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4 10:21

기고/ 지중해에서 침몰한 밀항자들의 ‘유러피언 드림’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1)
법무법인 충정 성우린 변호사
▲ 성우린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전 팬오션에서 상선의 항해사로 근무하며 벌크선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다양한 선종에서 승선경험을 쌓았다. 하선한 이후 대한민국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로펌에서 다양한 해운·조선·물류기업의 송무와 법률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Get out of the ship!”

필자는 2010년 7월 새벽 2시경 북아프리카 알제리의 오랑(Oran, Algeria)항에서 산적화물선의 2등항해사로 화물당직을 서고 있었다. 그 때 누군가를 발견하고는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그는 누구일까? 그는 상선의 선미갑판(Poop deck)에서 부두로 내어져 있는 선미줄(Stern line)을 타고 상선에 잠입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그는 부두에서 선미줄을 타고 이미 중간을 넘어선 시점이었기 때문에 수면에서 약 10미터 가량 떨어져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외침을 듣자마자 바다로 헤엄쳐 부두로 도망을 쳤다.

상선에 잠입을 시도한 그가 저 멀리 부두로 헤엄쳐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북아프리카의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을 꿈꾸는 밀항자들 중 한 명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필자는 그 날 새벽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오랑항의 현지 화물감독과 북아프리카에서 밀항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화물감독은 필자에게 ‘가난에 지친 일부 알제리 사람들이 오랑 항만의 관계자들과 유럽(특히, 이탈리아)으로 향하는 상선에 대한 정보를 거래한다’, ‘상선 잠입에 성공하더라도 항해 중에 발각되는 경우, 선장이 지중해에서 밀항자를 아무도 모르게 짐짝처럼 바다에 내버리는 경우도 있다’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필자는 화물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남미에서 출항하여 지브롤터(Gibraltar) 해협을 거쳐 북아프리카 항구에 입항하기 위하여 아름다운 지중해의 연안을 통과할 때 느꼈던 황홀한 감정과는 달리 누군가에게 지중해가 생존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투(死鬪)를 펼쳐야 할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인 2016년 북아프리카에서 유럽 등으로 밀항을 시도하다가 선박이 지중해에서 침몰하여 연간 사망한 사람의 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명을 넘겼으며, 올해 6월에도 지중해에서 사망한 난민의 수가 20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혀졌다.

유럽 국가들이 밀항으로 인해 수만 명의 난민들이 발생하여 수용이 어렵다고 아우성이지만, 밀항자에 대한 인권은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밀항자들의 유로피안 드림이 지중해에서 침몰하고 있다.

밀항자가 이처럼 급증하는 상황에서, 선박에서 항해 중 밀항자를 발견하는 경우 국내 선사가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IMO(국제해사기구)는 2002년 밀항자 처리에 관한 기준과 권고사항을 포함한 해상교통간소협약개정안을 채택하여, 묵시적 수락절차에 따라 2003년 국제적으로 협약을 발효하여 밀항자에 대한 최초의 국제적 강행규범이 되었다.

개정협약의 주요 조항에 따르면, 선박의 기국은 선장으로 하여금 선박 내에 있는 밀항자의 복지와 안전을 보장하도록 하여야 하고, 비상시나 본인의 숙소준비 외에 선박에서 밀항자에게 노동을 시켜서는 아니 된다.

또한, 밀항자가 발견된 이후에는 첫 번째 기항항에서 관계당국이 자국 법령에 따라 밀항자가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검토하고, 첫 번째 기항항에서 하선이 거부된 경우 다음 기항항, 밀항자의 국적국 또는 영주권국, 당초 승선하였던 항구의 국가의 순서로 송환되어야 한다.

그리고 밀항자가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기 전까지는 선주가 관련 비용을 부담하고, 그 이후는 난민지위를 인정한 국가에서 부담한다. 밀항자에 대한 난민지위가 거부될 경우에도 선주는 그 이후 밀항자의 송환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선사는 이와 같이 밀항자가 선박에서 발견되는 경우 그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송환될 때까지의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밀항자로 인하여 선사에 발생하는 경제적인 부담은 상당하다. 이를 대비하여 선주상호보험(P&I Club)은 대부분 선박운항과 관련하여 밀항자로 인하여 발생한 모든 비용 및 손실에 대하여 담보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선사는 선박에서 밀항자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선주상호보험에서 선사가 청구한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하여 거부할 수도 있음에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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