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2 14:05

기획/ 부산항 ‘컨’서비스, 아시아역내 늘고 동서항로 줄었다

부산항 주 536개 서비스 제공, 개항 이래 최대
터미널운영사, 중남미항로 컨소시엄 재편 향배 주목


부산항을 기항하는 컨테이너선 항로가 개항 이래 최대치인 536개를 기록했다. 최근 베트남과의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아시아역내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늘어났다. 하지만 미주와 구주를 잇는 동서항로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터미널운영사들은 선사들의 합종연횡과 4월부터 재편되는 중남미항로 컨소시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신규 손님을 맞이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기존 고객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동남아 서비스 ‘초강세’…북미지역 급감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 이용 실적 1000TEU 이상을 처리한 46개 선사 기준 올해 1월 부산항 컨테이너선 서비스는 지난해 주당 531개에서 536개로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4월에 실시된 얼라이언스 전면 재편과 글로벌 상위 선사 간 인수합병, 초대형선의 시장 진입 확대 등 급격한 해운환경 변화가 있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부산항을 이용하는 선사 수도 늘어났다. 독일계 선사인 하파크로이트가 중동계 선사인 UASC를 인수하면서 외국적 선사의 기항은 감소했지만, 신생 국적선사인 SM상선이 등장했고 장금상선의 자회사인 한성라인이 추가된 덕분이다.

선사별 서비스 변동은 동남아 한중 중동 러시아 아프리카항로가 늘어난 반면 북미 한일 대양주 남미 구주항로는 줄어들었다. 국적선사들은 동남아항로(베트남)와 한중일 연계 서비스를 강화하는 대신 한일노선을 축소했다. 현대상선의 서비스는 지난해 34개에서 48개로 대폭 증가했으며, SM상선은 11개 노선을 신설했다. 하지만 고려해운과 장금상선이 올해 각각 1개 2개의 서비스를 줄였고, 동진상선과 태영이 6개 9개씩 서비스를 줄였다.

외국적선사는 3개를 줄였다. 하파크로이트의 UASC 합병과 G6의 디얼라이언스 재편으로 북미서안 서비스가 축소됐고, 북미서·동안 펜듈럼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대신 머스크 MSC CMA-CGM APL 코스코 등은 부산항 기항을 늘렸다.

BPA 관계자는 “2016년 9월 한진해운 사태 이후 아시아역내지역이 크게 부상하면서 항로 서비스는 오히려 늘어났다. 물량이 증가한 점에서 소기의 성과로 볼 수 있다”며 “북미항로 서비스가 2016년 대비 크게 줄었지만 물동량은 368만TEU로 8.8% 증가했다. 화주들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부산항을 입항한 컨테이너선은 총 1만6000여척으로 집계됐다. 3만t급(총톤수·약 3000TEU급) 미만의 선박은 전체의 68%를 점유하고 있어, 한중일항로와 동남아시아를 기항하는 컨테이너선의 비중이 부산항에서 압도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18.9%)을 보이는 5만~10만t(약 5000TEU~1만TEU)급 미만 선박은 2946척으로 전년 2924척 대비 소폭 증가했다.

13만~18만t(약 1만3000TEU~1만8000TEU)급 미만의 대형선은 634척이 입항해 2016년 487척 대비 30.2%나 증가한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초대형선에 속하는 18만t급 이상의 선박은 157척으로 전년 138척 대비 약 13.8%나 증가했다. 하지만 점유율 2.1%를 보이는 10만~13만t(약 1만TEU~1만3000TEU)급 미만의 선박은 전년 426척에서 331척으로 22.3% 급감했다.

신항 터미널업계 ‘서비스 변동 無’

신항 터미널업계는 뚜렷한 서비스 변동은 없지만 최근 중국 설(춘절) 연휴에 따른 물량 밀어내기와 해무 등의 기상영향에 물동량 호조세를 맛보고 있다. 6개 선석으로 터미널 경쟁력을 갖춘 2부두 부산신항만(PNC)은 1월 물동량이 일부 감소했지만 계약선사인 디얼라이언스가 4월부터 스케줄 재조정에 들어가 물동량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PNC에 따르면 디얼라이언스는 기존 미주항로 서비스인 ‘PS6’의 수출입항로를 모두 운항했지만 4월부터 수입항로에서 부산을 뺀다. 하지만 부산을 기항하지 않던 ‘PN3’가 수출항로로 추가돼 미주서비스 수는 변화가 없다. 또 부산을 기항하지 않던 중동서비스 ‘MD1’이 추가로 PNC를 찾는다.

최근 디얼라이언스가 완하이라인과 공동 서비스 개시를 공표한 홍해서비스 ‘AR1’이 추가됐으며, 마닐라향 서비스는 북향만 있었지만 남향 서비스도 추가돼 전체적인 항로 서비스는 증가했다. 올해 물동량도 약 13만~15만TEU가 늘어날 거로 기대하고 있다.

 


3부두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은 2M과의 연간계약에 따라 꾸준한 실적상승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서비스 증가에 따른 실적 효과는 3월이 지나봐야 뚜렷할 전망이다. 머스크라인이 연간 하역료 인상율 책정을 앞두고 최근 부산에서 컨테이너 물량을 대거 처리하고 있어서다. 머스크가 HJNC에서 100만~150만TEU를 취급할 시 하역료 인상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인상율은 직전 1년 실적을 기준으로 정한다.

HJNC 관계자는 “2M 물량이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증가요인은 다양하다. 춘절 영향에 따라 물량을 밀어내거나, 중국 해무에 따른 기상악화로 부산에서 대신 물량을 취급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변수가 우리와 맺은 하역요율 계약 건이다”며 “3월이 지나도 물량이 전년 대비 떨어지지 않는다면 머스크의 노선 증가요인이 명확해질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구주 지중해 중동 아시아역내 미주 등지에서 물량을 골고루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미주노선에 상당한 강점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는 분석이다.

5부두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도 오션과의 연간계약에 따라 실적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항로서비스는 중국 코스코의 자회사인 코흥라인의 기항이 돋보인다. 코흥라인은 지난해부터 ‘AK3·5’서비스에 BNCT를 기항했지만 지난 1월부터 ‘AK4’서비스에도 피더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최근 1~2개월간 오션이 처리하는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BNCT 야적장은 평균 85%의 장치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물량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BNCT 관계자는 “오션이 5부두에 확실히 정착하면서 원양항로 물동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발 물량까지 몰리다보니 야적장이 컨테이너들로 빼곡하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함부르크수드 M&A로 중남미 기항부두 변화

신항 터미널업계의 이목은 4월에 있을 중남미항로 재편에 집중돼 있다. 머스크라인이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함부르크수드가 기존 컨소시엄 ‘ASPA’에서 3월 말까지 탈퇴해야하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수드가 머스크와 하나의 컨소시엄을 이룸에 따라 함부르크수드는 기존에 기항하던 PNC를 떠날 전망이다. PNC 관계자는 “함부르크수드가 남미서안 ASPA 서비스를 탈퇴함에 따라 함부르크수드의 중남미항로 서비스가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터미널업계는 함부르크수드가 머스크라인이 기항하는 1부두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이나 3부두의 기항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으며 화요일~목요일 입항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4부두 PSA 현대부산신항만(PSA HPNT)도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현대상선은 PSA와의 계약으로 대부분의 화물을 4부두에서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2M은 대부분 1·3부두만 기항하고 있어 4부두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4부두는 지난달 13만9000TEU를 처리해 물동량이 전년 동월 대비 51.1%, 전월 대비 23.6% 각각 하락했다.

ASPA1·2·3 서비스가 빠지면서 회원 선사였던 프랑스 CMA CGM, 중국 코스코는 대만 에버그린과 하나로 뭉칠 전망이다. 중남미항로에도 오션얼라이언스 선사들로 구성되는 셈이다. 해운항만업계에 따르면 CMA CGM과 코스코는 남미서안 서비스에 선박을 11척씩 따로 투입한다. 서비스의 목적지(POD)가 다를 뿐 선복은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

두 선사가 기항할 터미널은 기존에 기항하던 2부두나 4부두가 될 전망이다. 2부두에 따르면 코스코는 월요일에 수출항로가 입항하며 척당 1200TEU를 부산에서 하역할 예정이다. 물동량은 수출보다 북중국발 환적화물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CMA CGM은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수출입항로가 연속 기항하며 수출입물량으로 처리할 물동량은 약 5000~6000TEU로 전망된다. 연간 50만TEU에 달하는 물량이다.

PNC 관계자는 “CMA CGM과 코스코 등이 부산발 남미서안 서비스를 PNC에서 기항할 거로 보여 올해 중남미항로의 물동량 실적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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