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치달리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률은 금융위기 이전의 5년간 연평균 5.3%에 달하고 있었으나 금융위기 이후 5년간 3.5%로 급락하고 있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은 금년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세계무역량의 견조한 증가에 힘입어 성장세를 구가해왔던 해운업, 항만산업 등 글로벌 물류산업 역시 금융위기 이후 수요부진과 공급과잉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도 저성장, 저소득, 저투자, 저소비의 악순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붓지만 경제는 개선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덩달아 우리나라를 지탱해오던 수출입 무역도 이전과 달리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해운산업, 항만산업, 물류산업의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세계경제의 회복을 바라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그동안 우리나라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수출입항만물동량의 탄력성이 매우 높아 컨테이너의 경우 최대 1.5에서 1.2이상의 GNP탄력성을 기록해 왔었으나 최근 들어 제조업의 공동화현상으로 인해 1이하의 탄력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우리나라의 컨테이너물동량은 2473만TEU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5.4% 증가한 것으로 수출입물동량은 2.3%에 불과했고 환적량은 무려 7.3% 증가한 것이었다. 환적물동량을 제외하면 우리니라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하회한 것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지향해온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매우 심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11년에만 해도 우리나라 수출입 컨테이너물동량은 전년대비 8.7%라는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그 이후 2012년에 1.9%, 2013년에 2.1%, 2014년에 2.3%라는 매우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세계경제의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판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보다 더 큰 원인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이전현상과 해외직접투자 유치의 부진에 따른 우리나라의 산업 공동화현상이다. 사실 지난해 국내민간연구기관이 발표한 “국내제조기업의 성장성 둔화”라는 보고서에서 발표됐듯이 산업의 공동화현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현재의 3%후반에서 2020년 2%대로 하락하고 2030년대에는 1%대 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20년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구가하던 우리나라가 3%대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2000년 이전 한국의 경제성장의 원천은 노동과 자본으로서 성장에 막대한 기여했으나 그 이후 매우 저조한 기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2000년 이후 전체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경공업의 비중이 크게 감소하는 대신 서비스분야의 비중이 크게 중가했다. 과거 기간산업의 역할을 담당했던 노동집약적 기술산업이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의 부상에 따라 국제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부분적인 산업기반의 실종과 함께 고용창출 여력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경제연구기관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2012년 5.1%에서 2013년 2.1%로 절반이상 감소됐다. 특히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같은 기간에 4.2%에서 0.5%로 대폭하락, 극히 저조했는데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010년 18.7%에서 0.7%로 급격하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투자 대비 해외투자비율은 2004년 9.3%에서 2013년 27.2%로 10년간 3배 가까이 신장됐다. 또한 제조업의 해외생산비중은 2003년에만 해도 4.6%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18%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일본이 장기 디플레이션에 빠진 주요 요인 중에는 제조업의 공동화가 커다란 영향을 미친바 있으며 이것이 국내고용을 가로막아 성장저하와 물가하락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은 여러 가지 다양한 대내외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로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막대한 사회적, 경제적인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글로벌 물류강국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국정과제 실천에 지대한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향후 경제가 회복된다고 해도 물동량의 증가와 무관한 성장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각한 제조업의 산업공동화 현상과 이에 따른 잠재성장률의 저하라는 극한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가 글로벌 물류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으면서도 물동량의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기존의 자유무역지역제도를 개선해 첨단산업 중심의 다국적 제조 및 물류기업들을 유치하는 동시에 국내 수출제조기업의 역차별 현상을 개선함으로써 국내제조기반을 강화, 물류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국가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1970년 마산과 익산에 수출자유지역제도를 도입한 이래 산업단지형 7개, 공항·항만형 물류자유무역지역 8개 등 총 15개의 자유무역지역을 운영하고 있다. 산업단지형 자유무역지역은 마산, 군산, 대불, 동해, 율촌, 울산, 김제 등으로서 입주 업체수는 217개이고 공항·항만형 자유무역지역은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 포항항, 평택당진항, 인천국제공항으로서 입주 업체수는 126개 기업이다. 이는 1979년 등소평이 도입한 이후 획기적인 다국적기업유치에 성공, 제2의 경제대국으로의 성장에 밑거름이 돼온 중국의 자유무역제도에 비하면 너무나 한심스러운 수치이다. 중국의 자유무역지역은 이미 제3세대를 거치고 있으며 2010년 기준으로 상해외고교의 보세구에 1만개, 대소양산물류단지에 3천개, 소주물류단지에 1만5천개 기업을 유치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2005년도 이후에 산업단지형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된 동해, 율촌, 김제의 경우나 공항·항만형인 인천항, 포항항 평택당진항의 경우는 형식적인 자유무역지역으로서 아무런 실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동북아비지니스 중심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도입된 경제자유구역(FEZ)이 10년이나 지났으나 획기적인 외국인기업의 유치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부터라도 글로벌시대를 도외시한 산업단지형 자유무역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기업의 원활한 유치를 위해 공항만을 중심으로한 자유무역지역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및 대책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제2차(2012-2020) 항만배후단지 개발종합계획 및 항만배후단지 지정”에 따라 2020년까지 공급될 3천만㎡의 항만배후단지에 대해 물류중심형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해 장래 신성장동력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향후 계획된 항만배후단지를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해 다국적기업을 유치하게 되면 현재의 산업형 자유무역지역 입주업체의 평균실적을 감안할 때 적어도 1300여개의 업체유치, 7만5천명의 인력고용, 40.4조원의 생산, 289억달러의 수출 등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항만배후물류단지야 말로 공급사슬관리(SCM)의 확산을 통해 부품조달, 제조, 보관, 유통 등을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복합단지형 물류단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물류입국을 통한 국가신성장 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의 과제는 수도권정비특별법을 완화해 다국적기업유치를 촉진하는 한편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을 막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정비법은 최첨단기업일지라도 외국인 기업의 투자가 제한돼 있으며 국내기업의 재투자를 막고 있는 최악의 규제법이다. 지난 30년간 수도권을 규제해온 낡은 규제법이 폐기되는 경우 획기적인 다국적 기업의 유치가 달성됨으로써 저성장, 저소비, 저투자, 고령화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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