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조선소 부실 여파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한진중공업은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HHIC-Phil Inc)의 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면서 자본잠식이 발생했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이날 자본잠식으로 주식 매매거래가 일시 정지된 한진중공업은 2018년도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인 올해 4월1일까지 잠식 해소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수 있다.
한진중공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의 종속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손실 반영으로 자본잠식이 발생했다"며 "향후 경영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어 "한진중공업이 2016년 1월 은행 공동관리를 신청한 이후 영도조선소는 방산사업에 특화하고 건설부문은 주택사업에 주력해 영업흑자를 보이고 있다"며 "계열사인 대륜발전과 별내에너지와의 관계 절연으로 우발 위험을 해소하는 등 일정 부분 구조조정 성과를 거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빅조선소의 필리핀 현지금융에 대해 한진중공업의 보증채무(4억1000만달러)가 현실화되면서 자본잠식이 발생했다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현재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은행들과 채무조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산은은 "협상이 원만히 타결된다면 국내 채권단과 함께 필리핀은행들이 출자전환에 참여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며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수빅조선소는 지난달 8일 장기간 지속된 조선업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현지 올롱가포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바 있다. 인력감축, 원가절감 등 긴축경영 노력과 본사의 유동성 지원에도 글로벌 해운조선업 불황이 지속된 탓에 회생절차 신청에 이르게 됐다.
수빅조선소는 2016년 -3560억원, 2017년 -2462억원의 순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매출액 역시 2016년 9799억원에서 2017년 8055억원으로 17.8% 감소했다. 자산은 2016년 2조3223억원에서 2017년 1조8406억원으로 줄었다.
일감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수주잔량은 41만8000CGT(수정환산톤수)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76만2000CGT와 비교해 30만CGT를 웃도는 수주잔량이 감소했다.
지난 2014년 175만7000CGT를 기록하며 세계 10위권 조선소로 도약했지만 수주절벽 여파로 일감이 크게 감소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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