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20년 간 이끌어 오던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내려오게 됐다.
대한항공은 27일 열린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필요한 찬성표를 얻는데 실패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표결 결과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한 주주는 35.91%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2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사내이사직에 오를 수 있지만, 지분 2.6%가 부족한 64.09%만이 조 회장 연임에 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의 연임 반대 진영엔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그 외 외국인 기타주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지분율은 조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33.35%, 국민연금 11.56%, 외국인 24.76%, 기타 30.33% 등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30일 경영진 일가족의 갑질논란 등 각종 일탈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1일에는 지주사인 한진칼의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해 조양호 회장의 대표이사 직을 박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이 부결됐을 뿐 경영권은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이 회사는 “조양호 회장은 오늘 주총 결과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결됐다”며 “사내이사직 상실이며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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