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31 09:18

기획취재/ 대형 상용차 시장, 판이 바뀐다

국내 대형 상용차 업체, 수입 업체에 점유율 내줘
현대차 노후화 빠르고 결함 발견돼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1년 현대자동차의 12톤 이상 내수시장 판매율은 3612대 수준에서, 2013년 1869대로 48.2% 하락했다. 타타대우상용차 역시 2011년 2322대에서 2013년 1767대로 23.9%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4~12톤 트럭 내수시장 판매율도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이다. 

반면 볼보트럭코리아와 만트럭버스코리아의 활약이 눈에 띈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지난해 5톤 이상 상용차 시장에서 1600대의 트럭을 팔아 치웠고, 올해 유로6 사전예약 역시 3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만트럭버스코리아 역시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두 자릿수의 고속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내수시장 판매율은 연간 1046대를 기록하며 수입 상용차 중 스카니아코리아와 다임러트럭코리아를 제치고 판매 2위로 올라섰다. 특히 덤프트럭과 트랙터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판매율을 보이며 맹활약하고 있다. 

게다가 수입 업체들이 유로6 엔진을 탑재한 신차를 들고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국내 상용차 업체의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이들은 유로6 규제를 조기에 충족하는 트럭을 내놓고 국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유로6는 기존보다 배출가스를 30~50% 추가로 감축해야 하는 유럽연합(EU)자동차 유해가스 배출기준이다. 국내에서는 오는 9월부터 규제가 시행된다. 


▲현대자동차 유로6 모델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현대차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을 내놓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달 16일 상용차 부문의 글로벌 메이커 도약을 위해 2020년까지 2조원을 투자해 현재 6만5000대 수준인 전주 상용차 공장의 생산 규모를 10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아울러 상용차 연구개발(R&D)과 신차 개발에도 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10위권 밖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용차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난관에 봉착했다. 상용차 연구개발(R&D) 인력 재배치가 지자체 및 기관 등의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전북완주군의회는 연구인력 이동 계획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전라북도 의회, 그리고 새정치민주연합도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연구인력 재배치 계획은 표류하고 상황이다. 내우외환으로 어려움에 빠진 꼴이다. 

국내 상용차 업체의 위기는 현장에서도 감지된다. 기자는 지난달 의왕컨테이너기지와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대형화물트럭을 보유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현재 현대차의 상용차를 이용하고 있는 운전자 대다수는 향후 스카니아코리아, 벤츠, 만, 볼보트럭 등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을 내놨다. 

대형 상용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기자는 대림대학교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와 수원과학대학교 자동차과 예경수 교수의 자문을 통해 국내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상위 6개 기업인 현대자동차, 대우타타상용차, 볼보트럭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 다임러트럭코리아의 대형 상용차를 기준으로 연비, 애프터서비스, 성능, 안전 등을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각 상용차 기업의 딜러를 통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 결과에 반영했다. 또한 현재 대형 상용차를 운행하고 있는 화물차 기사들의 의견을 청취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상용차 연비 측정 명확한 기준 마련해야 

다수의 화물자동차 기사들을 차량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연비’를 꼽았다.  

각 상용차 기업에서 발표한 연비는 보통 3~4km 사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 어떤 품목을 적재하고 운송하느냐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풍향에 따른 공기저항이 다르기 때문에 100% 정확한 연비를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일단 각 상용차 기업의 딜러들은 자사의 연비가 가장 우수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통 이들이 말하는 평균 연비는 3.5~ 4km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예전에는 현대차 상용차의 연비가 수입차에 비해 조금 떨어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모델은 오히려 연비가 더 좋고, 차주들도 연비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볼보트럭 유로6 모델 차량 내부 

볼보트럭코리아 관계자 역시 “유로5 대비 연비가 5% 정도 더 좋게 나왔다. 다만 상용차의 특성 상, 연비 측정기준이 없어서 공식 연비를 발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는 볼보를 포함한 업게 전반에 걸친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지난 2007년부터 연비왕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트랙터 연비왕은 약 리터당 11km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다임러트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수입차 연비가 조금 더 낫다. 통계자료에도 수입차의 연비가 더 좋게 나온다”며 “다만 공인연비는 없으며 화물의 양, 변속기, 기어비 등 옵션에 따라 상이하다”고 밝혔다. 

스카니아코리아 관계자는 “최고의 연비효율은 스카니아코리아가 프리미엄 트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유럽에서 실시하는 미디어 테스트에서 스카니아코리아는 계속 최고의 연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독일의 한 매체가 실시한 연비테스트에서 스카니아코리아의 연비가 가장 좋게 평가됐다는 자료도 내놨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내 A사의 승용차 이용자들이 연비를 문제 삼아 법적 조치를 취했던 사례가 언급하며, 상용차 기업들 역시 연비를 부풀리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수입차 내구성 좋고, 현대차 품질 떨어져  

대형 상용차를 구매할 때 중요하게 점검해야 하는 사항은 성능이다. 성능이나 내구성이 떨어지면 잦은 고장으로 인해 업무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차량은 섀시와 차체로 구성돼 있는데, 자동차는 섀시로만 움직일 수 있다. 섀시는 자동차를 이루는 기본 차대다. 차체는 기계 부품과 승객, 화물을 수용하고 보호하도록 설계된 자동차 구조물이다. 

‘배기량’은 차의 제원에서 가장 기본이 된다. 배기량이 높을수록 연료 소모량이 많다. 최근 추세는 배기량을 낮추고 과급기를 통해 연비를 좋게 하는 것이 추세다. ‘과급기’는 내연기관의 출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외기를 실린더에 밀어 넣는 압축기다. ‘최고출력’은 흔히 마력(馬力)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마력은 출력의 단위다. 대형 상용차에 중요한 것은 마력과 토크다. ‘토크’는 물체에 작용해 물체를 회전시키는 원인이 되는 물리량으로서 비틀림모멘트라고도 한다. 

대형 상용차는 일반 승용차와 달리, 화물을 싣고 주행하기 때문에 엔진과, 배기량, 최고출력과 토크를 유심히 살펴야 한다. 또한 축을 배치하는 기술도 상당히 중요하다. 


▲만트럭버스코리아가 선보인 25.5톤 카고트럭

우선 토크만 놓고 보면 ‘만트럭버스코리아’에 대한 평가가 좋다. 만의 엔진은 독일에서도 이미 유명하다. 화물자동차기사들 이 만트럭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도 ‘힘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힘이 좋다는 말은 곧 오르막길 등에서 순간 출력하는 힘이 좋고, 안정적으로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타타대우상용차는 최근 출시한 25톤 카고 프리마를 통해 고강성 섀시 및 차량의 최적 설계로 불규칙한 노면으로부터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했다. 또한 안정적인 제동 및 구동성을 확보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운전자의 안전한 주행환경을 제공했다는 평가다. 

스카니아코리아는 이미 한국지형에 맞게 제조된 덤프트럭을 통해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유럽에서 출시한 유로6 모델은 기존대비 더 높아진 토크를 갖추고 있으며, 높은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볼보트럭코리아는 유로6 신형 라인업에 총 30억 달러를 투자해 1400만 시간의 설계를 거쳐 2100만km 이상의 주행 테스를 거쳤다. 이번에 선보인 기술은 ‘아이-시프트(I-Shift) 듀얼클러치’와 ‘마이트럭’이다. 아이-시프트 듀얼클러치는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로 화물을 적재하고 변속이 잦은 언덕 구간에서 연비나 속도 저하 없이 주행이 가능하도록 한 기술이다. 마이트럭은 볼보트럭의 새로운 커넥티드 트럭서비스 기술로 고객의 차량과 정비사업소 및 운전자를 최신의 IT 기술로 통합한 실시간 양방향 차량 관리 서비스다. 

다임러트럭코리아는 신차에 유로6 블루이피션시 파워 디젤 엔진을 장착했다. 엔진은 낮은 속도부터 높은 토크를 제공하기 위해 직렬 6기통을 유닛으로 설계했다. 또한 12단 기어의 메르세데스 벤츠 3단 변속기를 기본사양으로 해 변속시간을 약 20% 단축시켰다. 

현대자동차는 유로6 모델을 통해 골조 구조의 캡을 적용하고, 국내최초로 고장력강 적용율을 대폭 늘린 강건 설계로 도로 조건에서도 자체 내구성을 유지하는 기술을 접목했다. 

다만 현장에서 취재를 진행하던 중 현대차를 30년간 운행했다는 한 화물자동차 기사는 현대차의 큰 결점을 지목했다. 그는 30년간 현대차만 구입한 ‘충성고객’이다. 그가 지목한 현대차의 결함은 바로 노후가 빠르다는 점이다. 

그는 “제가 지금까지 현대차만 3번 구매했다. 현대자동차를 구매하고 3~4년 지나면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노후가 빨리 진행된다. 특히 프레임 자체에서 녹스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이렇게 제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그가 현대자동차를 이용하는 이유는 ‘애국심’ 때문이다. 그의 생각은 ‘나라도 현대차를 구매해줘야 그들이 더 많은 수익을 내고, 더 좋은 기술로 이러한 결점을 보완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새차를 사고 40만km를 탔을 때 보링작업을 했다. 엔진을 분해하니까 고무제품 하나가 소모돼서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당시 여러 가지 부품을 교체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수입 상용차는 100만km가 넘어도 보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현대차는 보링 시점이 빠른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수입차, ‘부품값’ 폭리 취할 가능성 배제 못해 

각 업체별 서비스센터 현황을 보면, 스카니아코리아는 전국에 직영 5곳, 협력 15곳의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으며, 다임러트럭코리아는 전용서비스센터 5곳, 협력 서비스센터 10곳을 두고 있다. 타타대우상용차는 정비네트워크 72곳, 부품대리점 120곳, 3S원스톱센터 5곳, 판매대리점 43곳을 두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전국에 23개 직영서비스센터를 두고 있으며, 1500여개의 서비스 협력사를 두고 있다. 또한 종합 블루헨즈 392곳과 전문 블루헨즈 1030곳을 보유하고 있다. 만트럭버스코리아의 서비스센터 15곳은 모두 협력업체다. 볼보는 직영서비스센터 3곳, 24곳의 협력사를 두고 있다. 

애프터서비스의 핵심은 보증기간과 부품가격이다. 각 차량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업체들은 유로6를 발표하면서 보증기간을 늘렸다. 평균 보증기간은 2년~3년 동안 30~45km다. 이는 각 업체별로 조금씩 상이하다. 유로6를 발표한 대우타타상용차와 현대자동차도 기존 대비 보증 및 서비스 품질을 높였다. 


▲다임러트럭코리아가 선보인 유로6모델 덤프트럭

애프터서비스와 관련해 중요한 사항은 직영점 여부다. 제보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기사가 보증기간 내에 직영점이 아닌 협력업체를 방문해 수리를 받으면 정비사들의 태도가 불량한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시간이 ‘돈’인 화물자동차 기사 입장에서는 빨리 수리를 해야 운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비사의 불량한 태도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정비사와 다툼을 벌여봐야 본인이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일부 협력업체 정비사들이 불량한 태도를 보이는 까닭은 공임이 낮기 때문이다. 결국 정비사들은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보증기간이 끝나면 수리를 받도록 유도한다.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다.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직영점의 구축 현황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전국에 많은 협력업체를 보유한다고 해서 서비스의 품질이 높은 것은 결코 아니다. 

애프터서비스와 관련해 또 하나 제기되는 우려는 수입차량의 부품과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수입 상용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인 다음 부품가격을 높여 폭리를 취할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현장에서 근무하는 화물자동차 기사들이 체감하는 부품가격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화물자동차 기사들이 수입 상용차 구매를 주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도한 옵션, 보증기간 끝나면 ‘짐’

최근 각 상용차 업체가 발표한 유로6 모델은 세단 이상으로 화려하다. 하지만 자동차 전문가인 예경수 교수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과도한 옵션은 결국 화물자동차 유지비 증가로 연결돼 골칫덩어리가 될 것이란 의견에서다.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유로6 모델에는 옵션으로 ‘무시동 에어컨’, ‘냉장고’, ‘사각지대 카메라’, ‘차선이탈 경보장치’ 등이 포함돼 있다. 다임러트럭코리아는 ‘에코서포트 주행 분석 시스템’, ‘파워트레인’ 등을 새롭게 적용했고, 볼보트럭코리아는 ‘어프로치 라이프’를, 스카니아코리아는 ‘사이드 마커 램프’와 ‘사이드 미러 열선’ 등을, 대우타타상용차는 인타더 브레이크,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 디스크 브레이크 등을 접목했다고 밝혔다. 과도한 옵션으로 인해 차량 보증기간이 끝난 뒤, 이에 따른 수리비용이 과다하게 청구될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교통안전공단 통계에 따르면 교통사고 원인으로 졸음운전이 1위로 지목된다. 반면 차량 자체의 결함이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은 낮다.

예경수 교수는 “주변에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차량 내 풀옵션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동차 조작도 어려워지고, 수리비만 과다하게 청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첨단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첨단장치가 차량에 구비되면서 차량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진 것도 문제점이다. 한 화물자동차 기사는 “예전에 출시된 아날로그 차량은 가격도 저렴했고, 수리도 쉬웠다. 그런데 요즘 디지털이다 뭐다해서 출시되는 차량은 내가 수리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차량에 각종 옵션이 추가되는 추세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또 한 가지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허영심’이다. 우리나라는 지리적 특성상 마력수가 400~500마력 사이면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많은 운전기사들이 마력수가 높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고가의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타타대우상용차가 선보인 25톤 카고트럭 유로6 모델

국산차를 이용하는 한 운전기사는 “국산 상용차도 충분히 성능이 뛰어나고 우리나라 지형적 환경에서 뛰어난 기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운전기사들은 허영심에 부풀어서 수입차를 타야 한다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 물론 국산차가 수입차에 비해 단점도 있지만, 최근에는 기술수준이 많이 향상됐고 장점도 많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전문가들 역시 필요이상으로 마력이 높은 차량을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나중에는 ‘그 돈을 은행에 묵혀뒀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이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상용차’ 감시기능 강화돼야 

상용자동차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감시기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3년 9년간 화물차 가격을 담합해 온 현대자동차, 볼보그룹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코리아, 다임러트럭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타타대우상용차 등 7개 업체에 과징금 116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 업체들은 2002년 12월부터 2011년 4월까지 모두 55차례 임직원 회의를 열어 ▲가격 인상 계획 ▲판매 가격 ▲판매량 및 재고량 ▲판촉행사 계획 ▲판매조직 현황 등 영업비밀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간사를 정해 매월 3~4회 각사의 영업정보를 이메일로 공유했다. 이렇게 얻은 정보로 각 업체는 자사 제품가격 인상 폭과 시기를 결정했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담합은 8톤 이상 덤프트럭, 트랙터, 카고트럭 등 대형 화물차 판매 시장의 거의 100% 이들 7개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시장구조 때문에 가능했다.

현 시점에서 지난해 미국 최대 상용차 제조업체인 나비스타 인터내셔널이 한국에 상륙한 것은 환영할만하다. 이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얻은 가격 경쟁력으로 유럽 대형트럭 업체들의 국내 점유율을 빼앗아 오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스카니아코리아가 선보인 대형 상용차

2010년 기준 세계 대형 상용차 시장의 주요 제조업체는 중국의 둥펑(DONGFENG), 중국 제일기차(FAW), 중국 중기(CNHTC) 일본(ISUZU) 등 다양한 글로벌 업체 있다. 하지만 국내 화물자동차 기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상당히 제약적이다. 일부 상용차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나눠먹는 구조다. 

아울러 국내에서 대형 상용차의 연비를 측정하는 기준이 각 업체별로 상이하다 보니 각 업체는 자사의 연비가 가장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승용차에 비해 상용차 부문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이에 대한 정책이나 감시도 소홀한 상태다. 이들을 감시할 수 있는 조직이나 단체의 구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와 함께 국내 상용차 기업의 의식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일부 화물자동차 기사들은 현대차는 내수용과 수출용의 성능이 다를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내수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현대차가 차량의 교체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고의적으로 내구성을 약하게 제조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관계를 떠나, 그들이 현대자동차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은 현대차가 자초한 일인지도 모른다. 현대차는 승용차 부문에서도 각종 네티즌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급발진’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고, 이 때문에 ‘흉기차’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다.

30년째 현대자동차만을 구매하고 있다는 한 화물차 기사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저는 올해로 30년째 현대자동차만을 구매하고, 주변에도 현대차를 구매하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저도 중동에서 벤츠를 비롯해 수입 상용차도 몰아봤습니다. 성능도 뛰어나고, 엔진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현대자동차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애국심’ 때문입니다. 저라도 차를 사줘야 현대차가 돈을 벌고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할거 아닙니까. 그러면 그들도 우리사회에 기부도 하고 여러 가지로 많이 환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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