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제2회 항만물류 세미나에서 발표자 및 토론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지난해 한진해운 회생절차 개시로 화주와 물류업계는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미국의 하역회사들이 작업비 지급 보장을 요구하며 하역을 미뤄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물류대란으로 이어졌다.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은 화주들에게 해운업전체에 대한 불만을 키웠고,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정기선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마지막 항차에 소요될 하역비만 지급됐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은 새로운 제도설치에 대한 필요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일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열린 제 2회 항만물류세미나에서도 한진해운 사태이후 하역비 지급을 보장하는 보험 혹은 기금제도의 설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인천항만공사(IPA)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해상법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서는 정기선분야에서 하역작업비 지급이 보장될 필요성, 항만물류관련 분쟁해결약정 및 해사분쟁해결수단 설치의 필요성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한진해운 물류대란 재발방지 하역기금’ 제도 절실
이 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인현 교수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선사의 마지막 항차에 대한 하역비 지급을 보장하는 보험이나 기금제도를 설치해 한진해운과 같은 물류대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역비지급 보장제도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선사의 마지막 항차의 하역작업비가 적용대상이다. 2항차 3항차 전에 밀린 하역비는 선사의 책무로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어 제외되며 하역료 외에 수출입에 영향을 주는 도선료, 예선료, 강취방비용 등도 추가 보장이 필요하다. 또한 얼라이언스로 공동운항하는 선사의 선박에 실린 화물도 이 제도의 적용대상이 된다. 선사들이 단독운항에서 얼라이언스로 운항형태를 전환하면서 A선사가 운송인이지만 선복교환으로 B선사에 화물이 실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역비지금 보장제도는 책임보험과 이행보증보험 등 보험제도와 기금제도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책임보험의 경우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는 정기선사이며 보험사고는 회생절차신청이 돼 하역사는 마지막 항차 하역비를 책임보험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행보증보험은 보험계약자는 정기선사가 되고, 피보험자는 하역회사가 돼 하역료미지급이 발생할 경우 정기선사는 하역료지급의무가 생긴다.
기금제도는 가입자는 정기선사가 우선 대상으로 가입자인 정기선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하역료를 기금에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기금 가입자는 높은 신용을 갖게 돼 미가입자는 불리하게 된다. 하역사의 작업비 지급보장제도가 도입되면 하역사는 보험자나 기금운용자에게 비용을 직접 청구할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선사의 법정관리와 무관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어 물류대란을 피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한진해운 물류대란 피해액이 3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어난 데는 하역거부가 원인이다.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었더라면 물류대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정기선사의 해외 화주에 대한 신용도를 높이게 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위해 이 제도가 해운법에 입법화 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하역비지급 보장제도는 개별 선사의 문제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무역업계 전체의 일이라고 인식되면 정부에서 개입이 가능해 강제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 후 토론회에 참석한 선주협회 조봉기 상무도 “하역비 지급보증 기금제도에 대해 우리나라만 나선다면 효력이 미미하다”며 “전 세계 모든 항에서 모든 선주가 이행하기 위해서 국제적인 공인을 받아 진행돼야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는 “한진해운 물류사태는 밀린 하역료가 많아, 마지막 항차 하역비 지급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선사들에게 마지막 항차에 대한 보험 내지 기금조성을 통해 정상적인 하역작업이 진행 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지만 항만에서도 위급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하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해운조합의 김창진 실장은 “회생절차에 들어간 선사의 마지막 항차에 소요될 하역비용이 선박의 우선특권으로 인정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 부담을 떠안을 보험사는 없을 것”이라며 “국제협약이나 국내법으로 보장돼 기금으로 운영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해사법원 부재로 외국에 넘어가는 해상사건 수두룩
세미나에서는 항만이나 물류분야에서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국내 해사법원 설립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선박보유량 무역규모에 비해 국내에서 처리되는 해상사건의 수는 적다. 대부분의 운송관련 분쟁은 영국의 해사중재에서 처리되고 있어 법률비용의 해외유출과 함께 경쟁력도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해사법정중재활성화 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한국해법학회 최세련 상무(명지대 교수)는 “중국에는 약 40개의 해사법원이 설치 돼있어 연간 1만6천건의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 해사법원을 설치하면 사건에 대한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전문법관에 의해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하며 해사법원 설립을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 현행법상의 전문법원은 가정법원과 행정법원, 특허법원이 존재하고 있으며 올해 회생법원이 개원했다. 하지만 해상사건이 일어나도 전문법원이 없는 경우 관할합의를 통해 다른 국가로 사건이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해 해사법원 설립의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소재지를 두고 다소 이견이 보인다. 부산권에서 해사법원 유치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다. 김영춘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부산진구갑)은 해사법원을 부산에 설치하고 관할을 전국으로 한다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대표 발의했다.
반면 최세련 교수는 해사법원 소재지는 해상사건이 많은 지역, 접근 용이성, 저렴한 비용,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본원을 대법원이 있는 서울에 두고 부산과 광주에 각각 지원을 두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해사법원 관할 구역을 전국으로 해 각 지원과 중첩 관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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