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아해운 박석묵 대표이사 사장이 근해선사 전용터미널 건설을 다시 한 번 요청했다. 박 사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일·한중·동남아 등 아시아역내항로를 오가는 화물이 대부분 수출입 또는 근해선사들의 자체 환적화물이라는 점을 들어 이를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전용터미널이 부산신항에 조속히 건립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올해 근해항로 시장상황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잇따른 서비스 진출로 공급은 크게 늘어난 반면 수요는 둔화되면서 성수기에 유례없는 운임 급락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최근 들어 선사들이 협의체를 중심으로 운임회복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사장은 또 연초 제시한 ‘비전 2020’ 목표를 소개했다. 5년간 물동량 200만TEU, 매출액 15억달러에 도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영업전략, 조직, 선대개편 등의 액션플랜을 통해 목표 달성에 힘 쏟겠다고 말했다.
KSG. 취임하신 지 2년 반이 지났다. 소감은?
지난 2013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지도 어느덧 2년 반 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지난 시간 동안, 제가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밝혔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엄격히 진단해 미래로 나아갈 것”이라는 경영방침을 전 흥아해운 임직원과 공유하며 추진해 왔다. 그 결과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6% 이상의 매출 성장과 18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
올해는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기 침체 장기화와 선복과잉에 따른 극심한 운임하락으로 정기선사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전 임직원이 일치 단합해 현재의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고자 한다.
KSG. 취임 이후 해운 불황 속에서도 흑자 재정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 영업 실적을 어떻게 전망하나?
대형선사들은 실적 부진과 경영 환경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중견선사들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며 내실 경영을 이어가고 있지 않나? 흥아해운을 비롯한 중견선사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다.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선사들은 주요 원가 중 하나인 연료비 감소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5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하던 국제유가는 최근 50달러까지 하락했다. 반대급부로 낮은 유가로 인한 선박 과잉 공급과 화주기업들의 강력한 물류비 인하 요구도 나타나고 있다.
정기선 부문의 최대 성수기인 3~4분기에 오히려 사상유래 없이 운임이 급전직하하는 실정이다. 저희 회사는 9월 마감 실적을 기준으로 볼 때 올해 목표 대비 물동량 흐름은 나쁘지 않지만 극심한 운임하락 현상으로 인해 당초 목표치보다 낮은 실적이 예상된다.
KSG. 한일·한중·동남아 등 근해항로의 시장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글로벌 경제, 특히 중국경제 침체로 인한 물량 감소와 더불어 잇따른 해운서비스 확대로 화물집화 경쟁이 가열되면서 시장운임도 폭락하고 있다.
특히 선복 증가로 소석률이 하락하면서 선사들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으며 물량유치를 위한 운임 덤핑이 심각한 상황이다. 운임이 낮아 그동안 배제해오던 화물들까지 영업에 나서는 등 국적선사들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내년 해운 시장 또한 저성장 기조를 배경으로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각 선사들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특히 동남아항로는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운임과 물동량 모두 하락하고 있다. 취항선사들의 평균 소석률 또한 예년보다 뒤처진 성적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물동량 강세를 보였던 베트남 필리핀 지역은 하반기에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동남아항로 시황을 견인했지만,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와 비교하면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모습이다. 운임 약세 바람이 전방위로 불고 있다. 특히 베트남 항로는 선사들의 잇따른 서비스 개설로 인해 해상운임이 유례없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중항로의 경우 톈진(天津)항 폭발사고 여파로 시장 상황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입출항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지만 통관과 육상운송에 대한 불안감으로 화주들은 우회노선을 찾거나 수송을 보류하는 형편이다. 중국당국의 위험물 규제 강화도 시황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상 톈진 폭발 사고 전에도 한중항로의 시황은 좋지 않았다. 물동량은 지속해서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선사들의 선박 대형화 경쟁으로 공급이 늘어나면서 수급 사정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특히 중국에 진출해 있던 제조공장들이 비싸진 인건비를 이유로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지로 속속 거점을 옮기고 있어 해운수요는 갈수록 악화될 전망이다.
한일 구간의 경우 폭이 크진 않지만 꾸준히 선복이 늘고 있고 무엇보다 지난해 대비 전체 수출입 물량이 감소하면서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운임이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일본 지방항의 경우 선복 증가 추세가 지속되면서 운임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KSG. 운임 회복을 위한 선사들의 결단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떤가?
그동안 각 선사 대표자들이 모여 협의를 꾸준하게 진행했지만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운임회복이 유야무야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이전의 형식적인 협의가 아닌 실질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동남아항로의 경우 선사 대표자들이 직접 나서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를 중심으로 베트남 하이퐁 지역 등의 운임 회복을 논의 중이다.
한중항로에선 지난 제23차 한중 해운회담에서 양국이 운임 붕괴로 선박안전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운임공표제 등을 활용해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로 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서 운임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한일항로의 경우 한국근해수송협의회 차원의 운임회복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회원사 간 이해관계가 달라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다만 유가 하락 폭에 비해 최근 운임이 각 선사가 감내할 수 없을 만큼 하락했다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어 조만간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SG. 화학제품선 부문은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황은 모두가 체감하듯 불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유가 하락으로 제품 가격의 스프레드가 축소되면서 석유화학 공장들이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다. 주요 수입국인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 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 또한 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기불황을 대비해 용선선박을 매입함으로써 운항원가를 낮췄으며 선박관리에 집중하는 한편 선투자를 통해 운항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고사양 선박의 신조 인수 이후 지속적인 COA(장기수송계약) 확대를 통해 시황의 변화에 비교적 비탄력적인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그밖에 오일·케미컬 메이저, 글로벌 트레이더들과의 계약을 확장함으로써 선도기업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흥아해운이 지난해 10월 말 인도 받은 1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흥아제니스>호 |
KSG. 흥아해운도 에코선 신조 등 선박 현대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물동량 증가 추세에 대응하고 주력 컨테이너 선대의 대형화와 노후선 대체, 화학제품선 분야에서의 영업력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1100TEU 2척, 1000TEU 4척, 1800TEU 3척, 3500t급 케미컬탱커(화학제품선) 4척, 1만2000t급 케미컬탱커 2척 등 총 15척의 최신 에코선박을 발주해 순차적으로 주력항로에 투입하고 있다. 그 외에도 용선선박 인수 등을 통해 해운시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또 지속적으로 국내외 조선소들에 대한 현황 파악 등 조사활동을 진행 중이며, 시장동향 및 아시아역내 시장에 특화된 최적 선형 검토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맞춰 운항선대개편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KSG. 향후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계획 및 경영방침은?
급변하는 해운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주력시장인 아시아역내시장에서의 확고한 위상 확보를 위해 올해 초에 향후 5개년간의 목표인 ‘비전 2020’을 수립한 바 있다. 컨테이너 부문의 경우 수송량을 120만TEU에서 200만TEU로 늘리고, 매출 13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케미컬탱커 부문 또한 현재 1억달러인 매출액 규모를 2억달러로 2배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비전2020 달성을 위해 영업전략, 조직, 선대 개편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단계별 시나리오를 확정해 추진해 나가고 있다.
KSG. 업계 또는 정부당국에 하실 말씀은?
그간 저희 회사뿐 아니라 근해항로 전문선사들이 누차 요청 드린 것으로 아는데, 저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근해항로 전용터미널의 필요성을 말씀 드리도록 하겠다.
부산 북항과 신항의 환적시스템을 이야기할 때 늘 ‘원양모선 대 근해선사 피더선’ 형태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건 전문 피더선사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 형편에는 맞지 않는 시각이라는 점을 말씀 드리고 싶다.
한중항로의 경우 부산항을 이용하는 환적화물은 ‘원양모선 대 원양모선’ 또는 근해선사 모선간 환적이 대부분이다. 한일항로를 보더라도 연간 물동량 200만TEU 중 수출입화물은 40%, 근해선사 모선간 환적화물은 37%인 반면 원양모선 대 근해선사 피더선 환적은 23%에 불과하다. 동남아항로 또한 마찬가지다.
부산 신항에 근해 국적선사들이 수출입화물과 자체 환적화물을 원활히 처리할 수 있는 ‘전용터미널’을 먼저 확보한 뒤 터미널간 일관운송체계(ITT) 등의 시스템 정비에 나서야 한다. 그럴 때 근해선사에 의한 아시아역내 환적화물이 증가하고 원양선사 피더운송도 원활히 지원될 수 있다. 정부와 항만당국, 하역업계의 관점 및 인식의 전환이 절대 필요한 부분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