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5 09:49

벌크선 시장 턴어라운드 ‘폐선에 달렸다’

컨테이너선 시장, 대형선 인도 앞두고 긴장

선복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벌크선 시장이 올해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는 폐선에 달려있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컨테이너와 탱크선 시장은 상황이 좋아지지 않거나 시황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올해 선박 인도가 대거 이뤄지며 시황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벌크선 시장, 본격적인 시황회복은 2018년부터”

올해 벌크선 시장은 폐선량과 세계 경기회복이 시황의 회복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 또한 올해부터 적용되는 평형수처리장치 규제로 어느 정도의 폐선이 이뤄질지도 시황 향방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벌크선 시장 평균 건화물선 운임지수(BDI)는 전년 대비 7% 하락한 668포인트를 기록했다. 2016년 473포인트를 시작으로 2월에는 지수 개발 이후 사상 최저치인 290포인트로 곤두박질 쳤다.

바닥을 친 BDI 운임지수는 600~800포인트로 반등했고 4분기 이후 시장 수요 증가로 1250포인트를 상회했다. 전반적으로 공급보다는 수요 부진으로 침체된 수준이나, 3월 이후 상승흐름이 나타났다. 수출입은행 양종서 연구원은 “벌크 시황은 올해 느린 회복 가능성이 있다”며 “폐선량과 세계 경기 회복이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벌크선 폐선은 대부분 1분기에 집중됐다. 2015년 한 해 동안 벌크선 해체량이 95척 전후였던 것에 비해, 지난해 1~4월은 150척에 이르렀다. 2013~2014년에 대량 발주된 선박의 인도로 공급압력이 높은 상황이다. 벌크선사들은 선령이 높은 선박을 중심으로 전체 선복량의 약 5%에 가까운 폐선을 결정하며 공급과잉에 대응했다.

이러한 선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시황은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벌크 물동량이 전년보다 더 둔화된 탓이다. 양 연구원은 “물동량 증가가 2%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되므로 공급 조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시황이 전년보다 개선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운임이나 용선료가 3월 이후 완만한 상승흐름을 나타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배경으로는 상반기에 집중된 폐선과 하반기에 나타난 물동량 증가가 원인인 것으로 지목했다. 유럽의 석탄과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증가한 것이 운임 수준을 크게 호전시켰다.

양 연구원은 올해 초까지 빠르게 하락하던 용선료와 운임을 고려하면 최근 시황은 바닥을 지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경제 성장률은 2017년 이후 호전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교역량 증가율도 3%대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경제 전망이 실현되고 지난해 수준의 폐선이 지속된다면 느린 속도지만 시황 회복이 서서히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시황 회복은 2018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이후 벌크선 발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2018년 공급압력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2018년 공급압력이 낮아지면서 올해 완만한 회복흐름이 시작된다면 벌크선 시황 호전은 지속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컨테이너선 탱크선 전망 ‘먹구름’

컨테이너선 시장은 용선료 운임 모두 약세이며 올해 시황 개선은 어려울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중국컨테이너선운임지수(CCFI)는 전년 대비 19% 낮은 수준이며, HRCI 역시 완만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15년에 발주된 컨테이선 인도가 올해 몰리며 시황은 좋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머스크라인이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2만TEU급 컨테이너선과 자국 조선소와 건조계약을 체결한 코스코의 2만TEU급 초대형 선박 등의 인도 소식이 연이어 진행될 예정이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물동량 증가율이 낮은 가운데 선복과잉이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양 연구원은 2014년 발주량이 비교적 적어 금년도 선복 증가율은 물동량 증가울 3%를 하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중국발 운임 CCFI는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진해운 사태로 8월 이후 반등했지만 12월 중순 기준 770포인트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황회복의 걸림돌은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을 웃도는 선복 상승률이다. 양 연구원은 “시황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운임이 워낙 낮은 순이라 추가 하락한다해도 큰 폭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탱크선 시황 역시 선복공급이 시황 회복의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탱크선 시장은 지난해 양호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선복공급이 크게 증가하며 시황이 하락했다. 그는 올해 탱크선 시장은 추가적인 시황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많은 양의 수주잔량이 쌓여 있고 선복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2~3%p 상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선령이 낮은 선박이 주를 이루고 있어 추가적인 공급조절이 쉽지 않다는 점도 시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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