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보건의료서비스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특수의약품물류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의료 물류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진 한양대학교 이노베이션대학원 물류SCM학과 지영호 외래교수에 따르면 세계 보건의료 시장은 2012년 기준, 7조3370억달러(약 8070조)로 GDP 대비 10.2% 규모를 보인다. 한국 보건의료 시장은 760억달러(약 83조)로 GDP 대비 6.7 수준이다. 세계 의약품 시장 성장률은 2000년대부터 7~8%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급부상 하면서 제약사들이 중국 진출을 활발하게 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중국 의약품 시장은 1조위안(약 170조),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2020년 2조300억위안(약 39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 나노, 줄기세포 등의 성장세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이와 관련된 의약품 물류서비스에 대한 수요 역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 교수는 “우리나라가 5만불 시대의 비전과 고용창출을 통한 창조경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서비스 경제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보건의료서비스와 경제에 대한 마인드 부족과 정부의 방관자적인 정책으로 잠식되어가고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최근 선진국은 헬스케어 3.0시대로 진입했으며, 고령화는 세계화와 함께 중요한 트렌드로 부상했다. 보건의료서비스 시장은 FTA 체결로 시장의 급속한 개방과 바이오산업의 빠른 성장, 의료서비스의 관광과의 연계, 수출 및 제약산업의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 경영의 글로벌화는 정부, 기업, 의료기관 등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경제를 살리고 저성장의 돌파구가 교육, 의료, 관광, 물류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키워야 경제 도약의 활로를 열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각국에서는 보건의료산업을 거대 산업으로 키우고자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정책과 경영을 꾀하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유럽지역은 의료기기를, 중국은 바이오의약품과 의약품물류를, 인도는 원료의약품을, 태국·인도· 싱가포르·캐나다는 저가 의료수가와 의료기술 및 천혜의 관광지를 연계한 의료관광, 일본은 고령화 시대를 겨냥한 그룹홈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영호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술력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의 경제적 가치는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우물안 개구리의 생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부족했고, 정부와 기업, 이익단체들이 변화에 두려움을 갖고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었다”고 분석하며 “그 결과는 병원들의 경영 적자와 폐업의 증가, 의료관광산업 종합경쟁력은 OECD 34개국 중 19위(2012년)로 최하위로 전락했다. 그나마 의료수출에 눈을 뜨고 2010년 이후 러시아, 사우디, 아랍 등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음은 다행이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이미 보건물류와 유통의 중요성을 알고 우정국에서 3만~5만평 규모의 물류센터 5곳을 조성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은 우체국공사, 싱가포르는 테마섹(국영투자회사)에서 100% 자회사인 PSA를 통해서 50개국에 600억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특수의약품을 취급하는 물류기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일부 기업이 의약품 배송을 맡고 있지만, 서비스 수준이 글로벌 물류기업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특수의약품분야를 점차 독식해나가는 양상이다.
지영호 교수는 현 상황은 보건의료 분야가 분산돼 경제적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칭)보건의료경제 통합부처(부처형 총리직속 보건경제위원회, 보건경제청 등) 신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 교수는 “보건의료 산업은 R&D개발과 공정개선 및 의료관광, 수출, 유통, 물류의 협업관계와 유연성 및 가시성을 연계한 공급사슬관리가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며 “그러나 현재 복건복지부의 정책은 복지에 치중된 경향이 짙어, 보건의료 산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영호 교수는 보건의료 경제전문가를 양성할 필요성을 제기 했다. 대학원과 학부 및 전문대학에 국제보건경제학과, 의료관광학과, 보건의료서비스물류학과 등을 신설하고 정부의 지원을 통해 우수한 인재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GPO(Group Purchasing Organization)기업 등을 이용한 외부 전문구매 및 물류 위탁이 보편화돼 있다. 미국 내 병원의 약 96% 이상은 외부 전문 GPO사를 적극 활용해 바잉파워를 강화하고 있다.
특수의약품 물류는 바이오, 나노, 줄기세포 등을 취급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과 섬세함, 신속성을 요구한다. 온·습도, 포장, 수·배송, 보관은 일반제품과 달리 훨씬 더 까다로운 규정이 적용된다. DHL은 맞춤형 메디컬 익스프레스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고, 페덱스는 재냉동·재충전을 통한 지속적 온도관리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TNT는 의약 전문서비스인 ‘클리니컬 익스프레스’, ‘One-Stop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UPS 역시 헬스케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이다.
국내 물류기업이 단독으로 특수의약품 물류 분야에 투자를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영호 교수는 우정사업본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금융사업부를 과감히 정리하고 본연의 사업에 충실한 기업형 K-Post 물류공사로 개편하고 특화물류의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며, 특히 중국 시장과 인도 및 신흥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지영호 교수는 “우리나라도 고부가가치 산업인 보건의료서비스산업의 경제적가치를 높여야 할 때이다”면서, 정책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보건서비스 산업의 날, 보건경제의 날 또는 메디컬 코리아 기념일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