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3 09:35

“부지 전면개장으로 올해 68만TEU 달성 기대”

위클리이사람 /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 영업운영담당 최효민 상무
깊은 수심·최첨단 하역시설 마련해 원양노선 유치 본격화

한진그룹 창업주 정석 조중훈씨에게 인천은 뜻 깊은 지역이다. 1966년 6월 베트남 퀴논항에서 대형 갠트리크레인이 컨테이너를 하역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는 컨테이너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귀국 후 한진의 첫 해운사인 대진해운을 설립해 컨테이너선 운용을 꿈꿨지만 우리나라의 열악한 항만하역시설에 컨테이너선 운용은 쉽지 않았다. 그가 인천내항 4부두에 국내 첫 컨테이너 전용 민자부두를 구축하게 된 계기다.

1974년에 개장한 내항 4부두는 수십년간 수도권 화물을 처리해오다 남항 북항 신항이 잇달아 개장하면서 그 역할을 바톤터치했다. (주)한진은 내항 4부두에서 누렸던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며 지난해 3월18일 신항에서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을 부분 개장했고, 이번 달부터 전면개장에 나섰다. HJIT 최효민 상무는 올해 기대 예상인 68만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며 2020년까지 최대 처리능력인 120만TEU를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Q. HJIT에 대해 소개 바란다.

지난해 3월18일 전체 안벽 길이 중 절반인 420m만 부분 개장해 첫 운영에 들어갔다. 안벽 갠트리크레인(STS) 7기, 레일형 자동화 크레인(ARMGC) 14기가 하역을 책임졌다. 지난 1일 나머지 부지 380m를 추가 개장하면서 총 안벽길이 800m, 3선석으로 확장됐다. 8기의 ARMGC가 조만간 추가 도입될 예정이며, 추후 6기가 도입돼 총 28기를 운영할 계획이다. 터미널을 7블록으로 나눠 블록당 2기씩 배치하는 셈이다.

전면수심은 16m로 1만2000TEU급 이상의 대형선박도 접안이 용이하다. 화물처리능력은 연간 120만TEU로, 올해 68만TEU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드 전체면적은 48만㎡, 장치능력은 4만2000TEU다. 화물집하장(CFS)은 1650평 규모로 연간 60만t을 처리할 수 있다.

Q. 주요 기항 선사 및 노선은?

주요 기항 선사는 머스크 코스코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동진상선 이리슬(IRISL) 등으로 12개 노선 주 14항차가 취항하고 있다. 특히 중국계 선사가 주 6항차 기항하고 있다. 주력 노선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중국 상하이이며 멀리는 중동지역까지 기항하고 있다.

Q. 올해 HJIT의 성과는?

인천항의 전체적인 물량 증가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처음에는 부분개장으로 시작했다. 총 안벽의 절반인 420m면 화물처리능력이 60만TEU에 불과한데, 개장 2년도 안 돼 60만TEU 이상을 달성했다. 해운경기가 불확실한 요즘 2년차에 목표량을 달성한 건 소기의 성과라 볼 수 있다. 한진 소속의 숙련된 운영요원과 장비기사들이 HJIT에 대거 투입됐기 때문이라 본다.

물론 힘들었던 점도 있다. 올 초부터 물동량이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야적장의 혼잡도가 심각해졌다. 한때는 장치율이 최대 90%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럭의 적하·재적재(턴어라운드) 시간을 30분미만으로 목표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터미널이 완전 개장되면서 혼잡도는 55~60%까지 크게 줄었다.

Q. HJIT의 전면개장이 갖는 의미는?

과거 인천항엔 대형 선박이 접안할 시설이 없어 원양선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1만2000TEU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선석과 수심을 갖췄고, 전면개장으로 초대형 하역시설도 추가 구축하게 됐다. 이번 전면개장으로 선사와 화주들은 물류비 절감, 높은 터미널생산성을 누리게 될 것이다.

Q. 최근 중국·동남아지역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예상 컨테이너 물동량은?

10월까지는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68만TEU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인천항 물동량이 310만TEU로 예상되는 가운데 HJIT는 약 23%의 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Q. 주요 기항 노선이 아시아역내로 국한돼 있다. 부지 전면개장 및 추가 하역시설 투자에 대한 부담도 있을텐데…

양날의 칼이다. 당장 우리는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고 선사들은 구항보다 비싼 하역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HJIT의 생산성은 구 남항보다 약 30% 높고, 육송 턴어라운드 시간은 30분 미만이다. 남항의 턴어라운드 시간이 최대 3시간씩 걸릴 때도 많아 보이지 않는 물류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역물량이 뒷받침되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신항도 첫 개장 당시엔 물량부족으로 적자행진이었지만 지금은 요율이 안정화되면서 그나마 제값받기가 가능해지지 않았나. 좀 더 기다리면 인천항도 큰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Q. 중국 사드보복에 따른 피해가 있나?

몇 달 동안 사드영향으로 줄어드는 물량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HJIT는 물량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는 데 그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엔 어렵다. 최근 대중국 교역량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인천항 물동량 증가에 주된 견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Q. 이란 국적선사인 이리슬의 물동량 처리실적은 어떤가?

이란 경제제재 당시 이리슬은 모든 수출입 선대운영을 중단했다. 그러다 이란 경제제재 완화 소식이 들렸고 이 항로를 꿰뚫던 영업팀이 발 빠르게 대응해 이리슬이 인천항에 격주간 입항하게 됐다. 이리슬은 HJIT를 접안하는 선박 중 가장 큰 6000TEU급 선박 6척을 투입하고 있으며 한 항차당 2400~2500TEU를 하역한다.

Q. 인천항은 국내 2대 항만이다. 하지만 화주와 선사들의 부산항 편중 현상은 여전하다.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하나?

인천항이 수도권 관문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미주와 구주지역 모선 유치에 힘써야 한다. 현재 미주향 선박은 현대상선의 주 1항차 노선 밖에 없다. 화주입장에선 일주일에 한 번 밖에 선적하지 못하는 인천과 수 척이 오가는 부산항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만큼 수요는 확실하다고 본다.

문제는 수출화물이 인천에 집중되지 않다보니 선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점이다. 인천은 수입화물 55 수출화물 45의 비율로 수출이 부족하다보니 수출길에 오를 때 10% 차이만큼 공컨테이너를 싣는 실정이다. 인천항의 수출입 격차를 줄여야 한다.

Q. 인천항의 원양항로는 미주노선과 중동지역에 국한돼 있어 노선 확대가 시급한데…

대형 선사들이 생각하는 글로벌스탠더드를 충족해야 한다. 첫째, 선사들은 접안의 정시성과 선석 우선 배정이 가능한 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인천항 수심은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최저 16m를 유지하며, 최대 25m까지 깊어져 대형 선박이 접안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접안료와 각종 항만부가비용이 부담이다 보니 선석당 시간당 몇 개를 처리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한진의 경우 선석 생산성은 STS(갠트리크레인) 한 기당 30개 이상이다. 지난달엔 시간당 32개를 처리했다. 글로벌스탠더드를 맞춰야 유수의 외국적 선사들이 미주와 구주항로를 기항할 선박을 배선할 거라 본다.

Q. 향후 계획은?

HJIT의 내년도 목표 물동량은 82만TEU, 2019년 95만TEU이며 2020년엔 터미널 최대 처리능력인 120만TEU를 목표하고 있다. 항만공사에 따르면 2021년께 400만TEU까지 달성이 가능할 거로 보고 있는데 미주와 구주노선이 인천항을 신규 취항하게 되면 목표 물동량 달성 시기는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거로 기대된다.

Q. 업계나 항만당국에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인천신항 배후부지 매립작업은 조속히 마무리돼야 한다. 부지 조성이 지연되고 있는데 현재 HJIT의 처리능력은 120만TEU다. 지금은 야적장에 여유가 있지만 인천항의 물동량 성장세를 고려하면 머지않아 추가 장치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처리능력 이상의 물량을 처리하려면 결국 터미널 내 컨테이너 장치일수를 크게 줄이는 것 외엔 큰 방법이 없다. 그 점에서 배후부지를 빨리 조성해 공컨테이너를 장치할 수 있는 백업CY를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터미널 내 위험물시설 조성 문제다. 터미널 규격에 맞는 위험물처리장을 추가 조성하라는 게 정부 입장인데 우리로선 이미 플래닝을 마무리한 터라 공간마련이 어렵다. 터미널 보관이 어려운 위험물은 외부 지정 장소를 추가 건설해 한 군데에서 처리하는 게 낫다고 본다. 인천지역 터미널운영사들이 위험물창고 부족을 호소하는데 정부와 항만당국이 위험물 처리시설 구축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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