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4 16:23

내년 유럽항로 ‘가시밭길’ vs 아주항로 ‘반등’

벌크선시장 수프라막스 제외한 모든 선형 약세


올해 초대형선 인도로 몸살을 앓았던 유럽항로가 내년에도 어려운 시간을 겪게 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신조선은 유럽으로 몰리는데 수요 약세까지 지속돼 운임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0일 선주협회서 열린 ‘제13차 해운-금융포럼’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윤희성 센터장(사진)은 ‘2019년 해운시황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아시아-유럽 노선의 선복량 공급이 6.7% 증가할 전망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윤 센터장은 내년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4.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드류리(4.3%) 클락슨(4.4%) 컨테이너트레이드스터티스틱스(4.7%) IHS마킷(5.3%) 등이 발표한 전망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중국과 신흥국 등 물동량 창출 능력이 높은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감소로 2018년에 비해 컨테이너 수요가 둔화될 거란 지적이다.
 
내년 유럽항로 물동량은 전년 대비 1.6% 증가할 전망이다. 독일의 마이너스 성장, 이탈리아와 터키의 경제위기 확산 등 유럽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프랑스 정치 불안정으로 경기 선행지수인 기업경기실사지수가 최저수준으로 하락하며 물동량 증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자료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유럽항로에서 더 큰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웃돌며 업황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윤 센터장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컨테이너 선대 규모는 전년 대비 3.5%가량 늘어나며 물동량 증가율엔 미치지 못해 수급 안정화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내년엔 전년 대비 22.3% 하락한 약 160척(105만1000TEU)의 선복량이 해운시장에 공급된다. 하지만 인도량 중 약 46%인 초대형선이 유럽에 투입되면서 해당 항로의 공급과잉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선 인도가 몰리며 아시아-유럽항로 선복 공급은 전년 대비 6.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6년 이후 연평균 증가세인 5%에 비해 높은 편이다.

유럽항로는 수요대비 높은 공급으로 운임 반등을 이뤄내는 게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 하반기 각각 20피트 컨테이너(TEU)당 810달러 800달러의 평균 운임을 기록할 거란 예상이 나왔다. 올해 평균 운임인 828달러보다 낮은 수치다. 윤 센터장은 “일부 초대형선은 인도 시점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며 “계선이나 임시결항을 통해 선사들의 공급조절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자료 : 클락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아시아역내항로 공급축소로 운임반등”
 
신조선 공급으로 가시밭길을 걷게 될 유럽과 달리 아시아역내항로의 전망은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역내항로 운임은 환경규제에 따른 노후선박 해체량 증가로 하반기부터 공급량이 축소돼 운임이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평균 146달러였던 TEU당 운임은 내년 상반기 150달러에서 하반기 165달러로 점차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나타났다. 물동량은 중국의 증가세는 둔화되나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5.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선복 증가율은 4.8%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이후 연평균 증가세인 9.7%에 비해 반토막 난 수치다. 선령 증가와 2020년 황산화물 규제로 해체량이 증가하며 공급 증가세가 둔화될 거란 설명이다.
 
올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나홀로 고공성장을 일군 북미항로는 내년에는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미국 상품 수입량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2018년 호성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다는 관측이다.

아시아-미주항로의 선대 공급은 2016년 이후 연평균 증가세인 4.5%에 비해 낮은 2.7%가 될 전망이다. 미주항로 평균 운임은 올해 1618달러에서 내년 상반기 하반기 각각 1410달러 1550달러로 하락할 거로 예상됐다.
 
이밖에 윤 센터장은 내년 해운시장 주요 이슈로 ▲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선사-화주 갈등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초대형선박 인도로 선형 확대 ▲환경규제 등을 꼽았다. 특히 머스크라인 CMA-CGM 등 주요 선사들은 새로운 유류할증체계를 발표했지만 화주들은 운임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또한 초대형선 경쟁 자체는 완화되겠지만 캐스케이딩을 통한 피더시장의 선형확대로 대형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벌크시장에서는 수프라막스를 제외한 모든 선형에서 약세가 지속될 거란 관측이 나왔다. 내년 케이프시장은 해체량 급감과 시황상승에 따른 선복량 증가로 수급밸런스가 다소 악화돼 올해 1만6474달러보다 낮은 1만5200달러의 평균 운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파나막스 역시 수급밸런스 악화로 올해보다 200달러 낮은 1만2000달러의 평균 운임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윤 센터장은 수프라막스는 수급개선과 대형선 운임상승에 따른 심리적 동조화 등으로 1만2000달러를 돌파,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1만1300달러였던 운임이 1만2200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관측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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