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시장에 매물로 나온 싱가포르 컨테이너선사 APL 인수를 두고 덴마크 선사와 프랑스 선사가 나섰다.
9일 로이즈리스트에 따르면 NOL은 덴마크의 AP묄러-머스크와 프랑스의 CMA CGM과 인수합병(M&A) 사전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싱가포르증권거래소에 지난 7일 공시했다. 세계 13위의 컨테이너선사 APL을 소유하고 있는 NOL의 시가총액은 미화 19억달러다.
CMA CGM도 NOL과 협상 중이란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프랑스 선사는 "NOL과 합병에 관해 사전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NOL은 CMA CGM의 인수 제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언급하며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임을 감안할 때 실제 거래가 이뤄질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머스크라인은 "M&A 기회를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NOL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NOL의 주가는 APL 매각 협상 소식으로 치솟으며 9일 현재 8.1%까지 상승한 1.13싱가포르달러를 기록했다. 5월13일 이후 전일대비 가장 높은 상승세다. 업계 전문가들은 주가는 수직상승했지만 곧 낮은 해상운임과 물동량 약세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드류리의 라훌 카푸어 이사는 “테마섹이 NOL의 구매자를 찾기 위해 나선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지속적인 손실을 내고 있는 기업을 얼마를 받고 파느냐”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은 NOL의 지분 65%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아메리칸프레지던트라인으로 불리며 미국 대표 선사로 자리매김했던 APL은 지난 1997년 NOL에 팔리며 해운 시장에서 국경을 허문 대형 M&A의 첫 물꼬를 텄다. 미국 선사에서 싱가포르 선사로 갈아탄 뒤에도 승승장구하며 한 때 세계 5위권 선사까지 발돋움하기도 했으나 해운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이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선사의 선복량 기준 컨테이너선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0년 4.2%에서 올해 7월 2.8%로 크게 위축됐다.
NOL은 2011년 이후 매년 손실을 기록 중으로, 누적손실이 12억달러에 달한다. 시황부진에 대응해 비용을 줄이고 운영효율성을 높여왔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3분기 순손실 폭은 지난해 2300만달러에서 올해 9600만달러로 확대됐다. 물동량 약세와 급격한 해상운임하락이 손실 폭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드류리는 일찍이 컨테이너 정기선 시장이 세계 무역 둔화와 초대형선박의 등장으로 3년 이상 재정적인 어려움과 과잉공급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알파라이너의 HJ 탄 애널리스트는 APL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두 해운기업 중 CMA CGM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CMA CGM이 APL 인수할 때 서비스 범위 측면에서 두 회사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북미항로는 미국 선사였던 APL의 주력이다. 이 항로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CMA CGM으로선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한편, 알파라이너는 7월 보고서를 통해 "테마섹이 제시한 가격이 협상에서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밝히며 "NOL의 주식이 현재 액면가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테마섹은 NOL의 대주주로서 프리미엄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