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01 07:14

기고/ 항만도 상품이다

경기평택항만공사 김정훈 홍보마케팅팀장
 
최근 L사 물류기업 대표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화에 그간 건강이 좋지 않아 피로가 쌓였던 무거운 느낌 마져 말끔히 씻겨 나갔다. 전화내용은 이렇다.

“김팀장 L사 OOO입니다. 지난번 물류기업 설명회에 초청해줘서 고마웠어요. 참석해 평택항과 타항만 간 비교 통한 운송비 절감효과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기존 거래 라인을 통해 아무생각 없이 중국향발 물량을 처리해 왔는데 이번에 평택항으로 바꿨습니다. 내륙운송비와 화물입출항비 등 운송비용을 30%이상 줄이게 돼서 정말 고마워요. 줄일 수 있는 부분을 모르고 더 부담해왔네요.”

10여분의 통화 내용은 기존 라인을 통해 물류비 절감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고 대중국 무역활동을 전개해 왔는데 평택항 포트세일즈에 참석해 이용시 이점을 알게 됐고 그로 인해 물류비 절감효과를 보게 됐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마케팅 전문가인 알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을 살펴보면 ‘인식의 법칙’(The Law of Perception)이 있다. 이 법칙이 강조하는 부분은 마케팅은 제품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 있어 제품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전략을 펼치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물론 타사가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면 예외이지만 이 역시 곧 미투(me too) 전략을 통해 상품 베끼기에 들어갈게 뻔하다.

곧 마케팅은 인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최고의 제품이 마케팅전(戰)에서 승리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세계에 있어 최고의 제품이란 것은 없다. 소비자 즉 고객의 마음속에 심어줄 인식이 그 실체인 것이다. 결국 마케팅의 승패는 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차지하느냐로 좌우된다. 마케팅전에서 고객의 머릿속에 하나의 단어를 심고 그 단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평택항은 경기도 유일의 국제 무역항으로 대중국 교역에 최적지로 전국 주요 항만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국 연안산업벨트와 최단거리에 위치하며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등과 연결되는 수송거점이자 중국과 동남아 진출의 전진기지로 성장하고 있다.

필자는 평택항의 지리적 이점과 천혜의 자연조건, 촘촘한 내륙교통망 구축, 포승국가산업단지 등 수도권과 중부권의 387개 달하는 산업단지가 인접해 있는 등 물류 경쟁력을 고객에게 포트세일즈를 통해 지속적으로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인식의 법칙의 중요성을 강조했듯이 고객에게 인식되지 않는 상품은 구매로 이어지기 만무(萬無)하기에 인식을 심는데 주력해야 한다.

항만(港灣)도 상품이다. 고객의 인식에 자리하지 않는 항만은 여간해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많은 예산을 투입해 완공한 일부 지방공항이 텅텅 비어 애물단지로 전락해 무늬만 국제공항인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공항과 마찬가지로 항만도 만들어 놓으면 화물과 손님은 오기 마련이라는 낡은 사고로는 빛나는 성과를 창출할 수 없다. 텅텅 빈 항만 부두 역시 한두곳이 아니지 않은가.

1986년 개항한 평택항은 다른 주요 항만에 비해 명확한 후발주자다. 후발주자인 평택항이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고객의 인식에 들어가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이 인식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질 때 꾸준한 이용이 뒤따라온다.

국내 자동차 내수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모 기업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기술이 적용된 신차를 개발했다고 치자. 신차개발에 5천억원 이상이 든다고 볼 때 제품의 품질만이 마케팅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생각에 젖어 있다면 그래서 수천억원을 들여 제품을 잘 만들었는데 팔리지 않는다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품은 부지기수다.

세일즈 활동은 마케팅의 시작이다. 널리 알리는 활동을 소홀히 하는 상황에서 고객이 식당을 찾지 않는다고 푸념만 늘어놓는 업주라면 그 집은 기본을 놓쳤기에 성공할 수 없다. 항만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인식에 심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포트세일즈를 통해 각 항만별 장점과 이용이점, 비전 등을 알리는데 바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손님이 알아서 찾아오고 맹목적으로 구입하는 러브마크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제도 그랬듯 오늘도 내일도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한다. 고객은 그냥 유치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마케팅에서 가장 강력한 개념은 잠재고객의 기억 속에 한 단어를 심는 것이다. 한 단어가 심어지면 후광효과(halo effect)까지 얻을 수 있다. 하나의 탁월한 특질 때문에 그 제품 전체의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효과를 말한다. 평택항은 지난해 수출입 자동차 150만대를 처리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 자동차 No.1 항만으로 5년 연속 자동차 처리 1위를 기록했다.

‘평택항=자동차‘라는 한 단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고객의 기억 속에 이 한 단어가 지속적으로 심어질 수 있도록 아울러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가겠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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