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항로 취항선사들이 기대했던 중국 춘절 특수는 없었다.
1월초 선사들은 물량강세에 낮은 운임을 내고 있는 분기계약 화주에 대해 선복량 제한을 걸며 춘절 직전까지 수요강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 춘절 연휴를 겨냥한 물동량 증가세는 단 3주에 그쳐 선박 가득 화물을 실어보려는 선사들의 단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2월 한국발 북유럽지역 취항 선사들의 소석률(선복대비화물적재율)은 9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수요가 뒷걸음질치자 해상운임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유럽항로 운임은 지난해말 20피트컨테이너(TEU)당 1232달러대까지 상승하며 큰 운임인상폭을 그렸다. 하지만 1월초에는 900달러대로 하락했고 이후 매주 운임하락세를 거듭하다 월말에 가서는 4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1년 전만해도 1천달러 이상에서 형성되던 유럽항로 운임은 반토막났다.
2월 들어서도 운임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상하이항운거래소가 2월5일 발표한 상하이발 북유럽항로 운임(스팟)은 20피트컨테이너(TEU)당 전주 대비 38달러 감소한 431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지중해항로 운임도 TEU당 454달러로 전주 488달러에서 34달러 하락했다. 2월 설 연휴로 줄어든 물동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선사들은 일시적으로 블랭크세일링(임시결항)에 나섰지만 운임하락을 막지 못했다.
선사들은 3월1일부로 TEU당 900달러의 GRI를 예고했지만 시황 저조가 이어지면서 3월 중순으로 운임인상을 연기했다. 한 선사 관계자는 “3월은 보통 물동량이 늘어나는 시기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연기된 GRI를 시장에 적용하기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드류리는 2016년 아시아-북유럽 계약운임은 낙관적일경우 평균 FEU당 900달러 대에서 결정돼 선사들이 14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했다. 해상운임이 다시 400대에서 형성되고 있지만 중국 춘절 이벤트를 끝으로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현재로선 없는 상황이다.
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이 2월 임시결항을 통해 일시적인 선복을 줄였지만 운임하락은 지속됐고 3월도 큰 변동은 없어 보인다”라며 “아무래도 5월까지는 시황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선복량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 올해도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컨테이너트레이드스타터스틱스(CTS)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유럽항로 물동량은 전년대비 3.7% 하락한 1480만TEU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0.8% 하락한 360만TEU를 기록했다. 유럽항로는 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에도 더디지만 꾸준한 성장을 유지해왔다. 2014년과 2013년의 7.2% 5.2% 성장률과 비교되는 수치다.
올해는 중국 춘절전 밀어내기 물량을 제외하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저조한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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