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물 수송포장 연구와 포장 업계 발전을 위해 외길을 묵묵히 걸어오고 있는 수송포장기술연구소의 김형빈 소장은 최근 국내 수송포장 선진화를 위해 전문화된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체계적인 인재육성을 통해 국내 포장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본지는 한국공업포장협회 부설 수송포장기술연구소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형빈 소장을 만나 국내 수송포장업계 현황과 문제점, 앞으로의 과제 등을 들어봤다.
수송포장기술연구소의 설립 배경에 대해 알고 싶다.
한국공업포장협회는 2003년 8월에 설립돼 지도교육사업, 안정합리화사업, 공동구매알선사업, 국제교류사업 등을 수행해 오고 있다. 협회는 2011년 사업 실적을 정리하고 2012년도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그 간 중점을 두어왔던 ▲전문기술자 양성 및 교재 개발 ▲수송포장 관련 표준의 개발 및 한·중·일 3국의 공통표준화 사업 ▲포장화물클레임 예방 대책과 대응 방안과 클레임 관련 보험의 개발 ▲포장비의 산출 표준 개발 등에 집중해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이에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이 사업을 수행해 빠른 시일 내에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분야 사업을 분리해 이를 전담할 부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부설 연구소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2012년 1월 한국공업포장협회 부설 수송포장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협회 부회장직을 사임하고 연구소 소장직을 맡아 이 업무에 전념하게 됐다.
김형빈 소장님은 중량물 포장 및 수송포장 분야에서 전문가로 통하고 있다. 이 분야에 특별히 관심을 갖는 이유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기계 산업에 종사하다가 포장업계에 입문했다. 포장대상 제품이 대부분 기계제품이어서 익숙한 제품들이었고 기계제품들을 해외에 보낼 때 훼손하지 않고 무사히 바이어에게 전달해야 하는 포장업에 매력을 느꼈다. 특히 일본 연수 시 중화학공업 제품 생산 공장에서 생산되는 수출품의 품질 및 규모에 압도됐다. 이런 제품을 포장해 해외에 수출하는 업종에 흥미를 갖고 매진하게 된 것이다. 중량물포장이라고 하는 것은 공업(수송)포장의 대상물이 기계, 전기, 전자기기, 플랜트, 해외 건설자재 등으로 대부분 중량물이기 때문에 불려지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이 포장대상물이 중량물이 많으며 정밀기기 등이므로 포장 설계가 매우 어려운 분야다. 또 대부분 수출품이므로 장거리, 장시간의 운송, 보관, 하역 등의 과정을 거쳐 실수요자에게 전달하므로 이들 물류 조건을 고려한 포장 설계가 필수 조건이다. 따라서 용기의 설계에는 강도계산, 구조설계가 필수이며 내용품이 충격 등에 견딜 수 있는 완충포장 설계로부터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방습포장의 설계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보유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 연구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의 포장기술 수준이 국산수출품 품질 수준에 비해 아직도 미흡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 산업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하기 위해서도 더욱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체계화된 포장 설계 기술 필요
포장업계 내 수송포장기술연구소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한국의 수출품 공업(수송)포장업은 1970년 초부터 기업의 형태로 시작된 이래 약 45년이 되었지만 기술적으로 체계화되지 못했고 기능인 및 기술자의 양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이 업종에 약 600여개사가 운영되고 있지만 75% 정도가 10인 미만의 영세 기업이 고 수출기업의 포장, 물류 부분의 기술 수준도 미흡한 수준이다. 그리고 급변하는 물류 환경에 대응하는 포장 설계 기술도 체계화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는 이를 체계화해 포장업계에 보급하고 기능 및 기술자의 양성과정을 개설해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 포장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 또 포장 클레임에 대한 보험제도의 도입, 물류 환경 변화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포장업계가 적절히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포장업체에 대한 지원 체제 구축 사업에도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 사업, 수송포장 관련 KS 제정 및 개정, 수송포장 관련 전문 서적의 발간 및 보급, 기술자 양성을 위한 각종 교육 및 세미나의 개최를 통한 최신의 포장 및 물류 정보의 제공을 위한 지도교육 사업등을 통해 포장업계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하는데 그 역할을 집중해나갈 것이다. 이와 같은 사업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한 예산 및 전문 인력의 확보가 아직 미흡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회원사들이 협력해야 한다. 포장 용기의 표준을 국제 표준화하기 위해 한·중·일이 계속 협조해 나갈 필요성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 세계 각국과 국제적인 교류를 적극 추진할 있는 인력의 확보도 당면 과제라 할 수 있다.
물류업계에서 수송포장의 중요성은?
한·중·일 3국 관련 단체가 2010년 8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약 3년 반에 걸쳐 제정한 수송포장가이드라인의 서문에서 기술한 내용과 같이 물류와 수송포장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물류업계와 수송포장업계는 상호 정보교환을 통한 정보의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서 포장화물의 손상 사고가 자주 발생했는데 상호 정보를 공유해 포장의 설계 및 물류 수단에 적절히 대응했다면 그 손상 사고를 크게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중·일 3국은 “수송포장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게 됐다.
| 수송포장가이드라인 서문의 일부 |
“수송포장화물은 생산자로부터 수요자에 전달되기까지의 물류 과정에서 극심한 기후 조건(Climatic condition)과 다양한 수송 수단(Means of transport )으로부터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포장은 운송, 보관, 하역 등의 물류 과정에서 예상되는 모든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포장되어야 실제로 발생하는 각각의 스트레스로부터 제품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운송, 보관 등의 운송업자도 포장의 기능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안전 수송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수송포장화물의 안전 수송은 ‘안전 수송에 적합한 포장’과 아울러 “포장 기능을 고려한 안전 수송”을 목표로 상호 협력 관계가 이루어져야 수송화물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서문에서 기술했듯이 물류업계와 수송포장업계는 매우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해 협력해 나간다면 포장화물의 손상사고 최소화와 물류비의 절감 및 포장 품질의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합리적인 포장 가격 마련
올해 들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첫째는 매년 봄, 가을에 년 2회씩 정기적으로 개최해오고 있는 ‘물류혁신을 위한 수송포장 세미나’의 개최다. 지난 5월에 제4회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10월22에 제4회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매회 주제를 바꿔가며 개최하는데 제5회 세미나의 주제는 ‘친환경 물류 솔루션으로서의 수송포장 용기 재료’이다. 앞으로 이 세미나는 2년에 한번은 국제 세미나로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다음으로 공업포장 실무수첩의 개정판 발간과 포장비 표준가격 산출 기준의 제정이다. 또 현재 진행 중에 있는 포장 클레임 보험제도의 도입인데 보험업계와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 포장업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보험제도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한 협의가 조속히 마무리되어 포장업체들이 안정적 기업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싶다. 아울러 포장비 표준가격 산출 기준의 마련도 중요하다. 현재 포장업계 및 대기업이 발주 시 흔히 CBM당 단가의 적용을 강요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불합리성을 널리 알리고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있도록 산출 기준을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향후 수송포장기술연구소의 과제는?
몇 년 전부터 계획해온 사업으로 (가칭)수송포장관리사 자격증 제도의 도입이다. 일본의 공업포장(일본에서는 공업포장을 곤포라고 함)의 기술 수준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이 곤포관리사의 양성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40년 전에 곤포관리사 제도를 도입하여 금년까지 2000여명의 곤포관리사를 배출했으며 이들이 일본의 포장업계의 기술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해왔다. 우리는 이 제도를 수년 전부터 연구해왔으며 현재 관리사 인정 강좌용 교재를 개발해나가고 있다. 일본은 전체 32개 과목, 약 310시간의 인정 강좌를 모두 오프라인 교육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한국의 실정에 맞는 과목의 내용, 과목수, 그리고 인정 강좌의 방식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하여 빠른 시일 내에 시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 물류비의 최소화, 안정적인 물량의 확보 그리고 작업자의 효율적인 운용을위해서 포장단지 조성을 통한 공동 작업 체제의 구축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현재 몇 가지 방안을 대상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는데 내년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수립될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포장설계의 전산화 및 컨테이너 배닝플랜 작성 소프트를 개발, 보급해 전 포장업계가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국내 수송포장 기술 선진국과 비교해 ‘미흡’
국내 수송포장기술의 수준은 포장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인가?
국내의 수송포장 기술의 수준은 포장선진국과 비교해 아직은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표준은 선진국과 거의 대등한다고 생각하나 이의 운용 기술, 기술자의 수준 및 물류 정보를 활용한 포장 설계 기술은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의 수준 향상을 위해서 제도적으로 체계화하고 이를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관련 기관의 지속적인 뒷받침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포장업계의 경영자들이 선진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 및 기술자의 양성에 힘써 나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마지막으로 수송포장 업계 발전을 위해 조언 한 말씀.
현재 포장 업계가 당면한 가장 힘든 점은 포장비가 터무니없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업체 간 과당 경쟁, 발주처의 무리한 가격 인하 요구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미 여러 회사가 도산하는 상태까지 되었으며 많은 업체들이 위험한 상태에 다다른 상황이다. 협회가 우선 포장 업계에 과당 경쟁을 삼가고 표준 가격 지침을 마련해 줌으로써 최소한의 가격 선을 준수할 수 있도록 홍보해 나갈 예정이지만 쉽게 해결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또 기술자의 양성이다. 현재 국내에는 포장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포장 기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포장 업계에 대한 신인도도 계속 하락하고 있고 이것이 포장비의 하락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최근에 일부 대기업이 포장사업부를 만들어 수출포장 영업을 하면서 그나마 저렴한 가격을 더욱 내리고 있다. 이는 대기업의 도덕성의 상실일 뿐만 아니라 수출포장비를 터무니없이 낮춰 포장 품질을 떨어트려서 한국의 수출산업에 악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포장업계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사태는 포장업계가 모두 협력해 저지하고 일부 대기업은 영세, 중소기업의 영역인 포장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포장업체들도 물류분야의 기업들과 협력 내지 물류사업까지 사업을 확대해 수출품의 포장 품질 향상, 포장화물의 손실 최소화 및 물류비 절감을 목표로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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