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5 09:56

“단둥으로 가서 칭다오로 귀국하는 카페리상품 어때요?”

인터뷰/ 한중카페리협회 전기정 회장
수요 기초한 점진적 시장개방이 바람직


전기정 한중카페리협회 회장(위동항운 사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개방 압력과 환경 규제, 수요 둔화를 업계의 현안문제로 꼽았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선 공동운항이나 물품 공동구매 등의 협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개방은 수요에 기초해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Q. 한중카페리협회장에 취임한 지 두 달이 흘렀다. 소감은?

최근 해운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이다. 수요는 둔화되는 데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고 IMO(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가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시장 개방 압력도 거세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카페리선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협회의 수장을 맞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회원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나가겠다.

Q. 한중카페리항로의 수급상황은 어떤가?

30년 사이 한중카페리업계는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왔다. 지난 1990년에 인천-웨이하이항로가 최초로 개설된 이후 현재 14개 선사가 16개노선을 운항 중이다. 수송 실적도 크게 성장했다. 컨테이너는 1990년 첫 해 400TEU에서 지난해 56만7000TEU로, 여객은 9400명에서 150만명으로 각각 늘어났다. 카페리업계는 한중 양국 교역을 증진하고 문화 교류에 이바지해왔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정체 상태를 보여 걱정이다. 관광객은 저가항공사와 크루즈선으로 이탈하고 있고 소상공인은 중국 전자상거래법 시행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화물도 한국기업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임가공 거점을 옮기면서 예전의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카페리업계가 수요 둔화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과제로 떠올랐다.

Q. 중국의 시장개방 압력도 주요 현안 중 하나다.

한중항로에서 카페리선은 단순하게 승객과 화물을 실어나르는 운송수단이 아니다. 한국과 중국의 문화를 소통하고 소상공인을 통한 소규모 무역으로 긴급 물량을 어떤 운송수단보다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중요성을 고려해 지금까지는 시장 상황에 맞춰 신규항로를 개설해왔다. 양국 정부와 협회가 무분별하게 항로가 운영되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왔던 거처럼 급진적인 개방보다는 질서 있게 점진적으로 개방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소석률과 승선율이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면 항로를 여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개방의 틀을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7월 열릴 예정인 한중 해운회담에서 시장 개방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정부가 이 점을 적극 강조해주길 기대한다.

Q. 신국제여객터미널 건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올해 12월 인천신국제여객터미널이 개장할 예정이다. 그동안 인천 내항에 기항하던 카페리선사들이 신 터미널로 이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신 터미널로 가게 되면 하역료와 임대료가 현재보다 대폭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신조선 도입 등으로 원가 부담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신 터미널 이전이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평택항은 2022년 개장을 목표로 신 국제여객터미널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설계 단계부터 수요자 의견이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충분한 협의를 거치길 바란다.

Q. 크루즈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걸로 예상된다. 카페리선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뭔가?

카페리선과 크루즈는 차별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크루즈는 대도시 위주로 기항하는 반면 카페리는 중국 여러 항만을 두루 기항한다. 이 같은 카페리의 특성을 살리는 전략이 중요하다. 바로 선사 간 협력이다. 카페리선이 취항하는 항만의 역사적 문화적 특성을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저가항공사와도 손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카페리선을 이용해서 중국 단둥항으로 가서 현지 관광을 하고 친황다오나 베이징 웨이하이 칭다오 등에서 카페리선이나 저가항공을 타고 귀국하는 관광 상품은 많은 호응을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안전하고 편의시설을 잘 갖춘 신조선 투입이 늘어나고 있지 않나? 선사들이 이 점을 함께 홍보해서 한국과 중국 청소년 역사탐방이나 수학여행을 유치하는 차별화 전략도 필요하다.

Q. 업계와 정부당국에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카페리선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승객 안전이다. 선사들은 화물보다 승객 안전에 주안점을 두고 하루를 시작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기 위해선 카페리업계의 안정적인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업계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수 있는 과도한 운임 경쟁을 자제하고 공동의 노력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인근항로 선사들끼리 공동운항하거나 선용품을 공동구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엔 카페리선사들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시장 개방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요청 드린다. 또 어떤 운송수단보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하는 카페리선 여행을 많은 분들이 이용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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