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중항로는 휴가철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하락세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취항선사들은 7월에 다소 호전되던 수출항로 물동량이 8월 들어 전 달 대비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7월이 휴가철을 앞두고 식료품과 잡화 등의 ‘밀어내기 화물’이 나오면서 선전했다면 8월엔 공장이 본격적으로 휴지기에 돌입하면서 ‘수요 실종’ 상황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선사 관계자는 “사드 사태로 한중항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이지만 7월은 비수기치고는 예년에 비해 견실한 모습을 보였다”며 “하지만 8월 들어서면서 휴가철이 본격화된 까닭인지 10% 이상 물동량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중항로 수출물동량은 4월 이후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한 뒤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6월 한 달 한중 수출화물 수송실적은 17만7500TEU로, 1년 전의 19만500TEU에 비해 6.9% 감소했다. 국적선사 실적은 3.4% 감소한 2만2600TEU, 외국선사 실적은 7.4% 감소한 15만4900TEU였다.
해양수산부 자료는 상하이 이북 지역 항만을 대상으로 하는 황해정기선사협의회 (황정협) 데이터와 달리 우리나라와 중국 전 지역을 오간 물동량을 집계하고 있다. 황정협 집계치에선 수출화물이 4월과 5월에 각각 4.6% 5.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 항만 대상이 다소 다르다고 할지라도 수출화물 감소폭이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주로 나가는 자동차와 석유화학제품(레진) 고철(스크랩) 폐지 등이 모두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 물동량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수요가 줄어든 게 원인이다. 현대자동차 베이징 공장과 기아차 옌청(염성) 공장의 가동률이 크게 하락한 결과 국내 협력사가 중국으로 보내는 관련 화물도 동반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선사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고의적으로 통관을 까다롭게 해 한국 화물의 중국내 반입을 교묘히 막고 있다”고 전했다.
고철과 폐지의 부진은 중국정부의 환경 규제가 주요인으로 보인다. 중국정부가 9월부터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해 수출항로 부진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주요 주요 선사들의 고철과 폐지 수송 의존도는 꽤 높은 실정이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스크랩과 폐지는 수출화물 전체로 볼 때 10% 가량 차지하는 걸로 파악된다”며 “선사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추석 연휴와 중국 국경절이 껴 있는 10월에도 시황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여 선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은 10월1일 정부수립일을 기념해 이후 일주일간을 공휴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수요 약세에도 불구하고 수출항로 운임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계약운임의 경우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달러를 기록 중이다. 반면 상하이항운거래소가 발표한 수입운임은 이달 들어 135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 3월 이후 160달러대를 유지하다 지난달부터 서서히 하락세를 띠고 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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