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2 09:03

송년특집/ 물류 종사자 감정노동 실태

“우리도 감정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화주기업 ‘갑’ 지위 악용해 물류기업에 횡포 일삼아
때로 자신의 처지 비관하며 자괴감 빠지기도

갑질, 진상, 꼴불견…

자신의 위치나 권력을 악용하는 이들을 꼬집을 때 표현하는 용어들이다. 최근에는 최상급 표현인 ‘개진상’이라는 표현도 종종 쓰인다. 물류업계에도 갑의 부당한 요구, 인격모독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요즘은 이를 ‘감정노동’이라 칭한다. 감정노동은 실제 자신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서비스하는 것을 뜻한다. 월간 <물류와 경영>은 물류업계 종사자들을 상대로 그간 말할 수 없었던 고충에 귀 기울였다. 취재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취재는 철저하게 익명으로 진행됐다. 

배송기사는 피곤하다

#. 소비자 B씨는 배송지연으로 인해 김치 60포기가 부패됐다며 A택배회사에 100만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이 택배사는 B씨에게 50만원의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언론사에 제보하고 영업소를 고소하겠다”며 보상안을 거부했다. 결국 택배를 배송한 배송기사 A씨의 아내는 37kg의 김치를 직접 담가 B씨에게 전달했으나, B씨는 “김치에서 이물질이 발견돼 먹을 수 없고 내 손맛이 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위 사례는 올 초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일화로 배송기사의 고충을 담고 있다.   

배송기사는 소비자를 직접 대면한다. 소비자들에게 배송기사는 곧 회사의 이미지다. 쿠팡이 쿠팡맨을 도입한 이유도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줘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대다수 택배기업은 ‘지입제’를 택하고 있고, 배송기사는 자신의 차량과 영업용 번호판을 갖고 택배기업의 물량을 배송하고 있다. 화물의 특성에 따라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하루에 배송하는 물량은 대략 150~250건이고, 건당 약 9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배송기사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나르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닌다. 점심도 거르기 일쑤다. 그런데다 직접 소비자를 면대면으로 만나다보면, 별별 진상고객들을 만나게 돼 정신적인 피로까지 쌓인다. 실제로 지난해 기자가 직접 배송현장을 다니며 소비자를 접점에서 만날 때도, 일부 소비자는 배송기사를 잡부 부리듯이 대했다. 


배송기사 B씨는 “택배를 처음 시작한 8년 전만 해도 사람 사는 ‘정’이 느껴졌다. 물이라도 한 잔 건네고, 간혹 먹을 것을 제공하는 이들도 있었다. 요즘은 집안에 있으면서도 ‘물건을 밖에 두고 가라’고 차갑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씁쓸한 내색을 보였다. 

최근에는 아파트 단지 출입과 관련해 배송기사가 주차비를 지불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업계 종사자는 “신축 아파트 가운데 지상에 주차장을 없애거나 녹지를 조성한 상당한 아파트가 택배차량 진입을 막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부 택배업체는 이 지역 배송을 중단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출입을 막는 이유는 ‘아이들의 안전’과 ‘집값 하락’이 주된 이유다. 결국 택배기사들은 아파트 경비원과 잦은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는다.  

우체국택배를 맡고 있는 집배원이나, 쿠팡의 쿠팡맨 역시 감정노동의 사각지대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쿠팡 배송기사의 고충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기 위해 수십명의 쿠팡맨을 직접 접촉했다. 일부 쿠팡맨은 뭔가 꺼낼 말이 있는 듯 보였으나, 결국 “회사와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말을 아꼈다.

반말에 강매까지 “모멸감 느껴”

올 초 MBC PD수첩은 <불경기보다 갑이 무서워> 방영을 통해 택배기업의 횡포를 고발했다. K사 직원들은 나이가 한참 많은 영업소장에게 반말을 일삼으며 다그치고, 이러한 환경에 길들여진 영업소장들은 ‘분노’가 아닌 ‘공포’를 느낀다.  

방송에 비친 일부 영업소장의 모습엔 두려움이 가득했고, 철저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그는 K사의 분위기는 군대보다 더하다고 말하며, 영업소를 ‘동물’처럼 취급한다고 털어놨다. 

한 영업소장은 “실수를 하면 모멸감을 준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3.5톤 차량 인수를 거부한 일부 영업소장은 10~30장에 육박하는 반성문을 작성했다. 인권연대는 이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다”고 설명했다.

K택배 대리점을 직접 방문해보니 대다수 영업소장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용기를 낸 일부 영업소장은 “영업소에 대한 본사의 횡포는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었다”며 “대리점에서 사용하는 비품조차 본사에서 강요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대기업 · 고위공무원 ‘특권의식’ 버려야 

해외이사를 전문적으로 펼치는 물류기업 종사자들은 주로 대기업 임원이나 고위공무원을 고객으로 상대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갑’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악용해 해외이사 업체 직원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일삼는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본사 담당자에게 이야기해서 계약업체를 바꾸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한다. 

결국 물류기업 대표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들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몇몇 극성 아줌마들은 ‘자신들은 왜 그들과 같은 서비스를 해주지 않느냐’고 따지고 들고, 결국 적자를 보면서까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들은 앞에서는 ‘상생’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갑질’을 하는 이중적 작태를 보이고 있다. 한 물류기업 대표는 화주의 지나친 갑질에 상당한 수모를 겪었다. 

물론 일부 점잖은 고객들은 물류기업 직원들에게 존댓말을 써가며 인격을 존중해준다.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자신들의 권력을 악용해 반말을 일삼고, 때로는 그들의 가족(아내 혹은 남편)들까지 횡포를 부린다. 

해외이사 업체에 종사하는 C씨는 “이들의 갑질 사례는 너무나 많다. 그러나 외부에 특정 업체나 사례를 거론하면 즉각적으로 계약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말할 수 없다”며 “이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다. 결코 해결될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충 있지만 ‘마음에 묻어’

취재과정에서 만난 일부 물류기업 대표들은 “고객이 없으면 우리의 이윤창출도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A사 대표는 ‘고객은 왕이다’라는 사명을 내걸 정도로 고객사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 

B사 대표는 “화주의 ‘갑질’ 사례는 아무도 말하지 못할 것 같다. 사례를 말하면 화주가 자신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대다수 포워딩업체 대표들은 이와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기업의 실무를 담당하는 대리, 과장급 직원들은 ‘감정노동’을 토로했다. 이들은 물량을 공급하는 화주를 대할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칫 자신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대단위 물량이 이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물류기업은 화주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직원에게 금전적인 책임을 질 것을 요구했다. 

화주의 무분별한 입찰도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다. 물류기업 대표 Y씨에 따르면 최근 S중공업에서 입찰을 냈고, 대략 8~10개 물류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S중공업은 자신들이 만족할만한 금액을 낙찰 받을 때까지 수차례 재입찰을 진행했고, 결국 물류기업들은 선사를 상대로 운임을 조정해 화주가 만족할만한 가격을 제시했다.

물류기업 종사자들은 곳곳에서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들이 가슴앓이를 하소연 할 곳도, 또 들어줄 통로도 마땅히 없다. 결국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가슴으로 삭히거나, 마음에 묻어둔다. 

물류기업에 종사하는 B씨는 “간혹 화주와 이야기를 하고나면 정신이 멍해지면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기업 가운데 화주와의 돈독한 파트너십을 통해 동반성장한 사례도 꽤 많았다. 수십년간 화주와 거래를 이어온 기업도 다수 있었다. 또 배송기사 가운데는 소비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이들도 존재했다. 일부 택배대리점 점장은 본사의 강력한 권위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웃는 얼굴 뒤에는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졌다. 누구나 말하지 못할 사연은 있다. 하지만 무작정 가슴에 묻어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고쳐나가는 것은 우리들 자신, 나아가 후손을 위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월간 <물류와 경영>은 2016년에도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고충에 귀를 기울일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적극적인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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