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판결
【사 건】 201571가단15694 손해배상(기)
【원 고】 고000 주식회사
【피 고】 주식회사 쉥0000
【변 론 종 결】 2016년 4월29일
【판 결 선 고】 2016년 5월27일
【주 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피고는 원고에게 미합중국 법화 26,000.04 달러 및 이에 대해 이 사건 지급명령 정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8.22자에 이어>
1. 들어가며
이 평석의 대상은 운송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의 제척기간에 대해 논한 판결이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5가단15694).
2. 사실관계
사실관계의 개요는 아래와 같다:
1) 이 사건의 원고는 자동차부품 수출회사이고, 피고는 운송주선업자이다.
2) 원고는 2011년 5월경 세르비아의 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 사이에 자동차부품을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2011년 7월경 피고와 사이에 위 자동차부품(이하 ‘이 사건 운송물’이라 한다)을 대한민국 부산항에서 선적해 크로아티아 리제카항까지 운송한 후 소외 회사에게 인도하는 내용의 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했다.
3) 원고는 2011년 7월25일 피고에게 운송료를 지급하고,2011년 7월26일 피고로부터 선하증권을 교부받았다.
4) 원고는 소외 회사로부터 이 사건 운송물에 대한 물품대금 잔금을 지급받지 못해 이 사건 운송물이 리제카항에 도착한 이후에도 위 선하증권을 소외 회사에게 교부하지 않은 채 계속 소지하고 있었다.
5) 원고는 피고가 위 선하증권과 상환으로 이 사건 운송물을 인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선하증권 소지하지 않은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운송물을 인도하는 바람에 결국 소외 회 사로부터 위 물품대금 잔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위 물품대금 잔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3. 법원의 판시
법원은 우선 원고의 이 사건 소가 상법 제814조 제1항 소정의 제척기간인 1년이 경과한 이후에 제기된 소로서 부적법하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해 판단했다. 그 판시는 아래와 같다:
상법 제814조 제1항 본문은 “운송인의 용선자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를 불문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위 조항은 청구원인이 채무불이행책임이든 불법행위책임이든 관계없이 그리고 운송인의 악의냐 고의 여부 등을 묻지 아니 하고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7년 4월11일 선고 96다42246 판결 참조),여기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은 통상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쫓아 이행됐으면 인도가 행해져야 했던 날을 말하는데, 운송물이 멸실되거나 운송인이 운송물의 인도를 거절하는 등의 사유로 운송물이 인도되지 않은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위 규정의 제소기간이 도과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7. 11. 28. 선고 97 다28490 판결, 2007년 4월26일 선고 2005 다505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건대 이 사건 운송물이 소외 회사에게 인도됐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갑 제5호증의1 내지 3, 제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운송물은 소외 회사에게 인도되지 아니한 채 도착지 보세창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소의 제814조 제1항 소정의 제척기간은 ‘운송물을 인도할 날’을 기준으로 그 도과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인데, 갑 제6호증,을 제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 를 종합하면 이 사건 운송물이 2011년 7월26일 부산항에서 선적된 사실, 이 사건 운송물의 리제카항 도착예정일(ETA)이 2011년 8월24일이었던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운송계약이 그 내용에 쫓아 이행됐으면 2011년 8월24일 무렵 소외 회사에게 이 사건 운송물의 인도가 행해져야 했다 할 것이어서 ‘운송물을 인도할 날’은 2011년 8월24일 무렵이라 할 것인바, 그로부터 1년 이 경과된 이후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됐음은 기록상 분명하므로, 결국 원고가 피고에게 해상운송인으로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는 제척기간이 경과된 후에 제기돼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4. 판결의 의의
가. 우선, 이 판결은 운송인 책임의 제척기간에 관한 것이다. 상법 제814조 제1항 본문은 “운송인의 용선자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를 불문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나. 기간에 관해서는 소멸시효제도와 제척기간제도가 있다. 소멸시효란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됨으로써 법률상의 권리가 소멸되는 것을 말한다. 제척기간이란 일정한 권리에 대해 법률이 예정하는 권리의 존속기간이다. 제척기간에는 소멸시효와 달리 기간의 중단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위 상법 제814조의 권리는 ‘소멸한다’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제척기간으로 보는 것이 판례와 학설의 태도이다. 권리의 행사를 위해서 재판상 청구가 필요하다.
다. 위 제척기간의 기산점, 즉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은 운송물이 실제로 인도된 ‘인도한 날’ 또는 운송물이 인도될 예정이었던 ‘인도할 날’이 된다. 운송물이 언제 실제로 인도됐는지 입증할 수 있다면 그 날을 기준으로 해 1년의 제척기간이 진행된다. 만약, 운송물의 실제 인도 시점을 알지 못하는 경우, 즉 운송물이 전손상태이거나 그 외의 사유로 인도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운송물을 인도하기로 했던 날인 운송물의 ‘인도예정일’이 제척기간의 기산점이 된다. ‘인도예정일’이 언제인가는 객관적으로 납득가능한 수단을 통해 입증하면 될 것인바, 본건에서는 화주에게 안내한 운송물의 운송스케줄표로 ‘인도예정일’의 입증을 했다.
라. 제척기간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재판상 청구’, 즉 소송의 제기가 있어야 한다. 당사자 간의 배상협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제척기간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므로, 제척기간의 도과를 멈출 수 없다. 제척기간이 지나면 권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므로, 그 전에 반드시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단,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제척기간은 당사자 간의 합의로 연장할 수 있으므로 (상법 제814조 제1항 단서), 연장이 필요할 시 기간 연장 합의서를 작성해 두어야 한다.
마. 제척기간은 소송 요건 중 하나로서, 제척기간을 지키지 않은 소송은 주장의 이유 여부를 살피지 않고, 각하의 대상이다. (위와 같은 제척기간 연장 합의서를 작성해 두었다가 연장된 기간 후에 비로소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원고는 이를 필히 제출해야 함은 물론이다.) 제척기간 미준수의 경우, 소 제기를 한 사람이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제기한 사정-본건에서는 운송인이 선하증권 원본과의 교환 없이 무단으로 운송물을 반출했다는 점-에 대해서 법원은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제척기간 미준수를 이유로 부적법 각하할 뿐이다.
바. 운송인에 대한 청구가 있는 경우, 제척기간이 준수됐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제척기간 미준수의 소 제기는 각하를 면치 못하므로, 운송인으로서는 쉽게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평석 대상 판결은 이러한 점을 명백히 해주는 데에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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