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선사들이 북미동안과 북유럽 항로의 아시아향 노선에서 파나마와 수에즈 운하를 대체할 항로를 모색하고 있다. 늘어나는 항해 거리는 저유가로 상쇄하고, 운하 통항료를 없애 비용절감을 꾀한다.
시인텔 마리타임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선사들이 파나마와 수에즈 운하를 경유했던 전통적인 노선에서 벗어나 복항에서 남아프리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운하를 이용하지 않고 아프리카를 돌아올 경우 운항 거리는 늘어나지만, 벙커(연료유)가격 하락으로 비용이 상쇄된다. 시인텔은 “양대 운하는 큰 타격을 입겠지만, 선사들에게는 꽤 경제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아-북유럽 서비스 가운데 복항에서 남아프리카 노선을 이용하는 곳은 CKYHE 얼라이언스의 NE5, NC6와 오션3의 FAL8/AEX1/AEC1다. 선사들은 2015년 10월 말부터 항로를 변경하기 시작했다. 현재 115척의 선박이 수에즈와 파나마 운하 대신 남아프리카를 경유하고 있다. 시인텔은 2015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컨테이너 선박이 줄어든 데는 이번 서비스 변경의 영향이 일부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에즈운하청에 따르면, 2015년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컨테이너 선박은 전년 대비 2.8% 하락한 5894척으로 집계됐다.
시인텔은 현재 북미 동안-아시아 서비스 중 남아프리카를 이용함으로써 잠재적으로 비용 절감이 가능한 14개의 서비스를 선정했다. 14개 중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서비스는 8개, 수에즈 운하는 6개였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서비스의 경우, 복항에서 남아프리카 항로를 활용하게 되면 1회당 평균 38만달러(한화 약 4억7000만원)를 절감할 수 있다. 수에즈 운하를 1년 52주 중 50회 운항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900만달러(약 234억원)가 감축된다. 이 수치는 톤당 150달러의 벙커유, 추가 거리 1500해리, 평균 속도 15.7노트(수에즈 운하의 경우 13.7노트)를 가정한 결과다. 아시아-북미 동안 서비스에 배치된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평균 46만5000달러다. 시인텔은 수에즈 운하가 비용 절감을 상쇄하는 차원에서 통행료를 많게는 절반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유럽-아시아에서는 8개 서비스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비스들은 남아프리카를 이용할 경우 추가 벙커비용 32만8000달러를 지불해야 하지만, 수에즈 운하를 이용했을 때의 73만달러와 비교해 더 경제적이다. 최근 선사들의 재정 상태와 낮은 성장률을 고려했을 때, 유럽향 노선에서 남아프리카 경유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시인텔은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선사들이 유럽향 서비스에서도 항로 변경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왕복 운항에서 1~2주를 추가해 서비스 속도는 늦추되, 비용은 절감하는 방식이다.
또한 시인텔의 분석에 의하면, 아프리카를 돌아갈 경우 잠재적으로 선박 60~80척이 줄어든다. 선복과잉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비용절감의 부담을 환경이 떠안는다는 점이 문제다. 북미동안-아시아 서비스가 남아프리카 노선을 이용할 경우, 파나마 운하를 5100톤, 수에즈 운하보다는 1700톤의 추가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한다. 북유럽-아시아 서비스가 남아프리카를 경유하면 평균 6800톤의 CO₂가 더 늘어난다.
< 박채윤 기자 cy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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