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7 11:37

추억의 명화/ 파리 폴리 (La Ritournelle, Paris Pollies) - 2014

서대남 영화 칼럼니스트

근년의 영화들 대개가 극장문을 나오는 순간부터 스토리나 장면들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일쑤라 개봉 상영되는 작품들 가운데 도대체 볼만한 작품을 못 찾아 아쉽던 터에 올 3월쯤인가 광화문 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시네큐브(아트큐브) 포스터 앞에서 멈칫했다.

“지금 당신 곁엔 누가 있나요?”에 “흔들리는 당신 인생을 위한 처방전”이란 선전 글에 유혹돼, 옳거니 하고 들어가 본 즉 역시 근래 작품치고는 모처럼 괜찮은 한 편을 건진 것 같았다. 마침 가끔은 덜 오래된 것도 괜찮단 편집자의 요청도 있고 해서 이번 64번째 작품으로 ‘파리폴리(Paris Follies/La Ritournelle)’를 택했다.
이야기는 프랑스 노르망디의 전원에서 목장을 운영하며 단조롭게 일상을 살아가는 중년의 부부, 소녀적 감성을 가진 몽상파 아내 ‘브리짓(이자벨 위페르/Isabelle Huppert)’과 일밖에 모르는 무뚝뚝한 남편 ‘자비에르(장 피에르 다루생/Jean Pierre Darroussin)’가 겪게되는 상호 권태기와 일탈, 그리고 사랑을 재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 의미있고 산뜻한 영화다.

중년 부부는 농업학교서 캠퍼스 커플로 결혼하여 자식은 내보내고 목장 도우미와 이웃 사람들과의 드문 교류 외엔 대부분의 시간을 늘 함께 보낸다.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고 유복한 생활을 영위하지만 브리짓은 늘 반복되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권태를 느낀다. 

뭔가 변화를 바라지만 남편은 묵묵부답으로 일관되게 모르는척 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이웃집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고 변화의 기적이 일어난다. 손님 중에 파리에서 놀러왔다는 젊은 청년 ‘스탄(피오 마르마이/Pio Marmai)’이 첫눈에 호감을 갖고 말을 걸며 대시를 해온다. 그녀 역시 스탄이 보이는 관심이 싫지만은 않았고 그가 떠난 후에도 권태로운 남편을 쳐다 볼 때마다 그날밤 술과 춤으로 그 청년과 보낸 시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떠오르고 드디어는 가슴 설레며 그리움의 나날을 보내는 자신의 엄청난 변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브리짓은 치밀한 궁리 끝에 마침내 오래 낫지 않은 피부병 치료를 핑계로 남편의 허락을 받아 2박 3일간 파리 여행을 떠난다. 

조금은 의아해진 남편 자비에르는 옛 치료 담당 의사를 소개해준 여동생과의 통화로 지금은 그 의사가 그곳서 진료를 하지 않는단 말을 듣고 직접 그 병원에 전화를 걸어 아예 피부과 진료 자체가 없어지고 단골 의사는 은퇴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놀란다. 

파리에 도착한 브리짓은 서둘러 보고팠던 스탄의 옷가게로 찾아가 마음 졸이며 고대했던 재회를 했으나, 만남의 기쁨은 순식간에 실망으로 변한다. ‘칼비노’의 소설을 좋아하는 문학청년이라던 미남형의 그럴듯한 매력적 생김새와는 달리 교양이라곤 찾아 보기 힘들었고 진실성이 결여된 천박함이 전부였고 아울러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대도시가 알고 보니 실망스럽단 분노가 치밀었던 것. 

그래서 청년을 단념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덴마크 출신의 치과의학자 ‘제스퍼(미카엘 니퀴비스트/Michael Nyqvisy)’ 교수를 만나 몇 마디 대화 끝에 금세 스스럼없이 친해진다.

마치 오래된 연인 사이처럼 중년끼리의 손쉬운 데이트를 즐긴 끝에 서로를 느낀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황홀한 밤을 불태운다.

한편 아내의 파리행이 피부 진료차가 아님을 단번에 알아채고 울분을 삼키며 급거 파리를 뒤좇아 올라온 자비에르는 미행 끝에 다정히 걷는 둘의 모습과 이튿날 아침 투숙한 호텔을 나서는 아내의 외도장면을 목격하고 심한 공허감과 자괴감에 시달리지만 아내를 당장 불러 세우거나 책망하지 않고 스스로를 다스린다. 하늘이 무너지듯 텅 빈 마음으로 파리 시내를 무작정 거닐다가 어렵게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버지의 진로 반대에도 불구, 꼭 곡예사의 꿈을 이루겠다며 집을 나간 대학생 아들을 찾아가 즉석 곡예 연기를 보며 서로의 지난 날을 이해하며 우선 부자 관계부터 회복시킨다. 그리고 한때 양치기 소녀를 꿈구던 아내를 위해 목동이 그려진 그림엽서를 선물로 산다.

먼저 와 기다리던 남편은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아무렴 내 남편만한 남자가 없다는 걸 깨달은 탓인지 집으로 돌아온 아내도 역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서로를 반기며 대하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스스로도 외도를 경험했지만 지금까지 함께 살아왔듯 불륜을 겪고도 남은 여생을 자기에게 머물리란 믿을을 얻은 자비에르는 브리짓에게 피부병 치료차 이스라엘 사해 바다로 함께 갈 것을 제의한다.

이때 브리짓은 여행가방을 챙기다가 양치기 그림엽서와 구입 영수증을 발견하고 이를 산 장소와 날짜가 자기가 파리에서 제스퍼와 외도를 했던 바로 그 호텔내의 매점임을 알자 남편이 자기가 파리에서 저지른 모든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 해준 데 대한 관용을 깨닫고 형언할 수 없이 착잡한 심정으로 가슴에서 솟구쳐 흐르는 눈물을 금치 못한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영화제서 여우주연상을 휩쓴 프랑스 국민 여배우 ‘아무르(Amoure)’의 이자벨 위페르와 40회 데살로니카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장 피에르 다루생 , 두 스타가 사해 바다 수면위에 나란히 누워서 둘이 한 몸, 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엔딩신을 보이며 ‘부부란 바로 저런거구나’ 하는 교훈적 여운을 대화없는 연기로 보여준다.

‘마크 피투시(Marc Fitoussi)’ 감독이 만들었다. 원제 ‘La Ritournelle’는 이태리 음악용어로 독주와 협주가 반복되는 악곡의 한 형식을 일컫는데 여주인공 ‘브리짓’이 영화 첫 부분서 “이 음악이 뭐죠?”라고 묻듯이 인간의 삶이나 결혼생활도 때론 홀로, 때론 함께하는 독주와 협주의 반복이란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국내 개봉시 이를 ‘Paris Pollies’로 바꿔 ‘파리에서의 우행’이나 ‘부질없는 짓’ 정도의 의미로 개제했다. 젖소가 노니는 평화로운 푸른 목가적 전원풍경, 에펠탑과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세 미술관 등 파리의 대표적 경관과 건축물이 담아내는 미려함이 관객의 시선을 끌기도 한 영화로도 아주 흥미롭다.

그리고 중년 부부에게 밀어닥치는 일상의 균열과 위기, 흔들리는 부부관계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심도있게 반추하며 새로움과 신선한 자극, 일탈의 로맨스를 꿈꾸며 한번쯤 진한 사랑을 해봤거나 현재 누군가와 사랑하고 있다면 중년이 아니라도 부부의 재발견이란 측면서 충분히 공감이 가리란 것이 잔잔한 감동으로 와닿는 이 작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오래 가슴에 담아두고프다는 게 필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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