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다른 내용으로 컨테이너선 부문 통합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금상선은 동남아항로 사업부문을 흥아해운 컨테이너선 부문과 먼저 합친 뒤 내년 말 나머지 한일·한중항로 사업부문을 추가적으로 통합법인에 넘기는 2단계 통합전략을 추진한다.
엄기두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지난 2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장금상선 매출액의 80~85%를 차지하는 컨테이너선 부문이 모두 빠져 나가면 금융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엄 국장은 “다만 컨테이너선 사업의 통합 운영을 위해 (흥아해운 컨테이너선사업과 장금상선 동남아항로부문을 합친) 통합법인과 장금상선 한일·한중사업 부문은 한 회사처럼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법인 지원도 그에 맞춰서 진행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일·한중사업부문이 빠지는 만큼 지원 규모도 축소된다는 얘기다. 정부는 통합법인 운영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자본금 비율만큼 인건비와 유류비를 보조하는 한편 해양진흥공사가 미청약 물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회사채 발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월간 인건비와 유류비 규모는 110억~13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고용승계를 장려하기 위해 항만시설사용료를 3년간 50% 깎아주는 정책도 도입된다.
통합법인 영문명 Sinokor Heung-A 유력…지분율 장금상선이 우위
통합법인의 출범 시기는 9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절차가 예상했던 사후승인이 아닌 사전승인으로 진행되는 까닭이다. 공정위 심사에 2개월 이상 소요되면서 출범 시기도 순연된다는 전망이다.
흥아해운은 앞서 지난해 10월 장금상선과 추진 중인 컨테이너선사업 통합을 올해 상반기까지 마무리 짓고 7월1일부터 통합법인의 사업을 개시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컨테이너선사업 통합법인 설립 안건을 확정하고 4개월 뒤 통합법인을 출범한다는 구상이었다.
엄 국장은 “자산 규모가 2조원을 넘기면 공정위 사전승인 대상이 된다”며 “장금상선은 단독으로는 자산 규모가 1억5000억원 정도지만 방계회사 등을 합칠 경우 2조원을 넘어서게 돼 사전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합법인 설립 승인을 위한 흥아해운의 주주총회도 4개월 늦어진 7월이나 돼야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은 통합법인 출범 지연에 대응해 빠르면 4월1일, 늦어도 4월 안에 사전 운영협력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엄 국장은 두 회사 컨테이너선 부문이 한 회사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항로를 전면 재편하는 한편 계약 관계 등을 따져 유류도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운영협력을 위해 흥아해운 컨테이너선 부문은 장금상선이 입주해 있는 서울 북창동 해남빌딩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통합법인 이름의 경우 국문은 아직 미정인 가운데 영문은 ‘시노코흥아’(Sinokor Heung-A)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엄 국장은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이 해외에서 시노코나 흥아로 영업하다가 갑자기 K2나 KSP 같이 바꾸면 영업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잠정적으로 두 회사의 이름을 붙여서 쓰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 비율은 당초 예상됐던 5 대 5에서 크게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엄 국장은 “흥아해운의 실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한 수치가 나오겠지만 5 대 5나 6 대 4 정도는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흥아해운은 현재 유동성난 해소를 위해 컨테이너박스나 계열사, 해외 부동산 등의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모회사에서 선박 등의 모든 자산과 부채를 떠안고 통합법인은 선박을 용선해서 운항하는 일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 모델이 될 것으로 보였던 통합 방식도 방향을 틀 것으로 점쳐진다.
엄 국장은 지난해 8월 인터뷰에서 통합법인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선 원 방식의 통합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었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선 “통합할 때 새롭게 출범하는 회사가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플러스가 돼야 하고 모회사도 회계상으로 플러스가 나와야 통합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선박을 어느 쪽에 둬야 유리한 지 해양수산부에서 정밀하게 계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아주사업, 근해선사로 통합돼야
엄 국장은 현대상선 아주항로부문이 근해선사로 이전돼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그는 “선사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통합은) 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단 뒤 “선사들이 동의한다면 현대상선 아주사업부문을 떼서 고려해운과 합치거나 안 되면 통합법인과 합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원양항로 환적을 위해 아시아지역에서 피더선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덤핑을 친다거나 로컬물량(아시아 역내 물량)을 싣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고려해운이든 통합법인이든 현대상선의 아주항로 부문을 합친 뒤 피더망을 담보해 준다면 현대상선은 피더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고 근해선사는 로컬물량을 침해받지 않기 때문에 둘 다 상생하게 된다. 중복된 선복량까지 줄일 수 있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엄 국장은 근해선사 신조 지원 사업과 관련해선 올해 6개선사 선박 6척을 폐선보조금 사업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보조금 규모는 101억원이다. 올해 편성된 예산 85억원에 작년 예산 중 이월된 26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폐선보조금은 선사가 노후선을 신조선으로 교체할 경우 신조선가의 10%를 지원하는 제도다.
엄 국장은 이와 별도로 환경 개선을 위해 28억원을 투자해 LNG 연료를 쓰는 예선 2척을 신조한다고 덧붙였다. 신조된 예선은 인천항과 울산항에 투입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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