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8-05 17:06

"제2수에즈운하 개통, 해운시장에 호재보다 악재"

공급증가 효과 통항료 인상…정시성 제고는 장점

제2 수에즈운하가 개통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운하 확장이 해운기업에 도전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전형진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제2 수에즈운하 개통이 선사의 정시성 확보라는 긍정적인 부분과 함께 해운공급이 증가하고 통항비용이 늘어나는 단점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집트 수에즈운하청(SCA)은 84억달러(약 9조8500억원)를 투입해 작년 8월5일 착공한 신(新) 운하를 1년 만인 내일(6일) 개통할 예정이다.

수에즈운하의 중간 지점인 이스마일리아에서 열리는 개통식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해 각국 외교 사절단과 기업인 등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선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 김진태 의원, 전기정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외교부 여성준 아중동심의관 등으로 구성된 특사단이 참석한다.

SCA는 이스마일리아를 중심으로 72km 구간에 기존 수에즈운하와 평행하게 새로운 운하를 건설했으며 지난 7월25일 시험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집트 정부는 운하 통과시간이 절반 이하로 단축되면서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해운물류 사업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2 수에즈운하가 완공됨으로써 지중해와 홍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최단거리의 해상운송 루트가 탄생하게 됐다. 이집트 정부는 대규모 산업 단지와 물류인프라를 조성해 수에즈운하를 유라시아를 연계하는 교역 및 해운물류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신 운하 개통은 해운시장에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2 수에즈운하 개통으로 해운기업들의 서비스의 정시성이 높아지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새로운 수로가 하나 더 추가돼 운하내에서 쌍방통행이 가능해진 데다 통과시간도 크게 단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운하 통과 시간은 현재의 18시간에서 11시간으로 대폭 줄어들고, 선박대기시간도 11시간에서 3시간으로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집트 정부는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이 1일 49척에서 97척으로 2배 정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수에즈하를 경유하는 선박 통과시간과 대기시간을 합해 1일 14시간의 시간이 단축되면서 선사들이 용선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선박 1척당 3000∼1만2000달러의 용선료 절감이 예상된다.

다만 아시아-유럽간 한 항차에 소요되는 전체 운항일수에 미뤄 용선료 절감액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운항시간 단축이 오히려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은 해운기업에게 불리한 요소다.

전형진 센터장은 제2 수에즈운하 개통으로 아시아-유럽항로 운항시간이 줄어 들게 되면 공급 측면에서 선복량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도 심각한 유럽항로의 공급 과잉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큰 폭의 통항료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의 운항비용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SCA는 당초 5년간의 건설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해 1년만에 신 운하를 완공했다. 물론 10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투자비도 단기간에 지출됐다.

SCA는 들어간 비용을 통항료 수입으로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운하 개통으로 수에즈운하 통항 수입은 기존 50억달러에서 125억달러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과도한 투자비의 안정적인 회수와 운하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통항료의 대폭적인 인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103개국 1만7148척이다. 우리나라 해운회사 운영 선박은 709척이 통과해 수수료로 3억2000만달러를 지불했다.

전 센터장은 "선복량 증가효과가 얼마나 될 것인지 명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아시아-유럽간 컨테이너선 시황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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