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경영난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국내 조선업의 올해 1분기 선박 수주량이 15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조선사들은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을 쓸어담았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32만CGT(77척)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801만CGT(347척)에 비하면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1분기 전 세계 조선사들의 수주실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중국이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까지 중국은 114만CGT(35척)로 전 세계 선박의 절반을 수주하며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놓았다. 크루즈선 건조 조선소를 보유한 프랑스는 33만CGT(2척), 이탈리아는 21만CGT(3척)를 수주하며 중국의 뒤를 이었다. 한국과 일본은 1분기에 각각 17만1천CGT(8척) 13만3천CGT(7척)를 수주했다. 한국의 분기 수주실적이 20만CGT를 밑돈 것은 2001년 4분기(9~12월)의 16만5천CGT(9척) 이후 처음이다.
국내 조선 ‘빅3’에서는 현대중공업만 6척을 수주했을 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하며 부진했다. 지난해 231만CGT(60척)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올해 3월엔 9만CGT(5척)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올해 3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47만CGT(수정환산톤수·45척)로 집계됐다. 발주사들은 지난 1월 27만CGT(15척), 2월 58만CGT(17척)와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선박을 전 세계 조선소에 발주했다.
올 들어 부쩍 선박 발주량이 발주한 것도 모자라 수주잔량 감소 추세도 계속되고 있다. 2016년 3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1억261만CGT로 전월 1억416만CGT 대비 약 155만CGT 감소했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 3756만CGT, 한국 2759만CGT, 일본 2144만CGT 순이다. 한국의 수주잔량은 2004년 3월말의 2752만CGT 이후 12년 만의 최저치다. 지금과 같은 수주실적을 보인다면 향후 1~2년내 조선소 도크가 빌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분기 선박 인도량은 한국이 343만CGT(99척)로 313만CGT(186척)를 인도한 중국에 앞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3월에도 선가 하락이 계속됐다. VLCC(초대형 유조선)는 2월에 비해 척당 150만달러가 하락했으며, 수에즈막스급과 아프라막스급 유조선도 각각 100만달러씩 줄었다. LNG선도 2월에 비해 척당 100만달러가 하락했으며, 컨테이너선의 경우 주요 선종에서 모두 2월에 비해 척당 50만달러 선가하락이 확인됐다. 클락슨 선가지수도 130으로 지난 달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다.
선박수출 3개월 연속 하락
선박인도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한 우리나라는 3개월 연속 선박 수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월 선박 수출액은 25억7천만달러로 전년 대비 28.9% 급감했다.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이며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 3월 36만2천만달러를 기록해 11%의 성장을 보인 때와는 대조적인 결과다.
산자부는 “전년 3월은 고가 해양플랜트가 다수 포함됐으나 올해 3월은 해양플랜트 1척을 제외하고 상선 위주 수출로 수출 감소한 게 실적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선박 수출 급감에 우리나라 수출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15개월 연속 전년 동월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3월 수출은 430억달러를 기록,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수입 역시 332억달러로 13.8% 뒷걸음질쳤다. 13대 주력 품목의 수출 감소율은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3월도 9.5%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석유제품(-41.6%), 석유화학(-9.0%), 평판DP(-24.2%) 등 단가하락 품목과 선박(-28.9%)이 감소세를 주도했다. 반면 철강과 무선통신기기는 전년 대비 각각 14.7% 19.9%의 증가세를 지속했다.
산자부는 “3월 수출은 세계 경기부진, 저유가, 주요품목 단가하락 등 부정적 여건 지속에도 불구, 4개월만에 감소율이 한 자리수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수출 품목(소비재 수출 종합대책 추진), 시장(중국·이란·인도 등 전략시장 개척활동), 주체(중소중견 내수기업의 수출기업화), 방식(온라인 수출지원 강화)혁신을 통해 수출 회복을 위한 범부처 정책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전시회 등 마케팅 지원을 2배 이상 확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연구개발·인력·금융)을 수출기업에 집중, 찾아가는 수출지원 서비스를 통한 수출기업 애로해소 등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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