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비수기에 들어선 한러항로가 예년보다 더 어두운 모습이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수출물량이 급감해 선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러항로는 율리우스력으로 날짜를 따지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크리스마스를 1월7일로 지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연말 특수가 다른 항로에 비해 한 달 정도 느리다. 보통 물동량이 10월말부터 늘기 시작해 12월에 최고점을 찍고 1월부터 비수기에 들어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해 11월부터 물동량은 늘어나기는커녕 뒷걸음질 치다 12월에는 물동량이 성수기대비 반 토막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11월 한국-극동러시아(블라디보스토크, 보스토치니)물동량은 주당 4000TEU(20피트컨테이너)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물동량이 늘어야하는 상황에 비수기보다 못한 물동량을 처리한 것이다. 물동량 최고점을 찍는 12월에는 더 심각했다. 물동량이 대폭 줄어들자 선사들이 운항비용을 줄이기 위해 12월 마지막 주 1항차를 뺐고, 12월 한 달간 물동량은 주당 3000TEU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러항로에서 주당 3천TEU까지 물동량이 하락한 경우는 매우 이례적으로 러시아 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루블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더딘 회복을 보이고 있다. 달러대비 루블화의 가치는 지난해 6월 중순 25% 이상의 하락세를 보였고 작년말 56루블 선에서 유지되던 환율은 연휴 기간 중 12% 상승했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10달러에 달하던 국제 유가가 1월10일 40달러선(브랜트유 기준)까지 하락하면서 루블화 가치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덩달아 수입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러시아의 체감경기도 악화됐다.
한 선사 관계자는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작년 10월 대비 11월 수출물량이 20%가량 급감했다”며 “경기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트라에 따르면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 다수의 바이어가 한국산 제품 오더 축소 혹은 중국·현지 공급선으로 공급선 변경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 환율이 고비를 넘겼으며, 단기간 내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선사들은 12월보다 1월 물동량 수준은 더욱 비관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러항로 취항선사들은 1월17일 러시아 도착지 화물에 대해 터밀널화물조작료(THC)를 인상했다. 컨테이너 종류에 상관없이 50달러씩 인상해 부대 운임을 높여 전체 비용을 커버하려는 취지다. 선사별로 기존 THC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250~300달러의 THC를 부과하고 있다. 선사들은 부대비용은 인상했지만 동절기할증료와 GRI 계획은 없는 상태다.
< 정지혜 기자 jhju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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