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7 14:59

“한진해운 살려내라” 부산시민 500명 상경투쟁

물류대란 야기한 정부‧한진그룹 규탄...국가 망신
단순 금융논리 벗어나 실질적인 회생방안 마련촉구
 
▲ 오늘(7일)오후 2시 서울 서소문동 대한항공빌딩앞에서 한진해운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 500여명이 한진해운 사태를 야기한 한진그룹에 책임을 물으며 투쟁을 벌이고 있다.
 

생활의 터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부산항만 및 시민단체가 서울 서소문 대한항공빌딩앞에서 대대적인 투쟁에 나섰다.

부산항만업계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모인 ‘한진해운 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 500여명은 7일 오후 2시 서울 칼빌딩 앞에서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한진그룹의 책임을 물으며 집회를 열었다.

이날 부산비대위는 “금융위원회는 제조업과 글로벌네트워크 물류사업인 해운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 제조업을 구조조정 하듯이 우리나라 1위, 북미항로 5위, 세계 7위 국가기간물류사업망인 한진해운을 아웃시켰다”며“직격탄을 맞고 있는 부산항은 물동량 감소, 지역 관련업체 줄도산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신청후 청산의 기로에 놓이면서 해운항만업계는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한진해운의 물동량을 가장 많이 처리했던 부산항은 한진해운발 쓰나미를 맞을 위기에 처했다. 한진해운이 쓰러지면 연간 7~8조원 손실이 발생하고, 부산에서만 2천3백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비대위 박인호 공동대표는 “법원이 한진해운의 회생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만큼 금융위원회와 조양호 회장이 사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부산항만산업협회 김영득 회장은 이날 투쟁에서 “오늘 너무도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수출입화물을 가득 싣고 오대양을 누벼야 할 한진해운 선박들은 지금 미국, 중국 등 15개 외국항만에서 억류되거나 입항이 거부돼 ‘떠돌이 배’신세로 전락하고, 선원들은 생필품마저 공급이 끊겨 국제 미아가 될 처지에 놓여 있고, 우리 항만산업은 물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50억원에 이르는 대금을 받지 못함에 따라 영세업체의 줄도산과 대량 실직사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동안 어렵게 쌓아 올린 해운강국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려 구축한 글로벌 물류네트워크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국가의 대외 신인도 마저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금의 한진해운의 상황은 정말로 절박하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지나 가고 시간이 흐를수록 한진해운의 청산 가능성은 높아간다”며 “이렇게 물류대란을 야기하고 국민경제를 혼란스럽게 만든 금융당국과 한진그룹을 강력히 규탄하며,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진해운 사태  '최은영, 조양호' 책임져라 일갈
비대위는 물류대란과 심각한 후유증을 예견하지 못하고 결단을 내린 금융당국의 안이한 결정을 질타하며 지금이라도 정부당국은 정책을 수정해 긴급 금융지원 등 한진해운의 종합적인 회생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진해운을 위기에 빠트린 최은영 전회장에 대해서도 ‘먹튀 최은영’ 구호를 외치며 각성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이런 어리석고 미련한 조치를 반드시 철회시켜야 한다. 정부는 아집과 자존심 때문에 객관적인 근거와 업계와 학계전문가들의 반대를 외면하고 잘못된 정책을 계속 추진해서는 안 된다. 미주와 유럽의 해운업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를 만든 우리를 바보라고 한다”며 “정부와 한진그룹, 국민과 우리나라 해운항만업계가 함께 이 사태를 수습하자. 우리나라 해운산업, 항만산업, 부산경제, 국가경제의 파국을 막아 우리나라와 국민의 위기극복능력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부산비대위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시 부산항의 환적화물은 60%까지 급감해 부산항과 항만관련산업이 직격탄 맞아 부산 경제는 회복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오늘의 부산항이 있기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한진해운에 3,000억원 지원을 아끼려다 국내 해운업 전체가 붕괴되어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대량실업이 초래될 수 있는 비극을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산비대위는 결의문에서 “사재출현을 포함 한진그룹의 보다 강력한 자구책 마련이 있기 까지 우리 부산시민 모두는 결사항쟁의 의지로 끝까지 투쟁하고, 법원이 한진해운의 회생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만큼 단순한 금융논리에서 벗어나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한진해운 살리기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항만하역산업 및 부대사업에 종사하는 업체들의 문제에 대하여 공동으로 대응하고 국가 기간산업 붕괴 방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 할 것을 결의한다”며 “우리는 정부 및 금융 당국, 채권단이 단순한 금융논리에서 벗어나 산업경쟁력 강화 차원의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한진해운 회생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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