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1 09:05

논단/ 해상보험에서의 부보위험 및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에 대한 입증책임과 전손과 분손

정해덕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 변호사 (법학박사)
보상하는 손해의 범위와 관련하여, 전손인지 여부는 보험목적물의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하며 피보험자가 입증해야
<5.7자에 이어>
 
한편, 해상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자가 항해하는 선박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위험으로 인하여 손해가 야기되었는가를 직접 입증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해상보험소송에서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입증원칙을 요구하게 되면 피보험자는 입증의 부족으로 인하여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경우가 많게 된다.

따라서 해상보험분야에서는 일찍부터 엄격한 입증원칙을 완화하는 법리가 형성되게 되었다. 또한 해상보험약관중 협회적하보험약관 ICC/A의 소위 전위험담보(all risks)의 경우에는 다른 약관과는 달리 피보험자의 입증책임이 더욱 완화되어 피보험자로서는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과 그러한 손해가 우연한 성질의 것이라는 점만 입증하면 되고,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 또는 사고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가 하는 점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해상보험에서의 전손과 분손
 
1. 영국 해상보험법상 전손과 분손
 
영국 해상보험법(Marine Insurance Act, 1906; “MIA”)상 보험목적에 발생하는 손해는 크게 전손(total loss)과 분손(partial loss)으로 나뉘며, 전손은 보험목적의 전부가 멸실된 것을, 분손은 전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손해를 말하고, 전손에는 현실전손(actual total loss)과 추정전손(constructive total loss)의 두 종류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MIA 제56조).
 
현실전손에 관하여, MIA 제57조는 i) 보험목적이 파괴된 경우(where the subject matter insured is destroyed), ii) 보험목적이 훼손되어 더 이상 부보된 종류의 물건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where the subject matter insured is so damaged as to cease to be a thing of the kind insured), iii) 피보험자가 보험목적의 점유를 박탈당하여 회복할 수 없는 경우(where the assured is irretrievably deprived of the possession of the subject matter insured)의 세가지 경우가 현실전손에 해당하고, 이러한 현실전손의 경우에는 추정전손의 경우와는 달리 피보험자가 보험자에게 위부(abandonment)의 통지를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추정전손에 관하여, MIA 제60조 제1항은 보험목적의 현실전손이 불가피하고 보여지기 때문에, 또는 비용을 지출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이 지출되고 난 이후의 보험목적이 가액을 초과하는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현실전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험목적을 위부(abandonment), 즉, 보험자에게 포기하는 것이 상당하다(reasonably)고 인정되는 경우가 추정전손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제60조 제2항은 추정전손의 세가지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2. 우리 상법상 전손과 분손
 
우리 상법은 제4편 보험 제4절 해상보험(제693조 내지 제718호)에서 해상보험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제693조에서 “해상보험계약의 보험자는 해상사업에 관한 사고로 인하여 생길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제702조의2, 제708조에서 일부손해의 보상에 관하여 규정하고 제711조에서 선박의 존부가 2월간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선박이 행방불명인 것으로 하고 전손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할 뿐 전손과 분손의 정의, 요건 또는 판단기준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상법 해석도 영국 해상보험법의 전손과 분손, 추정전손에 관한 법 규정과 이에 관한 해석론에 기초하여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 전손과 분손의 판단기준
 
해상보험에서 현실전손인지 여부의 판단과 관련하여, 영국법원은 보험목적이 훼손되어 더 이상 부보된 종류의 물건이라고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상업적인 견지(mercantile and business point of view)에서 그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그 보험목적이 원래 선적되었을 때와 같은 종류의 물건으로서는 더 이상 거래될 수 없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만, 보험목적이 아무리 심하게 훼손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부보된 종류의 물건으로 인정되면 이는 분손에 불과하고 현실전손이 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해석원칙에 따라, 영국 판례는 적하보험에서 담배와 가죽을 함께 운송하던 와중에 해수가 침입하여 가죽이 썩게 되었고 그 썩는 냄새가 담배에 배어 담배가 더 이상 쓸모 없게 된 경우(Montoya v. London Assurance (1851) 6 Exch. 451.), 식용 대추야자가 운송 도중 강물에 빠졌다가 인양되었는데 더 이상 식용으로는 불가능하여 주정용으로 팔린 경우(Asfar v. Blundell (1895) 2 Q.B. 196) 등을 현실전손으로 판시한바 있다.
 
또한, 영국 판례는 선박보험에서의 전손여부와 관련하여, 어떤 선박이 충돌로 인하여 침몰하였으나 침몰지역의 수심이 얕아 며칠 후에 인양되었다면, 이는 현실전손이 아니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고(Cates Tug & Wharfage v. Franklin Insurance (1927) A.C. 698.), 선장과 선원들이 선박소유자에 대한 악행(barratry)으로서 선박을 탈취하여 어디론가 항해하여 가버려 6주간 소식이 두절되었던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는 점유를 회복할 수 없는 경우라고는 할 수 없어 현실전손도 추정전손도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고(Marstrand Fishing v. Beer (The Girl Pat) (1937) 1 A.E.R. 158.), 어떤 낡은 선박이 폐선되기 위하여 영국으로부터 독일로 가던 도중에 네덜란드 해안에 좌초하였는데, 네덜란드 당국이 방위목적상 그 선박이 해안을 떠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고, 다만 이 명령에 대하여 상급심에 불복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그 점유를 회복할 수 없는 경우라고 할 수 없으므로 현실전손이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G. Cohen, Sons v. Standard Marine Insurance (1925) 30 C.C. 139.).
 
우리 법원 판례 중에 전손과 분손의 판단기준에 관한 것은 찾아보기 어려우나 강학상 잔존물의 경제적 가치 즉, 회복능력과 회복가치의 유무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므로 위 영국 판례들이 일응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4. 추정전손
 
가. 추정전손의 정의
 
영국 해상보험법(MIA) 제60조 제1항은 보험목적의 현실전손이 불가피하고 보여지기 때문에, 또는 비용을 지출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 비용이 지출되고 난 이후의 보험목적이 가액을 초과하는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현실전손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험목적을 위부(abandonment), 즉, 보험자에게 포기하는 것이 상당하다(reasonably)고 인정되는 경우가 추정전손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제2항에서 다음과 같은 세가지 경우가 추정전손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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