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즈(SEALS)는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일본계 해운물류기업이다. 자동차선과 초중량물 중심의 해운사업과 프로젝트화물 운송에 강점을 띤 물류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일본 요코하마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오사카 규슈 및 우리나라와 중국 미국 폴란드 태국 필리핀 등 세계 7개국에 지사망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창립 8년차에 접어든 2013년에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국내 물류시장 공략에 나섰다. 다니우치 고에쓰(谷內孝悅) 사장은 3년 전 실즈코리아 출범식에서 “회사 이름인 실즈는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전략(Strategic) 엔지니어링(Engineering) 진보(Advance) 물류(Logistics) 공급(Service)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전략적인 엔지니어링과 선진 물류를 한국에서도 선보이겠다는 각오였다.
실즈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자동차선 노선을 운영 중이다. 자동차 4000대를 실을 수 있는 3만5000t(이하 총톤수)급 선박 〈살지터〉(SALZGITTER)호를 비롯해 5척의 선박들이 싱가포르를 비롯해 수빅(필리핀) 양곤(미얀마) 치타공 몽글라(이상 방글라데시) 함반토타(스리랑카)를 취항하고 있다. 이 가운데 1~2척은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와 케냐 탄자니아 모잠비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들른다. 10살의 일본 해운기업은 벵골과 서남아시아 중동을 잇는 자동차선항로에서 1~2위에 올라 있을 만큼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 실즈의 3만500t급 자동차선 〈살지터〉호가 마산항에서 굴삭기를 선적하고 있다. |
국내외 대형 화주 유치
실즈는 한국에서도 지사 출범과 동시에 해운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했다. 국내 중량물 수송 시장의 가능성을 크게 본 까닭이었다. 하지만 미처 준비가 되지 않아 차일피일 미뤄지다 지사가 설립된 지 2돌 되던 지난해 8월30일 드디어 첫 선박이 우리나라에서 뱃고동을 울렸다. 실즈는 처녀취항 이후 매월 말 한두 차례씩 인천항과 마산항을 꼬박꼬박 들르며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실즈코리아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장화석 이사는 기자와 만나 올해부터 한국시장에서 해운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자동차 시장 성장과 EPC(설계조달시공)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해외플랜트사업에 기대가 크다. 이달에도 선박 입항이 예정돼 있다. 월말께 3만5000t급 <르망익스프레스> (LE MANS EXPRESS)호가 인천과 마산을 입항할 예정이다.
장 이사는 지난 6개월 동안의 자동차선 영업을 통해 국내외 굴지의 화주기업들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공략 대상은 중장비와 프로젝트화물들이다. 특히 굴삭기와 중고 지게차 등 중장비 상당수가 실즈의 자동차선에 실려 해외 각지로 나가고 있다. 세계적인 중장비생산업체인 V사, 국내 선두권 플랜트기업인 D사 등이 실즈 배를 이용 중이다. 이들과의 거래 덕분에 월간 실적이 6000CBM(㎥)을 돌파했다. 짧은 운항 이력에 미뤄 준수한 실적을 내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해운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해외지사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요. 한국의 경우 8월 첫 취항 이후 월 평균 3000~4000CBM가량 화물을 싣고 있습니다. 처음에 고개를 갸우뚱 하던 화주분들도 지금은 꾸준한 운항일정과 안정적인 서비스에 마음을 돌리고 있어요. 올해는 국내 물량 비중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장 이사는 일본기업 특유의 높은 신뢰도와 섬세한 서비스로 화주들의 마음을 얻겠다고 말했다. 입항 날짜를 예고해 놓고도 영업이 되지 않으면 뱃머리를 돌리는 들쑥날쑥한 영업행태가 눈에 띄는 자동차선 시장에서 실즈는 스케줄에 맞춘 안정적인 서비스로 점유율을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매년 5월 본사에서 해외지사들이 전원 참석하는 영업 회의를 하는데요, 지난해 회의에서 한국지사가 목표를 잡은 게 있어요. 바로 중고자동차 운송시장에서 ‘넘버원’을 하겠다는 거였죠. 갑자기 경기가 안 좋아져서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다시 풀리면 좋아질 걸로 보고 정기서비스를 하려고 합니다. 시장 상황에 상관 없이 꾸준히 실즈의 자동차선 서비스 장점을 알려갈 생각입니다.”
일본회사 강점 ‘신뢰도’ 어필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일부 선사들이 임시로 노선을 확대하며 ‘덤핑운임’을 뿌리고 다니는 건 어려운 점이다. 특히 국내 모 대형 자동차선사의 경우 물동량이 많이 줄어들자 그 동안 서비스하지 않던 캄보디아와 미얀마 예멘 요르단 등으로 서비스를 넓히고 있다. 특히 큰 배가 못 들어가는 항구 캄보디아 시아누크빌과 미얀마 양곤의 경우 경쟁선사로부터 중소형 선박을 빌려서까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장이 혼탁해지면서 운임은 과거에 비해 반토막 나고 말았다.
“이들 선사의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걸로 보고는 있어요. 임기응변식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이라고 봐야죠. 문제는 신규 진출 선사들이 나중에 빠져나간다고 하더라도 운임은 떨어진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에요. 시장만 악화되는 셈이죠.”
실즈는 아울러 벌크선 서비스도 한국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일본 한국을 거쳐 태국 방콕 램차방과 대만 기륭 가오슝 등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기계류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짜고 있다. LIFT란 브랜드로 진행 중인 물류사업은 국내 대형 반도체기업과 거래하며 외형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대가 지난 반도체를 비교적 싼 가격으로 낙찰 받아 이를 일본으로 수출하거나 무진동트럭을 이용해 반도체 생산 장비를 일관운송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일본산 중고지게차를 수입해서 국내에 판매하는 것도 주요 사업 내용 중 하나다. 매월 40피트 컨테이너 10여개 정도의 일본산 중고지게차 물량이 실즈를 통해 수입되고 있다.
“반도체 운송시장도 10여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저희는 일본 모기업과 연계한 물류망을 활용해 경쟁력이 있는 편입니다. 컨테이너 물류는 워낙 경쟁이 심해 되도록이면 배제하고 있어요. 특화된 화물이나 시장 쪽에서 승부를 보려고 합니다.”
장 이사는 “일본 회사 컬러인 ‘신용’을 무기로 정기서비스를 꾸준히 진행하며 고객과의 약속을 지켜 나갈 계획”이라며 “자동차 운송시장의 선두 주자 도약을 목표로 활발한 영업을 벌여 나가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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