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5-31 17:58
대한통운은 지난 5월 25일 오후 동아건설 차입금에 대한 지급보증 무효소송
에 대해 법률적 검토를 마치고 서울지방법원에 서울은행을 비롯한 9개 채권
금융기관을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청구의 소"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대한통운은 소장을 통해 이 사건은 채무회사의 우량 계열사에 대해 반대급
부의 여하에 관계없이 보증을 요구해 온 과거의 금융관행과 이에 편승하여
독자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보다는 우량 계열회사의 신용을 이용해 막대한
자금을 차입함으로써 규모 확장에 급급해 온 재별그룹의 경영관행에 의해
발단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러한 잘못된 금융관행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비
합리적이고 전근대적인 경영관행은 수십년 동안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
였으나 이른바 IMF체제를 거치면서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관행은 기업집단에 소속된 일부 기업이 한계상황에 이르러 도산
할 경우 동일한 기업집단 내에 소속된 경쟁력있는 우량기업마저 동반하여
도산의 위기에 처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경제에 크나큰 부담을 지우
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재벌기업의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관련 대한통운도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내 물류산업의 견인차로서
우리경제의 발전에 크나큰 기여를 했고 내실있는 성장을 거듭해 자본금의
수배에 이르는 금액을 잉여금으로 적립할 정도로 탄탄한 회사였으며 최근에
는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택배사업을 강화하여 새로
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과거 금융관행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영관행에 따른 지급보증으로 인해 채권금융기관으로 부터 위협을 받게 되
어 사활을 걸고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대한통운이 태평양법무법인의 자문을 얻어 접수한 소장은 "지급보증의 무
효"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 주요내용을 보면 첫째, 우리나라 금융관행상
특정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에 대해 자금을 대출할 경우에 소속 계열회
사 중 재무구조가 양호하고 사업전망이 밝은 우량기업의 보증을 요구하여
왔으며 보증을 제공하는 계열기업은 보증 제공 자체가 그 기업의 목적에 정
면으로 상반되는 것으로 주주들에 대해 업무상 배임행위를 행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지배주주가 소속 기업들 전체의 경영을 전횡하던 상황하
에서 어쩔 수 없이 채무를 보증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보증계약은 이사회 결의와 관계없이 잘못된 금융관행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운영관행에 따라 체결된 것으로서 그 객관적 성질상 회사의 목
적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들째, 대표이사의 모든 행위는 회사의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자신의 충실
의무에 부합하도록 행해져야 함에도 이에 반해 대표이사 본인 또는 제 3자
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해치는 대표권의 행사는 당연히
대표권 남용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동아건설의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수천억
원 상당의 보증채무를 부담시키는 것은 종전 대표이사들의 충실의무에 위반
된 대표권 남용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체권금융기관들은 동아건설이 채무의 신규조달 또는 면제기한 연장 요청시
그 조건으로 우량기업인 대한통운의 보증을 사실상 강요하다시피 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신규조달 또는 기한 연장의 거부 입장을 밝혀 그룹
내 우량회사인 대한통운으로 하여금 반대급부와 관게없이 채무를 보증토록
함으로써 체결된 것이라 했다. 결국 이 보증계약은 대한통운의 희생하에 동
아건설과 채권금융기관들의 이익을 도모한 것이며 대한통운의 종전 대표이
사들의 행위는 그 대표권을 남용한 것이고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하며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셋째, 이사회 결의에 있어서 대한통운의 영업특성상 이사 중 상당수가 지방
소재의 지사 책임자로 근무하는 등 실질적으로 동아건설이 요청하는 기간
내에 정관상의 적법한 절차를 거친 이사회 입보결의가 불가능하므로 이사회
의사록 및 입보관계서류 작성시 대한통운의 총무부서에서 보관하고 있던
이사들의 인장을 임의로 날인하여 작성되었으므로 이사회 결의는 당연히 무
효라 했다는 것.
또 채권금융기관들이 대한통운의 입보관련서류가 동아건설을 통해 요구일로
부터 3일이내에 제출받았다는 사실을 들어 대한통운의 정관을 제출받은 채
권금융기관은 이사회일 3일전에 이사 전원에게 소집통지를 명시하고 있는
정관상의 적법한 소집절차를 거친 이사회 결의가 시간상 도저히 불가능하다
는 점을 잘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이 또한 당연히 무효라는 것이
다.
이번 대한통운의 "지급보증 무효소송"은 권리없이 의무만 발생하게 되어
오래전부터 문제시 돼왔던 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도와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영관행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어 국내 금융기관을 비롯한
대기업 및 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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