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30 10:31

SK해운등 국내선사, 돈안되는 벌크선 '팔자勢'

이달 들어 벌크선 14척 컨선 2척 해외로 매각 또는 폐선

우리나라 선사들이 해운불황에 따른 실적 악화로 선박 매각을 확대하고 있다. 이달 들어 16척의 선박이 외국으로 팔려나갔다. 매각은 벌크선에 집중돼 있다. 특히 SK해운은 벌크선 사업을 크게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여 해운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K해운을 비롯해 창명해운과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이 11월 한 달 간 잇따라 선박을 처분했다. 한진해운과 창명해운이 법정관리에 따른 채권단 측의 채권 추심이 선박 매각의 이유라면 SK해운과 현대상선은 선대 감축 또는 자산 유동화가 배경이다.

SK해운, 벌크사선대 3분의 1 매각

SK해운은 벌크선 8척을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케이프사이즈 5척과 수프라막스 3척이다. 우리나라 성동조선해양을 비롯해 중국 양저우다양조선 저장정허조선 등에서 2010~2012년 사이 지어진 선박들이다. SK해운 벌크사선대의 3분의 1이 매각된 셈이다. 최근의 선박 거래 중 최대 규모다.

SK해운은 이번 거래 전까지 25척의 벌크선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대부분 소유권이전부나용선(BBCHP) 방식으로 도입한 것들이다. 15만t(이하 재화중량톤)급 안팎의 <케이피닉스> <케이태안> 2척만 등기부에 SK해운이 소유자로 등록돼 있다.

SK해운이 내다 판 선박은 대부분 그리스 선사의 차지가 됐다. 특히 캐피털파트너스는 SK해운의 주력 선대인 케이프사이즈 선박 3척을 일괄 구매했다. 17만9000t급 <케이인데버> <케이어드벤처> <케이앰비션> 등이다.

이밖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그리스 선주사들이 17만9000t급 <케이파운데이션> <케이익스플로러>, 5만8000t급 <케이코럴> <케이앰버>를 사들였다. 비(非) 그리스계 선사로는 싱가포르 MT마리타임의 자회사인 스트래티직벌크캐리어스(SBC)가 5만6000t급 <케이페리도트>(사진) 1척을 인수했다.

선가는 수프라막스 선박은 830만~850만달러, 케이프 선박은 2125만~2350만달러로 형성됐다. 영국 선가조사기관인 베셀즈밸류닷컴에서 제시한 가격과 대동소이하다. SK해운이 이번 거래로 벌어들인 수익은 총 1억3850만달러(약 1620억원)에 이른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매각된 선박은 모두 한국선급(KR)에서 선급증서를 취득했다. 한국선급으로선 선박 대량 이탈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SK해운의 벌크선 중 20척이 한국선급에 입급돼 있다. 나머지는 미국선급(ABS) 3척, 일본선급(NKK) 2척 등이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매각된 선박들이 선급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인수한 선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일각에선 SK해운의 행보를 두고 벌크선 부문 철수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SK해운은 올해 3분기까지 벌크선 부문에서 467억원의 손실을 냈다. 앞으로도 벌크선 시장의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이 선사의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선박 매각과 관련해 SK해운은 답변을 회피했다.

창명해운 올해 13척 처분

법정관리 중인 창명해운은 수프라막스 선박 3척을 매각하고 케이프사이즈 선박 1척을 폐선업자에 넘겼다.

5만7000t급 벌크선 <시에스데이지> <시에스브레이브> <시에스챔프>가 익명의 선주사에 팔렸다. 이들 선박은 창명해운의 BBCHP 선대로, 지난 2010년 저장정허조선소에서 나란히 지어졌다.

선순위 채권자는 우리은행, 후순위 채권자는 세계로선박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이 투자한 바다로선박펀드다. 지난달 650만달러에 팔린 <시에스아잘레아>의 자매선이다.

선가는 척당 700만달러(약 82억원)로, 베셀즈밸류닷컴에서 평가한 920만달러보다 200만달러 이상 낮다. 신조선가인 3700만달러에 견줘 5분의 1 수준이다.

이와는 별도로 15만1000t급 <시마치>는 파키스탄 폐선업자에 팔렸다. 가격은 573만달러(약 67억원)로 파악된다. 이 선박은 창명해운이 소유자로 등록돼 있는 사선 중 산업은행과 산은캐피탈이 채권을 갖고 있는 노후선으로 1995년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에서 건조됐다.

이로써 이 선사는 올해에만 13척의 선박을 팔았다. 자산 유동화로 조달한 자금은 총 1억1135만달러(약 1300억원)다. 상반기에 케이프사이즈 노후선 5척을 폐선 처분했으며 16만9200t급 <시위너>호(현 타이거릴리)를 그리스 선주사인 스텔스마리타임에 매각했다.

9월엔 농협은행이 선순위 채권자인 17만9600t급 벌크선 <시아틀라스>와 <시블로섬>을 우리나라 팬오션과 홍콩 파이브스타스푸젠에 1860만달러 1890만달러를 받고 팔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된 배들이다.

창명해운은 앞으로 벌크선 7척, 초대형유조선(VLCC) 1척 등 총 8척의 선단으로 회생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중 벌크선대는 케이프 2척, 캄사르막스 2척 핸디사이즈 3척 등이다.

현재 사선대는 BBCHP를 포함해 벌크선 12척 초대형유조선(VLCC) 1척 등 총 13척 132만t이다. <시마치>처럼 산은이 채권자인 7만1400t급 <시아이리스> 4만5600t급 <시프렌드> 등 2척도 연내 폐선 처분될 예정이다.

한진해운, 실소유선박 3척중 2척 폐선

현대상선은 짓고 있던 신조 캄사르막스 벌크선 2척의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이 인수를 안하자 중국 장수신양쯔장조선소는 그리스 선사인 차터월드쉬핑에 선박을 리세일(전매)했다.

매각된 선박은 8만1800t급 <현대프린세스> <현대그란데>호다. 선가는 각각 1890만달러(220억원) 2010만달러(235억원)로, 시장 평가보다 100만~200만달러 높다. 신조선들은 내년 1분기에 선사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소유주로 등록돼 있는 컨테이너선 3척 중 2척을 폐선시켰다. 해당 선박은 5300TEU급 <한진파리>와 4000TEU급 <한진로스앤젤레스>다. 선가는 각각 747만달러(약 87억원) 558만달러(약 65억원)였다. 한진해운이 실소유한 나머지 1척인 <한진로마>호는 아직까지 싱가포르에 가압류돼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채권단은 선박 매각을 통한 채권 회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66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대한해운에 넘기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며, 하나은행은 17만9100t급 벌크선 <한진케이프램버트>호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하나은행은 해당선박을 두고 인도선사 그리스선사 등과 두루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거래를 확정짓지 못했다. 매각 과정에서 싱가포르선사인 이스턴퍼시픽쉬핑(EPS)이 자신들과 거래를 확정한 상태에서 제3자인 그리스 캐피털마리타임에 매각하려고 한다며 영국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BDI(건화물선운임지수)가 올해 평균 600선에 머무는 등 벌크선 시장이 최악의 불황을 보이고 있다”며 “선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산인 선박 매각에 나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평균 BDI는 637로, 기존 사상최저치였던 지난해의 717을 80포인트 가량 밑돌고 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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