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해양수산부 주최 ‘LNG 추진선박 연관 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DNV GL(노르웨이독일선급)코리아 유선일 박사(사업개발본부장)는 LNG추진선박과 LNG벙커링의 정확한 수요 예측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최소한의 초기투자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유연성 있는 효과를 내야한다는 게 유 박사의 견해다.
정부가 올해 5월 ‘LNG 추진선박 연관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유 박사는 빅데이터를 이용해 정확한 LNG벙커링 수요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제시한 정책을 각 항만 고유의 조건과 융합시켜 기술성, 안전성, 환경성 및 경제성을 고려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 박사는 가스·LNG 분야에서만 30년 이상 가정용 천연가스 냉·난방기 개발, 한국형 천연가스 액화플랜트 개발, 국내 주요 항만 LNG 벙커링 타당성 검토 및 해외 LNG 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터미널 타당성 검토 등 프로젝트 기획과 연구개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 전문가로 현재 부산항 선박 대 선박(Ship to Ship) LNG 벙커링 절차서 개발도 공동산업프로젝트 형식으로 주도하고 있다.
1864년 설립된 DNV(노르웨이선급)는 지난 2013년 GL(독일선급)과의 합병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선급으로 도약했다. DNV GL코리아 오일&가스 사업부문에 몸담고 있는 유 박사는 한국·일본의 오일&가스 관련 육상 및 해상 프로젝트 마케팅과 신규 사업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다음은 유 박사와의 일문일답.
Q. LNG추진선박이 어떻게 태동했나?
1990년대 말 자연환경이 좋은 노르웨이에서 빙하가 침식돼 만들어진 좁고 긴 협만(Fjord) 해안에 여객선이나 화물선에서 배출된 유해가스로 인해 스모그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노르웨이 정부와 산학연 전문가들은 연료가격이 비쌈에도 친환경연료인 LNG를 선택하고 관련 법규를 제정했다.
2000년에는 세계 최초의 LNG추진선박인 <글루타> (Glutra)호를 건조, 시범운항을 시작했다. 친환경성이 입증된 이후 선박 연료로서의 LNG 도입은 노르웨이를 중심으로 북해 및 발트해 연안까지 확산됐다.
Q. LNG추진선박 사업화 움직임은?
2016년 10월 IMO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대부분의 선사들이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연기하자고 주장해왔음에도 예상 밖으로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SOx) 상한선 비율을 현행 3.5%에서 0.5%로 줄이는 친환경 규제를 예정대로 오는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IMO의 발표 이후 북유럽, 싱가포르 중국 일본 해운업계는 황산화물 규제 이행 및 대응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사들은 규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HFO(고유황유) 대신 저유황유, 탈황장치(스크러버) 설치, 또는 LNG 등의 대체연료 중에서 선택해야만 하는 기로에 서있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2017년 5월 해양수산부에서 해운·항만분야의 LNG추진선박 연관 산업 육성 및 국내 주요 항만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방안 수립을 위한 정부정책 개발을 목적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이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5월 ‘LNG추진선박 연관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Q. 정부의 ‘LNG추진선박 연관 산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견은?
2014년 하반기부터 오일가격 폭락으로 조선해양산업을 선도하던 우리나라가 심각한 상황에 처한 가운데 정부에서는 LNG추진선박 연관 산업을 부흥의 돌파구로 판단해 지난 5월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제7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정부는 ‘LNG추진선박 산업을 선도하는 친환경 해양 국가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LNG추진선박 도입 활성화, LNG추진선박 건조 역량강화, LNG추진선박 운영 기반구축, 국제협력 네트워크 확대 등 4대 추진전략을 골자로 한 ‘LNG추진선박 연관 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벙커링산업협회, 한국가스공사, 산업기술평가원 및 민간기업에서 관련 연구를 해왔으나, 정부 차원에서 국내 LNG추진선박 수요 및 국내 항만 경쟁력 분석, LNG벙커링 수요 추정, LNG벙커링 적정 입지조사, 운영방안 수립, 중장기 로드맵 수립 등의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정책 방안을 내놓은 것은 매우 시기적절하고 의미있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는 선박 시범 도입을 추진하고, 인센티브 확대와 법·제도 정비 등 LNG추진선박 도입 활성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조선소와 관련 기자재업체의 LNG추진선박 건조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핵심기술 개발 및 국제표준화와 기자재 산업 기반 구축을 지원하며, 원활한 선박 운항과 LNG벙커링 산업 등 관련 신산업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한다.
이밖에 LNG벙커링 인프라 등 관련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IMO 등 관련 국제기구에 적극 대응할 전망이다. 유럽 싱가포르 등 주요 선도국과의 다각적 협력체계 구축은 필수적인 정책으로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그러나 LNG벙커링 수요와 항만 여건 등을 고려한 인프라 구축과 중장기 로드맵을 수립하고 부산항 울산항 광양항 인천항 등 주요 항만의 LNG벙커링 시설 구축을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제언을 하고 싶다.
Q. LNG벙커링 시설 구축과 관련해 어떠한 제언을 하고 싶나?
현재 세계 에너지시장은 사상 유례없는 불확실성이 지배하고 있다. 어떠한 천재도 에너지 수요와 가격을 예측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투자의 방향이나 비용이 과대하게 이뤄질 경우 기업이든 국가든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에너지 수요 및 가격 예측은 정치, 경제, 사회, 종교, 환경, 인구 증가율, GDP 등 여러 직간접 인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난제 중 하나다.
수요 예측이 실제보다 납득할 수 없는 수준으로 너무 크게 잡히면 LNG벙커링 관련 인프라, 즉 설비, 부지 등의 초기 투자비 또한 높게 잡히고 운영비 또한 비효율적으로 상승해 경제성이 없게 된다.
세계적인 전문기관들이 예측한 LNG추진선박 점유율은 2030년 기준 IHS마킷이 8%, 영국선급이 11%, 셸이 20%로 각각 전망했다.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6만여척의 선박이 2030년까지 약 5000~1만2000척이 LNG 연료 추진선으로 대체될 거란 계산이다. LNG연료추진선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할 것이고, LNG 건조분야에서 국내 조선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에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해운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SOx(황산화물) 규제와 관련해 선사들은 LNG추진선박보다는 저유황유와 탈황 장치(스크러버) 도입에 무게를 두고 있다. 7월 말 DNV GL 기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운항 중인 LNG추진선박은 125척, 전 세계에서 건조 중인 LNG추진선박은 136척으로 260여척이 확인됐다.
반면 탈황장치를 이미 설치해 운항 중인 선박은 600여척, 조선소에서 신조 및 개조에 탈황 장치를 설치 중인 선박은 400여척으로 1000척 정도가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며 LNG추진선박 연관 산업발전에 장애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Q. 국내 항만의 대응책은?
LNG 공급업자나 국내 주요 항만의 이해 관계자들은 LNG벙커링 시설 구축과 관련해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다. 향후 입항할 LNG추진선박을 대비해 무엇을, 어떻게, 언제까지 해야할지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다.
이것들의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 선종별, 크기별, 시계별 LNG추진선박의 정확한 LNG벙커링 수요 예측이다. 에너지 수요예측의 방법에는 크게 직감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성적 분석과 기본 데이터를 수치화한 정량적 분석이 있다. 특히 정량적 분석은 기본 데이터의 견실성과 전제 가정 조건에 따라 수요치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빅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과정으로 중요 인자에 대한 가정 조건들을 실질적으로 잡아 정확한 LNG벙커링 수요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에너지 수요예측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플랫폼을 구축해 변화되는 인자만 고려하면 가장 빠르고 유연성 있는 데이터가 예측돼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정책과 방향을 입출항하는 선박의 종류와 각 항만 고유의 조건과 융합시켜, 기술성, 안전성, 환경성 및 경제성을 고려한 국내 주요 항만별 상세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