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 단독으로 팬오션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국내외 사모투자펀드(PEF)나 삼라마이더스(SM)-대한해운 컨소시엄 등은 입찰을 포기했다. 높은 인수가가 발목을 잡았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마감한 팬오션 매각 본입찰에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 한 곳만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인수 주체는 하림그룹 내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다.
지난달 예비입찰에 참여한 5곳 중 SM-대한해운 컨소시엄과 도이치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3곳은 일찌감치 본입찰 불참을 결정했으며 미국계 글로벌 PEF인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도 막판에 참여를 포기했다.
대한해운 컨소시엄은 당초 예상보다 팬오션 인수 가격이 높아진 데다 팬오션이 경쟁사란 이유로 회사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제대로 된 실사를 하지 못하자 인수 의향을 접었다. KKR는 전날까지 은행권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참여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지만 최종 입찰 참여 명단에서 빠졌다.
팬오션 매각 입찰 흥행 부진의 이유는 높아진 매각 가격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달 25일 팬오션 매각 주간사회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제시한 '8500억원 유상증자+회사채 발행'의 매각 방식을 수용했다. 입찰 최저가가 8500억원으로 제시되면서 당초 6000억~7000억원 선으로 예상됐던 인수 금액은 1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하림그룹 컨소시엄은 높아진 인수 가격에도 불구하고 입찰 제안서를 써내 팬오션에 대한 인수 의지를 확고히 했다.
하림그룹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법원이 8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인수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당초의 인수구조와 차이가 발생했지만 팬오션의 본질적인 매력과 그룹내의 재무적 여력에는 문제가 없어 외부의 일부 우려와 달리 내부적으로는 인수를 전제로 여러 가지 준비를 착실히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특히 “제2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려 했다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며 자금 확보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림그룹이 제시한 입찰 가격은 1조원대 안팎으로 관측된다.
하림그룹은 민간부문 국내 최대 곡물 수요기반을 배경으로 곡물 운송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해 카길 등 외국계 글로벌 기업이 장악한 국제 곡물유통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닭고기 사업에서 출발한 하림그룹은 사료, 축산, 식품가공 및 유통사업 등으로 확장하며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진출, 2014년 현재 국내외 50여개 법인으로 구성된 종합식품서비스 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4조8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법원은 하림그룹의 자금조달 계획과 경영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팬오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예정이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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