 특별한 방역과 추적체계가 없다면 우리나라 전체로 외래 병해충이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항만을 통한 방역체계의 구축이 매우 중요한데 사실 작년의 붉은불개미 침입 사태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 항만 방역체계와 관리 시스템은 아직 미흡하고 국민들의 관심 사각지대에 있어 우리의 건강과 경제 손실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자연보호연맹은 세계 100대 악성 침입 외래종을 지정해 국가별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며, 붉은불개미도 이중 하나이다(<그림-1> 참조).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2019년 현재 128 종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고시했고 일본은 429종, 호주는 약 3천종에 이른다. 특히 고유한 생태계를 가진 호주의 경우 외래종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국가로 유명하다. 호주는 외래종 잡초로 인해 연간 약 5조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붉은불개미로 인해 매년 약 3073억 원의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 환산이 불가능한 외래종 피해가 심각해서 국가 차원의 항만을 통한 외래종 유입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역시 붉은불개미가 정착 확산된 결과 매년 6조7천억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붉은불개미의 유입여부와 피해정도를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단지, 유사한 사례로 과거 ’15년 과수화상병이 국내에 처음 발견돼 ’17년까지 162억 원의 손실보상금이 발생했다는 정도로 붉은불개미의 유입이 향후 가져다 줄 피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도이다. 결론적으로 어떠한 형태이던 유입된 외래병해충은 국민 건강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국내로 유입되는 전초기지인 항만에서 차단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우리나라 항만의 방역체계는 지난번 붉은불개미 사태에서 보았듯이 아직 많은 부분이 미흡한 상황인 듯하다. 붉은불개미의 경우 최초 발견일인 2017년 9월 28일 이후 6차례 항만 인근지역에서 발견이 됐으나 당시 발표는 국내 내륙으로 확산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붉은불개미는 2018년 9월 17일 대구시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발견돼 이미 내륙으로까지 퍼져나갔음을 뒤늦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아직도 다수의 사례에서 유입경로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표-1> 참조).
우리나라는 항만으로 유입되는 화물에 대해 다수의 부처가 관여해 관리하고 있다. 항만을 통해 외래병해충에 대한 검역 및 관리와 관련된 부서는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이 있다. 환경부는 침입외래종 관련 총괄부서이며 농림축산식품부 소속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외래병해충 관련 검역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검역체계는 외래병해충이 국내 유입 시 농작물 및 자연환경 등에 미칠 경제적 손실 등을 평가하는 병해충 위험분석 업무와 국내에 유입 시 외래병해충을 국경에서 유입 차단을 위한 국경 검역 업무, 국내에 유입된 외래병해충이 국내에 정착 및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예찰·방제업무로 구분된다. 검역절차는 수입검역과 수출검역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수입검역은 식물검역대상물품을 수입하면 처음 도착한 수입 항만에서 즉시 식물검역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식물검역관의 검역을 받아야 한다. 검역은 서류에 의한 검역과 현장검역으로 구분된다. 수입물품은 수입 항만의 지정구역에서 현장검역을 받고, 병해충이 발견되면 병해충의 종류에 따라 비검역병해충, 관리병해충, 금지병해충으로 분류한다. 이 중 비검역병해충을 제외한 나머지 병해충은 소독, 폐기 및 반송 조치된다(<그림-2> 참조). 수출검역은 식물 등을 수출하기 위해 그 식물 등이 수입국의 요구사항을 충족하는지 식물검역관 등을 통해 수행된다. 그 검역에 합격했을 경우 수출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항만의 방역체계는 큰 틀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나 실행 및 관리단계에서 허점들이 존재하고 있다. 첫째, 현행 법령상 담당기관별로 외래종 관리목적과 대상이 상이하다는 문제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외래병해충은 잠정규제병해충을 제외한 2111종으로 비교적 포괄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환경부의 지정 위해종은 149종으로 관리대상에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항만을 포함한 수출입 거점에서 모든 외래병해충을 차단한다면 최선이나 항만을 벗어나 주변 배후지 등을 통해 국내로 유입될 경우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 2013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전문가 공동조사를 통해 ‘세계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을 선정했다.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 중 환경부에서 지정한 위해종은 13종에 불과하다. 그 만큼 위해종 지정 항목에 없는 악성 침입외래종은 물류루트를 따라 무방비 상태로 국내 유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검역법」에 따라 항만을 드나드는 운송수단, 사람 및 화물이 검역의 대상이나 외래병해충과 관련한 검역은 식물에 한정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식물검역대상물품은 식물과 그 식물을 넣거나 싸는 용기·포장, 병해충 및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흙으로 한정돼 있다. 즉, 병해충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식물만을 대상으로 검역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병해충은 식물을 통해서 유입될 뿐만 아니라 그 외 물품운송에 사용된 컨테이너 박스, 팔레트 등을 통해서도 유입될 수 있어 검역 대상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관계 부처와 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이 미흡하다. 과거 붉은불개미가 지속적으로 발견될 때마다 관할 부처인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즉각적인 정보 전파를 통해 본래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농림축산식품부(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관세청, 농촌진흥청, 행정안전부, 질병관리부 등 8개 관계부처 TF를 구축해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했고 각 부처의 역할 및 대응 방안을 마련해 추진했다. 그러나 붉은불개미가 항만에 들어와 임시 적치 후 도로 및 철도에 의해 육상으로 운송되고 사업장에 도착하는 과정은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가 소관 부처가 된다. 또한 검역 및 방제에 대한 부분은 항만 내에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내륙(국내) 지역은 환경부가 담당하고 있어 일시적인 관계부처 TF 체계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외래유해종에 대해 실시간 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상황이 발생하고 난 이후 대응을 하게 되는 문제점이 지속된다. 이외 다수의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으나 정부, 민간차원의 대응이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항만방역 체계의 문제점과 물류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항만 방역체계상의 문제점에서 정부관련 방역 거버넌스 문제점은 정부의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방향 개선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물류산업과 연결된 인식문제에서 시작된 방역체계의 문제점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항만을 통과하는 화물들과 연결된 방역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컨테이너, 팔레트 등의 관리 문제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과 환적 화물들의 대부분은 컨테이너와 팔레트 용기를 통해서 운송된다. 그런데 대부분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만 검역대상이고 컨테이너와 팔레트 용기는 대상이 아니다. 현재 컨테이너와 팔레트, 특히 컨테이너 용기는 비용 절감을 위해 사각지대에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반출입되는 공컨테이너에 대한 세척 반출이 의무화돼 있지 않다. 이용자 및 관리자 모두의 비용이 유발되는 공컨테이너 세척 의무화를 꺼리기 때문이고 저렴하고 신속한 운송을 위해 해당 과정을 생략하거나 제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공컨테이너는 화물을 적출한 이후 혹은 반환과정에서 해당 컨테이너를 운반했던 트럭기사들이 임의로 청소하고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어디에서 어떻게 청소가 됐는지 알 수 없다. 만일 해당 컨테이너에 외래 병해충이 붙어 있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직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을 위해 제조업을 통한 수출입을 장려해야 하고 항만분야에서는 대규모 물동량을 유치해 항만 하역업과 물류업의 경기를 살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제 수준과 국민생활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환경과 생태계를 담보로 돈만 버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외래 병충해가 항만을 통해 물류망을 따라 유입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과 신속 배송만을 목표로 할 게 아니라 안전한 관리도 목표에 포함시켜야 한다. 일부 비용 증가와 시간 지연이 발생하더라도 국민들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차원에서 안정적인 관리체계 구축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미세척 공컨테이너의 반출 금지와 함께 항만내 방역체계가 완벽하게 관리되는 지역을 선정하고 완벽한 방역업무가 가능한 방역업체를 지정해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눈에 보이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환경 보존과 생태계 관리라는 큰 흐름에 따라 국가 경제손실을 막는 것이 오히려 궁극적으로 국부를 창출하고 지키는 일인 것이다.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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