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8 16:48

중남미 비관세장벽, “팁 알고 가세요”

‘멕’ 진출시 6600여개 NOM규제 충족해야

6억명의 소비자, 1인당 GDP 1만불의 중남미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중남미는 중산층 인구와 30세 미만의 젊은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중요한 교역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對(대) 중남미 무역수지도 1987년부터 2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장 먼저 체결한 국가도 남미 서안에 위치한 칠레였다. 2004년 칠레FTA를 시작으로 페루, 콜롬비아와 FTA를 차례로 맺었다. 향후 중미 6개국, 에콰도르와의 FTA 체결을 앞두고 있으며 중남미 10개국과의 협정을 맺을 예정이다. 지난 14일 열린 제20차 한·중남미 비즈니스포럼에서는 중남미 진출 기업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남미 국가들이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중남미가 질적 변화를 겪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날 포럼의 좌장을 맡은 KIEP의 권기수 미주팀장은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거시경제 지표가 부진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려면, 숨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방’의 PA VS ‘보호’의 메르코수르
 
사회주의 보호무역 물색이던 남미지역은 최근 ‘핑크타이드(온건 사회주의)’의 물결이 옅어지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회주의‧보호무역 색채가 강한 동안의 브라질,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창립하면서 남미 경제권을 장악했으나 오랜 보호무역으로 대외신인도가 추락했다. 이때부터 멕시코, 콜롬비아, 칠레, 페루를 주축으로 한 서안 국가들의 연합체인 태평양동맹(PA)이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지난 2012년에 출범한 PA는 자유시장·자유무역 정책 등을 내세워 메르코수르 경제구조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투자기업에 친화적이며, 시장 진출 장벽도 낮다. 우리나라와는 멕시코를 제외한 3개국이 FTA를 체결했고, 무관세율은 92%에 달할 정도로 시장 친화적이다. 4개국 인구는 2억1600만명으로 중남미 전체 인구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중남미 전체 경제력의 90%를 차지하는 메르코수르와 PA 두 경제 공동체의 향배를 가른 것은 무역 규제다. 박종근 코트라 해외진출종합상담센터장은 “PA 국가들은 개별 국가와 FTA가 가능한 데 반해 메르코수르 국가들은 동맹국 간 무역에만 골몰해 왔다”며 “메르코수르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개별국가와 FTA가 가능하도록 협의에 나섰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비관세장벽’에 대한 주의 기울여야
 
중남미 국가들의 비관세장벽도 교역량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경희대 곽재성 교수는 비관세장벽 중에서도 기술장벽(TBT) 규제를 국내 기업들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TBT 규제는 미국 브라질 중국 등 수입을 많이 하는 국가일수록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의 경우 TBT 규제 신고 건수가 지난 20년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19건의 TBT를 신고해 비관세장벽 중 72%를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정수기 내장형 냉장고 수출을 예로 꼽을 수 있다. 지난 2013년 6월 국내 한 기업은 브라질로 정수기 내장형 냉장고를 수출하기 위해 각종 인증절차를 통과했으나 수출에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브라질 정부가 급작스레 정수기에 대한 안전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복 인증을 거쳐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해당 제품에 대한 중복 규제를 우리나라 국가기술표준원에 철회해달라고 신청했지만 멕시코 규제당국의 적합성 인증은 12월이 돼서야 받을 수 있었다. 인증을 받기까지 6개월이나 걸린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의 대표적인 공장으로 자리잡은 멕시코도 비관세장벽이 크다. 멕시코 표준(노르마 오피시알 멕히카나)으로 불리는 ‘NOM’은 대표적인 무역 장벽이다. 특정 기업이 멕시코를 진출하기 위해서는 6600여개에 달하는 NOM을 충족시켜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 멕시코에 공장이 있어야만 수입 통관이 수월하다. 곽 교수는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기지가 없는 기업의 완성차에 대해서는 수입에 제재를 가한다”며 “공장이 있는 기업이더라도 수입 완성차에 20~30%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멕시코행 해상수송에서 반조립제품(CKD)과 자동차 부품 수출이 많은 것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현지로 진출한 점도 있지만 이러한 비관세장벽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고차 수출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 외에는 금지돼 있어 국내 중고차 기업들의 현지 수출은 사실상 어렵다. 이러한 비관세 장벽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일자리 정책과도 연관성이 있다. 멕시코 현지에 공장을 세운 외국계 기업에겐 부지 무상 제공과 법인세 면제 등 각종 우호적인 기업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공장을 세우면 고용창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곽 교수는 “중남미 국가들의 각종 기술장벽과 무역장벽을 어떻게 타파할 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며 “시장 진출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근 코트라 센터장은 “한국기업의 경쟁력이 높은 자동차부품, 전자부품, 기계류가 앞으로도 밝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PA 국가들의 성장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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