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들의 영원한 숙제는 신사업 개발이다. 파트너 모색, 화주·물량 창출, 물류 루트 등 포워더들은 신사업 개척에 대한 구상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수출 물량 감소와 포워더 증가라는 악재에도 기업들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돌파구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로 창립 10돌을 맞은 ‘위드로지스틱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신규업체 개발에 이어 올해도 해외 파트너와 긴밀한 공조를 통해 회사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김창균 대표이사는 1990년대 기륭통상에 입사한 뒤 티오피해운항공, 케리항운 등을 거쳐 포워딩업계에서만 30년간 몸담은 ‘물류맨’이다. 미주와 동남아시아를 주력으로 회사를 키워온 김 대표는 LCL화물(소량화물)과 FCL(만재화물) 해상운송 서비스로 화물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동남아에서는 원·부자재를, 미주에서는 전자 등의 화물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미주 서안을 시작으로 회사를 출범시켰지만 최근 동남아시아행 물량이 크게 증가한 덕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됐다.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를 잇는 삼국간 무역도 회사의 수익 개선에 큰 보탬이 되는 ‘효자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상 부문에서 화물을 유치해 온 김 대표는 향후 항공으로 눈을 돌려 수익성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한진해운 사태를 계기로 장기적으로 항공사업부를 재편해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항공물류업계는 반사이익 효과를 톡톡히 봤다.
납기일이 최우선인 화주에게 한진해운 침몰은 그야말로 ‘비상사태’나 다름없었다. 뱃길을 통한 물류망이 차질을 빚자 화주들은 부랴부랴 항공편을 통해 미국으로 화물을 띄웠다. 항공 부문에서 화물 점유율을 끌어올리길 고대했던 위드로지스틱스도 ‘때아닌’ 호재를 누렸다. 해상에 치우친 사업구성 비율을 골고루 맞출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약이 된 것만은 아니다. 대체 선사 수배와 해상운임 급등으로 여느 포워더와 다르지 않게 위드로지스틱스도 부담을 떠안게 됐다. “어느 포워더든 컨테이너 박스 1~2개 이상은 한진해운 배에 실렸다. 국내 1위 선사가 한순간에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나. 우리에게 화물을 맡겼던 화주와의 비용 전가 문제는 업계의 공통 관심사였다.”
해상운임 급등은 인상분을 화주에게 적용해야 하는 포워더로서는 골칫거리다. “운임 인상분을 화주에게 적용하지 못한 까닭에 수익이 줄어든 기업들이 많다.” 다만 김 대표는 현저히 낮은 해상운임이 올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몇십달러 수준을 보이는 동남아시아와 과거에 비해 턱없이 낮은 미주항로의 해상운임이 ‘정상궤도’로 진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CBM당 50달러였던 미주 운임이 지금은 25~30달러에 머물고 있으니 포워더들이 수익을 남길 여력이 더더욱 없다. 모든 지역에서 운임이 천천히 오르길 고대한다.”
10년 새 꾸준히 늘어난 건 ‘포워딩업체’
10년 전에 비해 달라진 물류 환경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포워더를 꼽았다. 2007년 2700여개에 달했던 포워더는 10년 새 4000여개를 훌쩍 넘어섰다. 수출 물량 증가세 역시 크게 둔화된 한편, 경쟁해야할 플레이어가 줄지 않은 탓에 기업들은 화물을 쪼개가져 가야할 형편이다. “무역수지가 흑자행진을 기록하고 있다는 뉴스가 매번 나오고 있지만, 올 들어 수출입업계 최전선에 있는 포워더들은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포워딩업계의 높은 이직률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단순히 이직을 뛰어넘어 새로운 기업을 차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기존 회사에서의 영업망을 그대로 들고 나가 새로운 둥지를 튼다는 점이다. 이렇다보니 신규 물량 창출이 아닌 기존 먹거리를 나눠 갖는 구조가 돼 기업들의 수익 악화가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포워더들의 시장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생 기업의 출현은 운임 덤핑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결국엔 모두가 손해를 떠안는 실정이다.”
김 대표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물류대란이다. 지난해에는 육상과 철도에서 파업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물류기업들과 화주들이 겪는 시름도 깊어져만 갔다. “운송사업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수익성으로 번진 파업이지만 사전에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의 많은 노력과 중재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 대표는 ‘위드(with)’라는 상호명에 걸맞게 임직원들과 더불어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내걸었다. 회사 안이 건실해야 외부에도 좋은 기운을 널리 퍼트릴 수 있다는 의미다. 매달 생일자를 위해 한 번씩 회식을 연다는 김 대표. 지금은 10년이지만, 앞으로도 직원들과 영원히 튼튼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우리 직원들이 회사를 일궈왔기에 지금의 회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해 나가는 위드로지스틱스를 지켜봐 달라.”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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