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선업협동조합 김일동 이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가스공사가 벌이고 있는 ‘갑질’ 행태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가스공사는 대한해운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현대상선 현대엘엔지해운 SK해운 등으로 구성된 국적LNG운영선사위원회 주관 하에 인천·평택 LNG(액화천연가스) 기지를 입출항하는 선박에 대한 예선사업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전국 예선업자를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해 인천과 평택에서 각각 5척의 예선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입찰은 항만마다 예선업을 별도 등록토록 한 현행법에 반하는 데다 터무니없는 요율을 강요해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 이사장은 남은 임기 동안 가스공사의 예선 선정 입찰을 바로잡아 시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Q. 예선업협동조합 이사장에 취임한 지 4년차를 보내고 있다. 소감은?
제가 이사장에 취임한 지 벌써 3년6개월이 지났다. 올해 6월이면 4년간의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제일 먼저 전국에 산재한 조합원사를 방문해 현안사항을 듣고 앞으로 조합이 나갈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했다. 이를 토대로 조합원사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예선료 인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용자측과의 수차례 협의를 거쳐 2015년 7월1일자로 평균 6.8% 인상을 이끌어 냈고 예선사용료할인율(V/D)도 조정해 조합원사의 경영에 보탬이 되도록 했다.
아울러 조합의 이미지와 정체성을 제고하기 위해 CI(기업이미지통합)를 새롭게 제작해 대외홍보 등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홍보용 동영상도 제작해 예선업이 어떤 사업인지 쉽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등록제도 개선을 조합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각 항만별로 예선업을 등록하도록 돼 있는 현행 제도가 시행된 지 20여년이 지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개인적인 사업보다는 전체 조합원사에서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고 안정적으로 예선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Q. 해운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예선시장 상황은 어떤가?
지난해 우리나라 양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상선은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단계에 있지만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국내 해운경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 국적선사가 휘청거리는데 영세한 우리 예선업계는 오죽하겠나? 큰집이 잘 살아야 작은집도 혜택을 보고 일거리를 맡는데 침체돼 있는 국내 해운경기가 우리 예선업계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돼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Q. 예선업계와 조합이 당면한 현안은 뭔가?
최근 몇 년 사이 무분별한 신규 사업자 진입 등으로 인해 예선 공급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항만에 입출항하는 선박은 예선의 증가에 못 미치고 있어 업체간 경쟁은 과거에 비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조합에선 관련 업·단체에 예선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중앙예선운영협의회와 협의해 예선료를 인상해 왔다.
그러나 자유계약제인 일부 항만에선 선주와 대리점이 예선업자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선택하다보니 경쟁이 심해져 정상적인 요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조합에선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예선업체간 경쟁을 진정시키기 위해 공정거래규약을 제정해 널리 알리고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 긴급 임시총회를 소집해 타 항만 신규 진입을 자제하자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일부 기업이 이를 지키지 않고 다른 항만으로 진출해 사업을 하는 등 시장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쉽게 예선업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선박입출항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 항만마다 특성과 현실에 맞게 업체와 예선 척수가 적절하게 조정돼야 하는데 현 제도는 그렇지 못하다. 무분별하게 신규 진입과 예선 공급 증가가 이뤄지면서 경쟁은 갈수록 더 치열해 질 거로 보인다.
조합에선 항만별 물동량 등을 고려해 예선 수급계획을 수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선박입출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의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이 지난 4일 대표 발의한 법 개정안은 현재 해당 상임위에 제출돼 있다. 빠른 시간 내에 선박입출항법 개정안이 통과돼 지급보다 나은 환경 속에서 조합원사가 안전하게 예선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Q. 대형화주인 가스공사의 갑질이 예선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선박입출항법은 대형화주나 조선업체 외항해운기업은 예선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이 있는 대형화주 등이 예선업에 진출해 시장질서가 파괴되는 걸 막고자 법으로 묶어 뒀다. 예선업계는 전체 시장 규모가 약 3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5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영세한 중소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현재 가스공사 LNG선이 내는 예선료는 연간 300억원을 넘는다. 우리 조합원사 입장에서 가스공사는 가장 영향력이 큰 대형화주이자 고객이지.
헌데 가스공사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예선시장을 교란하려고 해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 예선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입찰에서 가려 뽑은 업체에게 인천과 평택을 드나드는 LNG선의 예선 지원을 맡기겠다고 한다. 명백한 법 위반이다. 현행법은 각 항만별로 예선업을 등록하도록 돼 있다. 가스공사는 감사원 지적사항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엔 항만별 예선을 전국으로 개방하란 내용이 없다.
중앙예선운영협의회에서 예선요율을 결정하도록 한 규정도 무시하고 있다. 중앙예선운영협의회에서 정한 LNG선의 예선사용료는 한 항차당 약 7600만원 정도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자의적으로 요금을 산출해 국적선엔 척당 10만원을 받고 외국적 선박엔 9000만원을 받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외국적선과 국적선을 차별해 예선요율을 적용하는 건 WTO(국제무역기구)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다. 가스공사는 선박입출항법을 위반하고 지방예선운영협의회에서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는 예선 사용 절차도 지키지 않으면서 예선시장에서 슈퍼갑질을 하겠다는 거다.
저는 우리 조합원사 전체 대표로서 가스공사의 횡포와 부당성을 알리고자 감사원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런 사실을 언론사에 알리기도 했다. 제 임기가 5개월여 남아 있지만 조합 이사장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인천·평택 LNG 기지 예선 입찰을 바로잡아 시장을 지키도록 하겠다.
Q. 예선업법 도입이 추진되다 무산된 것으로 안다. 재도입을 추진할 계획인가?
4~5년 전 항만법에 있던 예선 관련 규정이 법 체계상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예선법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다. 법률 자문도 받고 했지. 하지만 해수부가 항만법에 있던 예선 규정을 새로 제정한 선박입출항법으로 이관하면서 독립적인 법제화 추진은 보류됐다.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선박입출항법 개정안은 등록제도 등 전반적인 예선운영 개선 내용을 담고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임을 말씀 드린다.
Q. 예선료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불황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국내 최대 선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해운 환경이 좋지 않다. 경기 불황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점을 고려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예선사용료 인상은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 다만 영세한 우리 조합원사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인 만큼 해운 경기 흐름에 맞춰 요율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Q. 정부에서 추진 중인 자유계약제 중심의 예선 개편이 업계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들린다.
각 항만별 특성과 여건을 고려해 지방예선운영협의회에서 공동배선제나 자유계약제를 선택하고 있다. 일부 항만의 경우 전용 계약 등의 이유로 두 제도가 혼용되고 있기도 하다. 공동배선제 항만은 사용자의 요청에 따라 신속하고 안전하게 예선을 지원하는 등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
자유계약제 항만은 사용자의 권한이 크다 보니 조합원사끼리 서로 과열 경쟁을 하는 등 다소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그 나름대로 지킬 건 지키면서 원활하게 예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합에선 자유계약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항만별 특성과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인 예선 운영 방식을 정착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검토해 왔다. 국회에 제출된 선박입출항법 개정안은 기존 지방예선운영협의회에서 결정하던 예선 배정을 앞으로는 예선업자가 단독으로 하도록 했다. 다만 사용자에게 미리 공표한 경우 공동으로 예선을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사용자의 요구 등으로 개별 예선업자가 자유롭게 단독으로 예선을 지원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다 보면 자칫 공동배선제로 유지되던 항만이 자유계약제로 전환될 소지가 충분하다. 앞으로 정부와 잘 협의해서 미비한 사항을 수정하고 보완해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조합의 중단기 사업계획은?
지난 2002년 협회에서 조합으로 전환했다. 조합으로 바뀌면서 공동구매 등의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돼 자립도와 위상이 높아진 데다 조합원사 회비 부담도 줄어들었다. 그동안 조합에선 수익사업 창출을 위해 여러 검토를 했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못 내고 있다. 현재는 유류 및 보험 등의 공동구매사업이 가장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선박·선원 보험료 공제사업을 올해 추진하고자 한다. 물론 충분한 타당성 검토가 있어야겠지. 인적 물적 요소들이 충족돼야 실현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서두루지 않고 차근차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예선 운영 현황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 IT(정보기술) 강국임에도 예선업계 네트워크 환경은 열악한 형편이다.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사업은 정부와 조합원사간 협의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지금 당장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화하려고 한다.
Q. 정부나 업계에 당부하실 말씀은?
예선업은 각 항만별 허가제로 운영되다 지난 1995년 등록제로 전환된 이후 사업자가 난립하게 됐고 과당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과당경쟁은 덤핑과 리베이트 등을 발생시키고 저가계약에 따른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 예선업계가 영세해지면서 노후 예선을 교체하지 못해 결국 서비스 질도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선업은 항만 내 공공성이 강한 사업이다. 무분별한 등록을 막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은 꼭 필요하다. 정부도 예선업체 난립이 항만 안전에 큰 위험 요소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예선업 등록기준 개선안 등이 포함된 선박입출항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면 일부 외국적 중소형 선사나 지방대리점이 고의적으로 예선료를 체납하거나 고의 부도 등의 방법으로 아예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고의적으로 예선료 납부를 지연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업체들은 자구책으로 예선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협조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 아울러 조합원사간 제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 경쟁 등을 자제하고 상생 협력할 수 있도록 만나서 소통하는 기회를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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