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울산지부 조합원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 = 사진제공 화물연대
CJ대한통운 울산지부 소속 화물연대 기사들이 지난달 8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CJ대한통운은 화물연대를 정식 교섭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는 각 개인사업자로 구성돼 있는 특수성 때문에 정식교섭단체로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현재 화물연대 울산지부가 요구하는 조건은 ▲2013년 확약서 이행 ▲노동탄압중단 ▲성실교섭촉구 ▲화물연대인정 등이다.
화물연대 박원호 본부장은 “CJ측이 계속 모로쇠로 일관한다면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며 “2013년 확약서에 적시한 약속을 지키라”고 강조했다.
특히 화물연대가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은 2013 확약서에 적힌 ‘금전적 페널티’다. CJ대한통운 측은 이미 2013년 5월 택배기사들의 요구에 따라 확약서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하는 반면, 화물연대 울산지부는 여전히 ‘반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전적 피해를 택배기사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사항은 확약서에 명시된 내용과는 별개다. 애초에 택배기사가 반품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본사로 알리면 책임이 없다. 그러나 고객으로부터 반품을 받은 뒤로는 택배기사에게도 책임이 동반된다. 이는 한국의 택배시장과 같은 ‘지입제’구조에서 불가피한 조치다.
택배기업들 ‘제살 깎아먹기’ 중단해야
화물연대가 지적하는 사항은 CJ대한통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대다수 택배업체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이다. B2B(기업과 기업) 물량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택배기업 입장에서는 화주사와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대형 유통기업의 경우, 보통 물량이 10만 박스가 넘기 때문에 택배 1건당 10원만 절감돼도 상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매년 택배단가가 낮아지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국내 택배기업은 대단위 택배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입찰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단가를 낮춰왔고, 이 덕분에 소비자들은 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은 택배기업에 비난의 화살을 날린다.
택배시장이 처음부터 혼탁한 것은 아니었다. 선발 택배업체들이 택배시장에 진입할 당시만 해도 ‘직영제’로 운영됐다. 차량을 직접 구매하고,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했다. 그러나 점차 택배물량이 늘어나고,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후발 주자들이 ‘지입제’를 도입해 택배단가를 깎아 내렸다. 결국 시장을 혼탁해졌고, 기존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지입제로 전환했다.
택배법 도입으로 과당경쟁 막아야
택배산업은 매년 성장세를 보이며, 3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해 국내 내수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택배산업은 법제화가 되어 있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택배시장이 급속한 성장으로 외형은 커졌지만, 서비스 품질은 아직까지 떨어진다”며 “택배업은 화물운송업과는 차이를 보이는데, 화물운송법이라는 동일한 법의 테두리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배법이 제정될 경우, 택배기사와 기업 간의 수수료 인상문제 등으로 인한 파업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다. 또한 택배운임인가제 등을 통해 택배사별로 원가를 분석해 거리, 무게 등에 따라 적정한 운임을 책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공정한 서비스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체국택배 및 특송기업과 공정한 경쟁도 가능하다. 2004년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을 계기로 화물운송업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꿨다. 이후 택배산업은 급속한 성장으로 물량이 대폭 늘었지만, 택배도 화물운송업에 포함돼 증차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우체국은 우편법을, 특송업체는 항공법을 적용받아 증차에 제한이 없다.
택배업계 역시 물류산업의 선진화, 종사자들의 생존권 확보와 서비스 개선을 위해 택배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택배업계는 매년 택배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진전된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택배법이 제도화 되면 택배사업 신규 진입제재와 택배업계의 차량증차, 택배가격 현실화 등이 개선될 것이다”며 “시장이 선순환 구조가 되고, 수수료 문제나 기사들의 근무환경도 훨씬 나아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업의 변화 동반돼야
국내 택배기업의 변화도 동반돼야 한다.
과거 일양로지스는 주1회 택배기사에게 정장을 입고 배송에 나서게 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이 택배기사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고, 각 택배기사들 역시 자신의 업무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 택배기업에 대한 인식을 뒤바꿀만한 혁신적인 시도였다.
또한 ‘공동배송’에 대한 활성화도 고민해볼 문제다. ‘F라인’이라는 강력한 협동 체제를 구축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일본 식품업체들에서 공동배송의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화물연대가 문제로 지목하는 ‘반품택배’에 대해 각사가 머리를 맞댄다면 업무 생산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