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여기태 교수와 왕영 박사
“중국으로 돌아가려니 섭섭하네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박사과정을 조기 졸업한 왕영 박사의 목소리에서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왕 박사는 오는 9월부터 중국 산둥성 옌타이대학교에서 전임교수로 교단에 선다. 왕 박사를 5년간 지도한 여기태 교수는 “학생들이 석·박사과정을 수료하면 그때부터는 같은 학계에서 연구하는 동료다. 학생이 떠나는 건 섭섭하지만, 해운은 전 세계에 걸쳐 연구하기 때문에 앞으로 교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왕영 박사는 재학기간 동안 유명 국제공인학술지인 SSCI에 세 편의 논문을 썼고, SCOPUS에 4편, 한국 등재지에 5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조기졸업에 성공했다. 국제학술대회 논문 발표만 6번이다. 그녀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에 입학한 뒤 줄곧 여기태 교수의 지도를 받아 연구를 진행해왔다. 여 교수가 지도하는 학생들은 해외공동연구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영국 리버풀 존무어대학 및 킹스톤대학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 ▲캐나다 마니토바대학 ▲홍콩이공대학 ▲대만 카오슝해양대학 등의 교수진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한 덕분이다.
왕 박사는 “S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작성할 때 상상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논문투고가 확정됐을 때 평생 잊지 못할 만큼 기쁘고 행복했다”며 “여기태 교수님이 없었다면 조기 졸업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수님이 워낙 학생들을 잘 지도하고 챙긴다. 중국에 가서도 교수님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며 연구를 함께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왕 박사가 졸업논문으로 쓴 주제는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반영한 한국의 자동차 수출 활성화 방안이다. 일대일로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뜻하는 말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처음 제시한 전략이다. 일대일로는 한국에 다양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일대일로 정책에 의해 물류장벽이 해소된 중국횡단철도(TCR)를 통해 중앙아시아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TCR은 한반도에서 중앙아시아로 가는 최다노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한국에서 중고자동차 수출은 러시아를 통해 활발하게 진행됐어요. 중국을 거치면 더 가깝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지만 제약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일대일로 정책이 나오면서 중국은 TCR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풀었어요. 그래서 인천항을 출발해 중국 TCR을 경유하는 경로를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 내륙항을 모두 분석한 다음 최적의 루트를 제시했습니다.”
왕 박사는 한국의 중고차 수출업체에서 고민하는 정시성, 안전성, 신뢰성을 다방면으로 고민했다. 이 과정에서 정량적인 데이터로 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연구에 담아냈다.
선박 대형화는 불가피한 조치
한편 여기태 교수와 왕영 박사는 “해운시장에서 선박 대형화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여 교수는 “우리나라는 규모가 큰 해운사에서 위기가 먼저 찾아왔다. 반면 틈새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 해운사의 재무건전성은 양호하다”며 “해운업은 순행투자가 아닌 역행투자다. 경기가 어려울 때 배를 사들이는 전략을 쓴다. 하지만 국내 주요 선사는 세계경제가 호황이던 2005년부터 2007년 배를 사들였고, 2008년 글로별 경제위기가 찾아오면서 위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해운업체는 선박 대형화를 통해 여러 측면에서 비용 절감이 가능합니다. 또 물량을 많이 싣는 것만큼 중요한 이슈가 ‘연료’입니다. 선박회사 운영비의 25~30% 정도가 연료비에 사용됩니다. 이제는 에너지 절감형 선박이 필요합니다.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최신 기술을 탑재한 선박이 결국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왕영 박사는 해운시장을 선도하는 머스크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왕 박사는 “한국의 해운사가 에너지 절감형 선박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따라 제대로 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기태 교수는 국내 조선업체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특화된 선박분야에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드릴십이나 FPSO(Floating Production Storage Offloading)는 우리나라에서 만들긴 합니다만, 대다수 부품이 기술 선진국에서 수입되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특히 설계나 국산기자재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고, 사업의 기초가 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한편 낮은 기술력으로 건조가 가능한 선박의 경우, 동남아시아나 중국도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사업의 다변화 및 다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국내 조선업체가 쇄빙선 부분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입니다.”
해운시장의 침체는 조선사의 실적 감소로 연결되는 구조다. 더구나 선박 대형화로 대형 선박을 콜링해야 하는 각 항만의 변화도 필요하다. 선박의 특성을 고려해 수심, 장비 등을 새롭게 검토해야하고, 이에 대응할 수 없는 항만은 결국 중심항만에서 멀어지게 된다.
여 교수는 “지금의 불황은 다양한 분야에 파급 효과를 준다. 세계사는 도전과 응전이다. 결국 잘 응전하는 집단이 성장해 나간다”고 말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